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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백브리핑] 저PBR이기만 한 기업은 피하자, 옥석은 어떻게 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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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백판지와 물티슈 등을 생산하는 상장사 A의 PBR(순자산 대비 시가총액의 비율)은 0.5정도 된다.

회사의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자본총계)은 주주의 몫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시가총액이 순자산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금융위원회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예고한 뒤로 국내 증시에서 ‘저 PBR 테마’가 불고 있다. < Adobe Stock >

순자산이 1000억 원인 회사의 시총이 500억 원이라고 해보자.

이론적으로 보자면 자산을 팔아 모든 부채를 갚고도 1000억 원을 주주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회사의 시장가치가 500억 원이라는 뜻이다. 심각한 저평가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상장사 B의 PBR은 0.6 수준이다. 마찬가지로 시총이 순자산에도 못미친다.

A와 B는 최근 이른바 ‘저 PBR 테마’를 타고 주가가 꽤 올랐다. 그나마 PBR이 0.5를 넘은 이유다. 보름전만 해도 각각 0.4와 0.3 정도였다.

정부가 26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아직도 저 PBR테마가 시장에서 살아움직이고 있다.

저 PBR 테마가 확산된 것은 지난달 24일 무렵부터다.

금융당국이 증권업계와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그 방안으로 상장사 주요 투자지표, 예컨대 PBR 지표를 비교공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저 PBR 기업 리스트를 단순공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에게 기업가치 개선 계획 공표를 요구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면서 주식시장에서는 이른바 저 PBR 주에 대한 공격적 투자 흐름이 나타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저 PBR 테마에서도 옥석을 가려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옥석을 구별하려면 PBR을 잘 이해해야 한다.

PBR에서 P는 Price 즉 주가(시가총액)를 말한다. B는 Book Value 즉 자본(순자산)이다. 따라서 PBR은 회사가 가진 순자산 대비 시가총액이 어느 정도인가를 나타내는 비율(Ratio)이다.

순자산 1000억 원 짜리 회사의 시총이 2000억 원이라면 PBR은 2(2000/1000)가 된다. 만약 이 회사의 순자산이 4000억 원이라면 PBR은 0.5(2000/4000)이 된다.

정부는 이런 기업들의 PBR을 1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인데 PBR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겠다는 이야기다.

어떻게 하면 PBR를 높일 수 있을까?

PBR을 ROE(자본 대비 이익의 비율)로 나누면 PER(이익 대비 주가의 비율)이 된다. 다시말해 PBR은 결국 ROE와 PER의 곱셈이라는 이야기다. ROE를 높이면 PBR이 커진다.

ROE를 높이려면 분자에 있는 이익(R)을 많이 내면 된다. 다른 방법으로는 분모의 자본(E, 자본총계, 순자산)을 감소시키면 된다.

자본을 구성하는 요소 중에는 ‘이익잉여금’이 있다. 기업이 배당을 하는 것은 이익잉여금을 처분하는 행위이다. 배당을 100억 원하면 이익잉여금이 100억 원 줄고, 자본도 그만큼 줄게 되는 것이다.

기업이 자기주식(자사주)을 매입하고 소각하면 역시 자본이 감소한다. 자본 10억 원의 Z사가 자사주를 1억 원 어치 매입하면 자본은 9억 원이 된다. 자사주 매입은 마이너스 자본조정이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우리는 주주환원이라고 부른다. 주주환원을 많이 하면 자본은 줄고 같은 이익을 내도 ROE가 높아지는 효과가 생긴다. 그리고 PBR도 높아진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젝트가 본격화하면 기업들은 PBR을 높이려 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배당확대 또는 자사주 매입소각 등의 주주환원이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투자자들은 저PBR기업에 달려든다.

코스피 석유화학업체 C사의 PBR밴드를 보면 2015년~2018년까지 PBR은 1.1~1.4 수준에서 움직이다가 그 이후로는 1미만으로 떨어졌다.

최근에는 거의 0.3~0.5 정도에 머물러 있다. 이대로라면 올해와 내년에도 0.4 정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사가 저PBR인 것은 맞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어렵다고 말한다.

가장 큰 이유는 이익 창출력 저하다. 대규모 투자계획이 잡혀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주주환원을 할만한 여력(현금)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배당이 되었건 자사주 매입이 되었건 잉여현금이 창출되지 않고서는 실행하기가 어렵다.

이익창출이나 주주환원 여력이 부족하면 ROE를 개선시킬 수 없다.

무분별하게 저 PBR 종목을 매수하기보다는 풍부한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ROE 개선을 이룰 수 있는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 회사의 올해 추정 ROE가 0.2에 불과한 것으로 전망한다. PBR 개선 가능성이 그만큼 제한적이다.

부채비율 증가와 대규모 설비투자 부담까지 고려하면 주주환원에 나설 여력이 없다. 그냥 저 PBR이기만 한 기업인 셈이다.

게임회사 D는 양상이 다르다.

이 회사는 지속적인 영업이익을 기반으로 약 5200억 원의 순현금 및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1000억 원 규모의 부동산 가치까지 고려하면 시가총액이 자산가치 이하에서 거래중이다. 이익창출력과 주주환원을 할만한 유동성 여력까지 감안하면 저 PBR 기업 가운데서도 ‘옥’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다.

전문가들은 경영진이 기업 밸류업을 위한 자구책을 내놓을 여력과 의지가 있는지, 회사가 유동성과 수익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볼 것을 강조한다.

유통업계를 보면 ROE가 개선흐름을 보이는 기업이 있는가하면 여전히 정체에 빠져있는 기업도 있다. 당연히 투자대상은 개선흐름을 이어가는 기업이다.

애널리스트들도 나름의 기준으로 옥석을 제시하는 리포트를 생산하고 있다. 일반투자자들도 ‘묻지마’ 식의 투자보다는 옥석 구분에 대한 기본지식을 확실하게 장착하고 투자하는 게 좋을 것이다. 김수헌 MTN 기업&경영센터장

비즈니스포스트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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