[최보식의언론=신광조 객원논설위원]
윤석열 정권은 이번 의대정원 증원 문제를 강행하고 밀고 나가려하다가는 정권의 조기 종식이 온다.
억울하게 오해로 당한 이명박·박근혜 정권 전철을 밟는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자신들이 잘못했다기보다는 좌파들의 선동술과 사술에 의한 전략적 싸움에서 밀렸다.
그러나 이번 윤석열 정권은 어처구니 없는 의대 증원 2000명이라는 자충수를 두어 정권을 내놓게 생겼으니 덜 억울하단 말이다.
“국민들의 70,80%가 좋아하고 찬성하는 의대 증원 조치가 뭣이 잘못됐냐?”고 할 것이다.
지금 정치인들이나 우리 국민들이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것이, 국민들이 찬성하면 할 만하고 좋은 정책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렇지가 않다. 국민에게 좋은 정책은 대부분 인기가 없고 입에 쓰다. 후세나 국가의 미래에 좋은 정책은 더 인기가 없다.
의대 증원 계획은 대통령 등 정치권의 입맛에나 맞추고 국민의 눈치나 보는 비겁한 보건복지부 관료들의 허위의식에서 출발하였다. 이번 총선을 겨냥한 ‘맞춤형 정책’이라는 데 크게 반론을 제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왜 그럴까?
회사를 경영한다면 잘 되는 분야를 대수술 하는 법이 있겠는가. 한국의 의료제도는 전세계가 부러워한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치료받으면 비행기 값 제하고도 남는다. 중동은 돈은 많지만 간질병 환자도 많다. 평생 고통 받는 중동 간질병 환자들의 꿈은 의료선진국 한국에서 수술한 번 받아보는 것이다. 예약을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한국의 의료시스템 특장은 값싸고 능력이 뛰어나고 친절하다는 데 있다. 한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잘하고 있는 게 의료제도다. 물론 적응과 조정의 지연 실패로 ‘바이탈’ 분야(생명을 다루는 의료전공)를 기피하고 고령화 현상 심화로 인해 필수와 비필수 분야 간에 여러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의대생 정원을 늘리면 지금 한국의 의료 문제점이 줄어들고 해결된다고 보는 것은 단견 중 단견이다. 그 문제 해결로 들어서기 전에 정권이 먼저 종식될 것이다.
의사들이 자신들의 밥그릇, 이기심만으로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 한국의 의료시스템이 강점은 잃고 수많은 문제점이 파생하는 것이 보이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무엇보다 일본의 정책적 추세와 추진 시사점을 잘 분석하고 파악해야 한다. 일본은 용감하고 저돌적이지는 않으나, 꼼꼼하고 치밀하게 문제에 접근한다.
내가 행정을 30년 가까이 해오면서 배운 점은 우리는 얼핏 떠오르는 생각이나 통계자료를 평면적으로 해석해서는 실제 현실문제 해결 접근과는 다른, 망상의 오판을 하기 쉽다는 것이다. 깊이 고민하고 찬찬히 뜯어보아야 한다. 선입견과 편견에 포위된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먼저 한국의 의사 수가 일본보다 가파르게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의사 수는 2010년 7만 3천여 명에서 2018년 9만 8천명으로 8년간 약 32.47% 증가했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006년 1.82명에서 2022년 2.61명으로 약 43.4% 늘었다. 이는 한국에서 의사 수의 증가가 매우 가파르게 이뤄지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반면 일본의 경우 10년간 의사 수가 약 4만 명 증가했다는 사실은 맞지만, 이를 비율로 환산하면 의사 대비 약 15% 증가에 불과하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한국과 일본이 2.6명으로 비슷하다. 한국 의대 정원은 그동안 3058명으로 고정돼 있었는데도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012년 2.0명에서 2022년 2.6명으로 늘었다. 이는 개업의들이 은퇴 나이 이후에도 일을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의사 수 증가도 의대정원 확대보다는 고령화 영향을 크게 받은 것이다.
