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공천 갈등 폭발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한 국민의힘의 공천 문제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갈등요인이 잠복해 있다. 현역 의원 탈락자가 나오거나 대통령실 출신으로 교체가 가시화되면 갈등이 분출될 수 있다. 현재까지 현역 의원을 탈락시키지 않는 건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특검법 재의결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눈치보기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현역의원 가운데서 첫 공개 반발이 나오기도 했다. 충남 아산갑 지역구의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어제(20일) 언론을 통해 공개된 소위 공천배제 의원 기준인 컷오프 의원 대상 포함은 매우 안타깝고 아쉽기 짝이 없었다”며 “컷오프 기준이 제대로 정립되었는지, 당선 가능성 판단을 한 번의 여론조사로 판단한 것이 아닌지 묻고 싶어졌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 후 백브리핑에서도 자신의 공천 배제가 확정될 경우를 두고 “총선 승리하는 데도 역행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아직 공식적으로 컷오프가 확정된 상태는 아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이외에 현역 의원의 컷오프나 하위 10% 포함 사례를 아직 발표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 공천 대상자에 현역의원을 교체하지 않고 그대로 단수 공천하거나 일부 지역구의 경우 경선하기로 했다. 이런 이유로 민주당과 같이 하위 10~20% 통보에 따른 연쇄적인 반발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대통령실 출신을 텃밭 양지에 어떻게 배치하고, 기존 현역 의원을 어떤 기준으로 교체할지 여부가 관건이다. 지금까지 발표된 공천 심사결과에도 일부 대통령실 출신 실세가 단수공천을 받은 사례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공관위는 주진우(75년생)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을 부산 해운대구갑에 단수 공천해 출마가 확정됐다. 하태경 의원이 서울 중구성동구을로 옮겨가면서 비어있는 비교적 양지로 꼽힌다.
다른 대통령실 출신으로 이승환(83년생) 전 대통령실 정무수석실 행정관이 서울 중랑구을에 단수 공천이 확정됐고, 장성민(63년생)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이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갑에 공천됐다. 두 곳 모두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다.
이밖에 친윤 지도부이거나 윤석열 정부 고위관료 출신들도 무난히 공천을 받았다. 공관위는 친윤 지도부로 평가받는 윤재옥(61년생) 원내대표를 대구 달서구을에, 현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낸 추경호(60년생) 의원을 대구 달성군에 단수 공천했다. 또 현재 당 수석대변인인 박정하 의원을 원주시갑에, 전 수석대변인이었던 유상범 의원을 홍천군횡성군영월군평창군에 단수 공천해 본선 직행을 확정지었다.
공천방식이 결정된 곳 가운데 다른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은 경선을 치른다. 정호윤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은 부산 사하구을(선거구 획정 이후 진행)에서 5선의 조경태(68년생) 의원과 맞붙는다. 성은경(66년생)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대구 서구 공천장을 놓고 현 김상훈(63년생) 의원(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 등과 경선을 치르고, 김찬영(82년생)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실 행정관도 구미시갑에서 구자근(67년생) 현역 의원과 대결하게 됐다.
김은혜(71년생)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성남시 분당구을에서 김민수(78년생) 전 국민의힘 분당구을 당협위원장(전 당 대변인)과 경선하고, 김보현(75년생) 전 대통령실 부속실 선임행정관도 김포시갑에서 박진호(90년생) 전 국민의힘 김포시갑 당협위원장과 경선한다. 전지현(77년생) 전 대통령실 행정관(구리시)과 신진영(67년생) 전 행정관(천안시병)도 각각 경선을 치른다.
대통령실이나 당내 친윤 지도부 외에 주목할 인물군은 검사 또는 검사장 출신이다. 공관위는 대구 중구남구에 노승권(65년생) 전 대구지방검찰청 검사장과 도태우(69년생) 자유변호사협회 회장, 임병헌(53년생) 현역 의원의 3파전 경선을 치른다고 발표했다. 대구 수성구갑에도 검사장 출신의 정상환(64년생)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주호영(60년생) 의원(전 원내대표)과 붙는다. 경기 의왕시과천시 지역구에선 최기식(69년생) 전 국민의힘 의왕시과천시 당협위원장(전 서울고검 부장검사)이, 충북 청주시 서원구에선 김진모(66년생)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민정2비서관(전 서울남부지검장)이 단수 공천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지난 18일 입장문을 내어 “검사 출신 인사들이 여당과 입법부까지 장악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현실이 되어간다는 점에서 끔찍하다”며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험지로 돌린다고 하지만 이미 검사들의 여당과 입법부 장악시도는 현실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공천 문제는 겉으로 잡음이 없어보이는 ‘무음 공천’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오전 KBS 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와 인터뷰에서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희생이나 헌신은 찾아볼 수 없고, 현역의원 탈락을 최소화시켜 잡음을 차단하지만 감동은 없는 공천이 아니냐는 지적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민들께 감동을 줄 수 있는 결심을 하는 중진 의원들도 나와야 우리가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출신의 이기인 개혁신당 대변인은 지난 21일 논평에서 컷오프가 한명도 없는 국민의힘 공천을 ‘김건희 사수를 위해 정치개혁을 포기한 한동훈식 무음 공천’으로 규정했다. 이 대변인은 “얼핏 매끄러운 공천으로 보여질 수 있으나 면면을 보면 △처참한 수해현장에서 ‘사진 잘 나오게 비나 더 왔으면 좋겠다’고 망언한 인물 △이태원 참사를 두고 ‘각시탈의 음모’를 설파한 인물 △당권 투쟁에 연판장 돌린 초선 현역 상당수도 단수 공천 내지 경선 참여를 보장받았다”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이런 ‘무개혁 공천’은 김건희 여사의 특검 처리와도 무관하지 않다”며 “낙천 시 특검 표결의 이탈표가 생길 것을 염려해 적폐와의 동거를 자처한 셈이다. 명품백 우주방어를 위한 한동훈식 무음공천의 민낯”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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