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KBS)이 4월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의 사실상 불방 결정을 내린 가운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세월호 참사를 정쟁이라고 규정하고 방영을 방해하는 행위는 공영방송으로서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며 방영을 촉구하고 나섰다.
4·16연대 등은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방송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방송의 세월호 10주기 다큐 불방 결정을 규탄하고 방송을 예정대로 4월에 내보낼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10년 전 케이비에스는 참사 당일 확인도 되지 않은 ‘전원 구조’ 오보에 이어 세월호 참사 희생자 숫자보다 1년 동안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자가 더 많다는 보도 등을 통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한 장본인”이라며 “세월호 다큐가 선거에 정치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방영을 중단시키는 것은 참사 피해자를 시민과 분리시키고 참사를 정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국방송 회사 쪽은 지난 15일 ‘다큐 인사이트’ 제작진이 4월 방영을 목표로 제작 중이던 ‘세월호 10주기 방송-바람과 함께 살아낼게(가제)’ 다큐에 대해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방영 시점을 6월로 늦추라고 통보했다. 해당 다큐의 방영 예정일은 총선 8일 뒤인 4월18일이었다.
이날 발언자로 나선 김순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10년 전 케이비에스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수를 교통사고 사망자 수에 빗대어 막말한 것에 대해 당시 사장이 머리 숙여 사과한 것을 지금도 기억한다”며 “10년이 지난 지금 케이비에스가 세월호 10주기 다큐 방영을 총선과 연결지어 무산시킨 것은 유가족의 상처에 다시 한번 굵은 소금을 뿌리는 행위”라고 말했다.
제작진 중 한 명인 조애진 다큐 인사이트 피디는 “일이 이렇게 돼 가족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며 “저희는 포기하지 않았다. 다큐가 (예정대로) 방영될 수 있도록 끝까지 내부에서 목소리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한겨레 최성진 기자 /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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