의사 수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의대 정원만이 아니라 새로운 의사의 유입량과 은퇴하는 의사의 유출량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은퇴 시기가 늦춰지면서 의사 수의 순증가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의대 정원이 동결되면 의사가 늘지 않고, 의대 정원을 늘려야 의사가 늘어난다는 것은 숫자 놀음에 불과하다.
둘째 한국·일본과 영국·그리스 등은 의료체제가 완전히 다른 점을 고려해야 한다. 전국 단일 의무 의료보험 체제를 가진 한국과 일본은 정부가 정하는 수가에 의해 의사들의 수입이 좌우된다. 임금과 고용이 보장되지 않고 진료 횟수를 늘려야만 수입이 늘어나는 구조다.
반면 영국이나 그리스 포르투갈 캐나다 등은 의사가 국가에서 고용된 공무원이다. 고용과 월급, 법이 정한 근로시간이 보장된다. 한국과 일본 의사들은 무리해서라도 진료 횟수를 늘릴 수밖에 없다. 한국의 경우 의사들이 보는 진료 횟수는 연간 평균 6000건, 일본은 약 4000건에 달한다. 반면 그리스는 하루에 평균 2건, 포르투갈은 3건에 불과하다. 진료를 안 봐도 국가에 의해 고용과 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셋째 의대 정원 늘린다고 지역의료 불균형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리투아니아는 인구 1000명당 의사수가 4.6명에 달하는 데 오히려 지역 편차는 한국보다 크다. 도시와 농촌 간 의사밀도 차이는 OECD 14개국이 1.8명(도시 4.7명, 농촌 2.9명)인 반면, 한국은 0.5명(도시 2.6명, 농촌 2.1명)으로 일본 다음으로 적다.
지방에서 의사를 구하기가 어려운 것도 일부는 사실이나, 의대 정원만 늘린다고 이른바 낙수효과로 시골 의사가 늘어나진 않는다. 오히려 의사 부인들은 시골 출신으로만 으로 헌법에 규정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 의사 부인들이 수도권을 떠나려 하지 않는 것이 지방에서 의사를 구하기 어려운 실제적인 이유다. 지방에서 일하면 의사 한 사람이 당직을 전담하고, 의료 사고 발생 리스크도 혼자 지게 되는 점도 한 이유다.
일본은 최근 의대 정원을 줄이려 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의대 정원 감축을 고려하고 있는 것은 건강보험 재정 악화우려 때문이다. 의사 수가 만약 두 배로 늘어나면 국민들의 의료서비스 소비 또한 비례적으로 늘게 되고, 이에 따라 의료재정 지출 급증이 불가피하다.
한 언론매체는 일본 의료경제학회장 하시모토 교수의 발언을 이렇게 전했다.
“의대정원 확대로는 필수의료 ·지역의료 의사인력을 충원할 수 없다. 의사 수보다 의대 교육제도 개편, 전공의 수련방안 개선 등 의사인력 양성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필요하다. 일본은 고령화에도 오히려 의료수요 증가 감소를 경험했다. 일본은 향후 의료수요 증가 가 없을 것으로 가정해 장기적으로 의사수급추계를 실시하면서 의대정원을 감축해 나갈 계획이다”
필자의 결론은 이렇다.
진행되고 있는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은 정권의 향배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악수중의 악수다. 단 한 사람에게도 실질적 도움은 없다. 반면 의대 진학의 열풍을 불러 일으켜 고교 교육이 황폐화되고, 자연과학 연구 인재들의 씨를 말려버릴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몇 안 되는 지지층의 하나였던 의사들마저 “이런 멍청이 정권과 함께 갈 수 없다!”며 등을 돌려 버릴 것이다.
이번 조치는 의료 환경의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게으름만 피우던 보건복지부가 일부 필수 전공분야 의사들의 애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가 ‘똥볼’을 차버린 것이다. 표퓰리즘 정책으로 간주되는 ‘의대 정원 증원 조치’라는 극단적인 악수로 돌려막기 하려는 것이다. 정직하지 못한 정책은 결국 진실이 밝혀진다. 탈원전 정책도 의대정원 증원 조치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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