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김건희 리스크’에 대해 김경율 비대위원 등 국민의힘이 언급을 꺼린다는 취지의 발언을 방송한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의위)가 법정제재를 전제로 한 ‘의견진술’을 의결했다. 지난 1일 5차 회의에서도 선방심의위는 진중권 교수를 비판하며 ‘한판승부’에 의견진술을 의결한 바 있다. 반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과도하게 띄웠다는 민원이 제기된 채널A 방송엔 행정지도가 의결됐다.
의견진술이 나온 ‘박재홍의 한판승부’ 방송엔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의 ‘민원사주 신청’ 의혹에 대한 발언도 있었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류희림 위원장을 놓고 “가족들 시켜가지고 민원 넣은 건 공적인 업무를 완전 왜곡시킨 것이다. 구속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선방심의위는 방심위가 설치·운영한다. 백선기 선방심의위 위원장은 방심위 추천 몫이며 류희림 위원장의 박사 학위 논문 지도교수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방심의위는 지난 22일 7차 회의를 열고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2024년 1월17일자) 방송에 ‘의견진술’을 의결했다. 의견진술 결정이 나오면 제작진이 차기 회의에 참석해 위원들의 질문을 받은 뒤 제재 수위가 결정되지만 다수 심의위원이 강한 어조로 비판해 ‘중징계’가 예상된다.
해당 방송엔 △출연자(박성태 사람과사회연구소 연구실장)가 김경율 비대위원이 지난달 17일 유튜브(‘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김건희 여사에 대해 인터뷰했음에도 김경율 위원이 ‘김건희 리스크’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는 허위사실을 언급해 국민의힘 내 관련 언급을 하면 안 되는 분위기가 있는 것처럼 프레임을 씌우고 △김성동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이 출마 준비 중인 서울 마포을 지역구에 출연자(진중권 교수)가 ‘민주당 텃밭이어서 신청하는 사람도 없다’는 허위사실을 발언하고 △출연자(진중권 교수)가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의 ‘청부민원’ 의혹을 왜곡·과장했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손형기 위원(TV조선 추천)은 “JTBC 유튜브 ‘장르만 여의도’를 보니 17일 오전에 올라와 있다. 김경율 비대위원이 그 방송에 출연해 최순실 국정농단을 언급하면서 김건희 여사의 리스크가 핵심이라고 얘기한다.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마포을 관련 진중권 교수 발언에는 “국민의힘을 의도적으로 비하하기 위해서 이런 멘트를 하지 않았나라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심재흔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17일 방송은 했지만 당일에 모든 걸 다 볼 수는 없다. 유튜브 발언이 일간지에 인용되는 등 다음날은 돼야 사람들이 인식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에 대한 집중 비판이 이어졌다. 권재홍 위원(공정언론국민연대 추천)은 “방송인으로서 심각한 위기감이 든다”며 “TV에 출연했을 때는 괜찮은데 라디오에 나와선 막말을 서슴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단순 무식하다는 등 발언을 인용하기도 부끄러운 말들을 한다. 어떤 진행자의 제재도 없다. 계속 이렇게 되는 건 진행자도 동감을 하고 CBS 방송국 자체가 다 인정을 한다는 것이다.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최철호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명확하게 사실이 아닌 내용이 특정 시간 프로그램에 반복된다. ‘한판승부’를 비롯해 2개의 CBS 프로그램이 구조적으로 계속 이렇게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지적되고 있는 부분을 명확하게 잡아주지 않는 부분들, 이건 스태프 전체의 책임이다. 법정제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에 대한 패널 발언에 선방심의위가 대응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진중권 교수는 류희림 위원장을 놓고 “가족들 시켜서 민원 넣은 건 공적인 업무를 완전 왜곡시킨 것이다. 구속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진·옥시찬 방심위원을 대통령이 해촉한 것에도 “(류희림 위원장을) 해촉 시켜야죠, 이런 짓 한 사람을. 욕 좀 하면 맞받아서 욕하고 끝낼 일이지. 아니면 사과 받고 끝낼 일이지. 그거 가지고 뭐 이렇게”라고 말했다.
손형기 위원은 “방심위 직원분들이 계셔서 말씀드리기 참 피곤한 부분”이라면서도 “누구를 구속해야 한다, 해촉시켜야 한다 등 상상 이상의 발언이 나온다. 이 이슈는 민원인 정보 유출이 돼서 현재 수사도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다. 그런 얘기는 쏙 빼놓고 일방적으로 얘기한다”고 말했다. 최철호 위원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것”이라며 “완전히 왜곡시켜서 구속시켜야 한다는데 이게 뭔 소리인가. 만약 무혐의로 나오면 어떻게 책임지려고 그러나”라고 말했다.
반면 심재흔 위원은 “방심위 ‘청부심의’ 사건은 방심위 역사상 초유의 사태”라며 “아무리 수사 중이라 할지라도 그날 나온 패널로서는 당연히 사회 주요 이슈이기 때문에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자기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한 뒤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하지만 5인 과반으로 법정제재를 전제로 한 의견진술이 의결됐다. 이날 회의엔 2인(임정열·박애성) 위원이 불참해 7인으로 진행됐다.
채널A ‘뉴스 TOP10’(2024년 1월5일, 2024년 1월8일)엔 행정지도 ‘권고’가 의결됐다. 해당 방송엔 22대 총선 관련 내용을 다루면서 한동훈 비대위원장 관련 행보만 주제로 선정해 공정성과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취지의 민원이 제기됐다. <한동훈, ‘빨간 운동화’ 선물 받고 뛴다>, <父는 춘천고, 母는 춘천여고> 등의 리포트가 대상이다.
심재흔 위원은 “중국 관영매체나 러시아 국영방송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며 “수시로 한 위원장을 노출시키면서 낯 뜨거운 찬사를 늘어 놓는다. 방송생활 30년 넘게 했지만 내부 당직자에게 선물을 받았다는 게 방송 아이템이 되는 건가. 개인 유튜브 아닌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수 위원이 패널 구성상 여야 비율이 맞고, 한 패널의 주장에 대해 다른 패널이 반박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 있다는 이유로 채널A는 법정제재를 피했다. 4인 행정지도, 2인 문제없음, 1인 법정제재 의견으로 행정지도 ‘권고’가 의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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