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초부터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 해소를 위한 감세 정책을 연달아 내놓은 가운데 기획재정부가 배당금에 대한 소득세(배당소득세)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배당소득세란 주주들이 지분에 따라 받은 ‘배당금(배당소득)’에 적용되는 세금이다.
한국의 높은 배당소득세율은 기업으로 하여금 고배당 정책을 주저하게 만든다. 외국인 투자자의 ‘바이 코리아’를 막는 요인으로도 지목된다. 이러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한 수단으로 배당소득세율을 완화해 국내 증권시장 투자 활성화를 도모하자는 게 일부 기재부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21일 “배당 성향이 높은 기업을 평가해 지금의 배당소득세 부담을 줄여주고 배당을 늘리게끔 해주면, 저배당 국가 오명에서 벗어나 한국 기업의 투자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금융소득(배당소득+이자소득)이 연간 2000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배당수익의 15.4%를 배당소득세로 걷는다. 하지만,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면 다른 종합소득(근로소득, 연금소득 등)과 합해 누진세율(6.6~49.5%)을 적용한다.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으면 종합소득세로 누진세가 적용돼 40% 이상의 고세율이 적용된다는 의미다.
주식 시장이 활성화된 미국의 경우 배당소득세를 배당수익의 15%로 분리과세한다. 중국과 베트남 등은 배당과세율이 배당수익의 10%이며, 영국과 홍콩은 배당과세가 0%다. 이러한 낮은 배당소득세율은 외국인 투자자 등 자금이 많은 소위 ‘큰손’들이 국내 주식 시장보다 해외 주식 시장에 눈을 돌리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배당 성향도 낮은 편이고, 배당과세 부담이 높아 글로벌 기준에서 한국 기업 주식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며 “세수 감소가 크지 않은 선에서 배당과세제도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기업 배당은 주요국들과 비교해 한참 낮아 ‘짠물 배당’ 국가라는 오명을 사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배당 성향은 주요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22년 주요국 배당 성향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배당 성향은 19.14%로, 대만(54.85%), 영국(48.23%), 독일(41.14%), 프랑스(39.17%), 미국(37.27%)에 비해 낮다.
KB증권에 따르면 2013~2022년 10년간 한국의 평균 주주환원율(기업이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쓴 돈을 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은 29%에 그쳤다. 미국(92%)의 3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부 금액 이상의 배당소득에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한국 기업 저평가에 영향을 주게 된다. 국내 주식 시장에 큰손 투자자들의 유입을 막는 디스인센티브”라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단일 과세 적용 등 다양한 감세 방안을 강구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수 감소에 영향을 주는 정책인 만큼 조세형평 기준에 맞춰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배당소득 관련, 일부 금액 이상에 종합과세를 하는 것이 한국기업 저평가에 일부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자본소득과 노동소득의 과세를 달리하는 것에 대해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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