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1∼5·7호선 지연…쌓인 눈에 전원공급 이상·안전문 고장도
지각 속출하고 곳곳서 사고…눈길 미끄러진 차 막으려던 30대 사망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계승현 이미령 기자 = “아침에 눈 떠 보니 온 세상이 갑자기 하얗게 변해있더라고요. 3월이 코앞인데 폭설이네요.”
22일 밤부터 새벽 사이 서울에 많은 눈이 내리면서 출근길 시민들은 다양한 반응을 온·오프라인에 쏟아냈다.
2월 말 치고는 기록적으로 많은 양의 눈이 내린 데 대해 한겨울 눈과는 또 다른 분위기가 새롭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시내 곳곳 도로에서 미끄럼 사고가 속출하고 지하철 운행까지 지연돼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서울교통공사와 코레일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지하철 1∼5호선과 7호선 열차가 평소보다 약 20분씩 늦게 운행됐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5호선은 첫차 출고시간인 이날 오전 5시 30분께부터 전 구간에서 평소보다 25분씩 열차 운행이 늦어졌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5호선 고덕기지 지상구간 전차선에 눈이 쌓여 전력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열차 출고가 지연됐다”고 말했다.
2호선은 오전 8시 34분부터 일부 지상구간에서 신호 장애가 발생해 내선과 외선 모두 20∼25분씩 늦게 운행됐다. 7호선도 승강장 안전문 장애로 상행선과 하행선이 각각 10분, 25분씩 지연됐다.
서울교통공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오전 10시 20분 기준 1호선은 상행선과 하행선이 각각 25분·15분씩, 2호선은 내선과 외선이 25분·20분씩 운행이 늦어지고 있다.
3호선은 상행선 10분·하행선 20분, 4호선은 상행선 20분·하행선 30분, 5호선은 전 구간 20분, 7호선은 전 구간 15분씩 평소보다 지연됐다.
간밤에 내린 폭설로 도로에 많은 눈이 쌓이거나 얼어붙어 시민들이 특히나 더 대중교통으로 몰린 가운데 지하철까지 운행에 차질을 빚으면서 혼잡도가 더욱 컸다.
이날 오전 8시 40분께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에서는 출입문이 고장으로 약 10∼20분간 열차 운행이 멈추면서 승객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한 승객은 “출입문 고장으로 열차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내려서 20분 정도 기다렸다가 다음 열차를 타야 했다”며 “그 과정에서 일부는 넘어지거나 소지품을 잃어버리는 등 혼란이 컸다”고 전했다.
시민들은 출근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서 여의도로 출근하는 직장인 김모(29)씨는 “평소대로 출근했는데 지하철에 사람이 너무 많아 내리지도 못하고 지옥 같았다”며 “연착 때문에 회사에도 30분이나 늦었다”고 말했다.
9호선을 타고 신논현역에서 여의도역까지 출근한다는 나모(34)씨도 “평소에도 9호선 급행은 지옥철이라 숨 쉴 공간도 없는데 오늘은 다들 교통 체증을 걱정했는지 더 지하철로 몰린 느낌이었다”며 “예전에는 열차를 한 대 정도 보내면 탈 수 있었는데 오늘은 세 대나 보내고서야 겨우 탔다”고 했다.
눈으로 인한 교통사고 등 피해도 잇따랐다.
이날 오전 4시 5분께 서울 금천구 독산동 주택가 경사로에서 눈에 미끄러지던 자신의 차량을 몸으로 막으려던 30대 남성이 차에 깔려 숨졌다.
오전 1시 20분께 서울 성북구 정릉동 북악터널 입구에서는 눈길에 미끄러진 택시를 뒤따르던 SUV 차량이 들이받아 택시 기사와 승객 1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전날 오후 9시 40분께 금천구 시흥동 호압사 가는 길 중턱에서도 승용차 한 대가 눈길에 미끄러져 운전자와 동승자가 부상했다.
별다른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성북구 정릉동 국민대와 북악터널 인근에서는 밤새 내린 눈으로 미끄러짐 사고가 이어졌고, 이날 오전 4시 30분께 강남구 논현동의 한 이면도로에서는 강설과 강풍으로 나무가 쓰러져 통행에 불편이 빚어지기도 했다.
서울 경찰에 따르면 밤사이 폭설로 인해 인왕산길, 북악산길, 와룡공원길, 개운산길 등 4곳 일부 구간의 통행이 한때 통제됐다가 현재 해제된 상태다.
전날 오후 10시 13분께 서울 노원구 수락산 도선사에서 난 불은 폭설로 소방 당국이 차량 진입에 어려움을 겪은 탓에 4시간 30분 만에 꺼지기도 했다.
이 불로 도선사 2층은 전소됐고 1층은 진압 과정에서 물이 뿌려지면서 훼손됐다.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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