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추모제·좌담회…”비현실적 생계급여에 관심 기울여달라”
(서울=연합뉴스) 최원정 기자 = “낮은 생계급여 때문에 잘 먹는 것도, 건강도 포기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생계급여 수급자인 A씨는 희귀 난치질환인 모야모야병을 앓아 매년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50만원의 검사 비용이 부담돼 단념했다. A씨는 “돈을 모을 수도 없고 완치할 수 있는 병도 아니니 건강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A씨는 26일 서울 용산구 반(反)빈곤 운동 공간 ‘아랫마을’에서 열린 ‘송파 세 모녀 법의 문제점과 개선과제’ 좌담회에 참석해 “물가가 계속 오르는 이 시점에 생계급여가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그로 인해 우리가 무엇을 포기하고 살아가고 있는지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2014년 생활고를 겪다 극단적 선택을 한 ‘송파 세 모녀’ 사건이 26일로 10주기를 맞았지만 복지 사각지대는 여전해 빈곤층의 죽음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4년 2월 26일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단독주택 지하에 살던 60대 노모와 두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생활고 끝에 집세와 공과금 70만원을 넣은 봉투와 ‘죄송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른바 ‘송파 세 모녀 법’으로 불리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긴급복지지원법 개정안과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시행됐다.
빈곤사회연대 등 3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기초법 바로 세우기 공동행동’과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등은 이날 사건 10주기를 맞아 추모제와 좌담회를 열고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촉구했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좌담회에서 “사회보장제도에서 일부 변화가 있었지만 빈곤층의 죽음은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며 “송파 세 모녀를 죽음으로 내몬 핵심은 제도를 몰라서가 아니라, 소득이 중단되며 빈곤에 처했으나 이용 가능한 사회보장제도가 없었던 한국 사회 정책과 제도의 문제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2015∼2022년 8년 동안 52만여 명이 위기가구로 발굴됐으나 기초보장과 긴급복지로 연결된 비율은 각각 2.4%와 1.3%에 불과하다며 “발굴이 아니라 제도 개선만이 실제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문했다.
이들은 최근 정부가 부정수급 근절을 강조하는 데 대해 우려하기도 했다. 정 사무국장은 보건복지부가 급여 보장 수준이 낮아 약간의 추가 소득 활동을 하는 이들까지 ‘부정 수급자’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박영아 변호사 또한 복지 기준선이 되는 기준중위소득에 대해 “예산 규모를 미리 정한 상태에서 빈곤층의 필요는 고사하고 최소한의 원칙조차 지키지 않는 결정방식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좌담회에 앞서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추모제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더 어려운 분들에게 복지를 시행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윤석열 정부의 관점은 빈곤 정책의 선별적 성격을 강조하며 보편적 권리를 퇴보시키고 있다”며 “단지 빈곤층을 돕는 것이 아니라 빈곤을 발생시키는 사회 자체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away777@yna.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