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GB) 규제를 20년 만에 대폭 해제하면서 비수도권에 기업 투자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비수도권 그린벨트를 풀어 산업·연구·물류단지를 조성하고, 지역 일자리를 만들어 지방 소멸을 막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농촌의 개발을 제한하던 농지 규제도 완화한다. 농지에 수직농장 등 스마트팜을 짓는 것도 허용한다. 제한된 장소에서 시범적으로 스마트팜 사업을 하고 있는 스타트업과 식품 기업의 농촌 진출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6차산업(1차 산업인 농업을 2차 가공산업 및 3차 서비스업과 융합하여 농촌에 새로운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산업)이 활성화하고, 청년 일자리가 만들어져 소멸 위기에 놓인 농촌을 재생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주말농장 등을 통해 농촌에 대한 도시민의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 기존의 농막을 확대한 농촌 체류형 쉼터도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그린벨트 규제가 풀리며 난개발되거나 투기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국토 면적 3.8% 차지한 그린벨트 대거 ‘해제’ 가닥
정부는 21일 울산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다시 대한민국! 울산과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주제로 열세 번째 민생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산업 활력 제고 ▲농업의 도약을 위한 농지규제 개선 ▲살기 좋은 기업 친화 도시를 주제로 논의가 이어졌다.
정부는 비수도권 그린벨트를 중심으로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비수도권에서 지역전략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환경평가 1·2등급지일지라도 규제를 풀 계획이다. 기존까지는 6개 환경평가 지표 중 1개만 1·2등급이더라도 전부 해제가 불가능해 산업단지 조성이 어려웠다. 비수도권 지역 주도로 추진하는 지역전략사업의 경우에는 해제 가능 총량을 줄이지 않고 그린벨트를 풀 수 있게 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그린벨트는 국토 면적의 약 3.8%를 차지한다. 수도권 등 7대 광역도시권역의 3793㎢ 규모로 남아있다. 1990년대 말까지는 철저히 구역을 관리하며 엄격하게 규제를 유지했지만, 1990년대 말 이후 국민 임대주택 공급과 보금자리 주택 사업, 산업단지 등을 추진하며 해제되기 시작했다.
지방소멸이 가시화하면서 지역 생존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그린벨트 규제 해제를 추진하게 됐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진현환 국토부 1차관은 “그린벨트 등 토지이용규제 개선을 통해서 지역투자를 적극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특히 비수도권에서 그린벨트를 활용해 산업, 연구, 물류단지 등을 조성하면 기업 투자와 지역 일자리 창출 여건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린벨트 해제로 인해 난개발이나 투기, 환경오염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향후 시간이 지나면서 집 지을 땅을 확보하자는 등 개발이익을 우선해 무분별하게 그린벨트 해제를 주장해선 안 된다”라며 “환경오염이나 유해 물질 등을 막기 위한 추가 규제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4월 총선용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진 차관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 준비해 왔던 사항”이라며 “여러 가지 발표 시점을 고민하다 이번에 발표한 것”이라고 답했다.
◇ 농촌 체류형 쉼터 주택 수 제외는 ‘글쎄’
농지 규제도 대폭 푼다. 우선 농업진흥지역의 3헥타르(ha) 이하 소규모 자투리 농지를 농업진흥지역에서 해제한다. 자투리 농지는 농업진흥지역을 도로·택지·산단 등으로 개발한 이후 남은 농지를 말한다. 정부는 농업 생산성이 떨어지는 자투리 농지를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화복지시설이나 체육시설, 또는 근처 산업단지의 편의시설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다.
농민 입장에선 소유한 자투리 농지를 지자체나 개발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기업 등에 매각하는 게 가능해진다. 농사를 짓지 않아 방치된 땅의 비교적 자유로운 매매가 허용되면서 농가 자금 사정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자투리 농지를 매입한 뒤 지목을 변경한 뒤 개발해 재매각하려는 투기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농업진흥지역 해제가 땅 투기로 이어질 우려는 크지 않다”고 답했다. 한 차관은 “(소규모 자투리 농지는) 산단 개발 등 여러 개발 수요로 인해 3ha 미만으로 남은 것으로, 이미 농업진흥지역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현행 농막 제도를 개선한 ‘농촌 체류형 쉼터’도 도입한다. ‘농촌 체류형 쉼터’는 도시민이나 주말체험영농인 등이 농촌지역에 체류할 수 있는 임시거주시설을 뜻한다. 도시민의 농촌 생활인구 유입을 유도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이를 통해 농촌 생활 인구가 늘어나고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농촌소멸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약 80%는 농촌 체험형 거주시설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 중에서도 40% 정도는 귀농·귀촌하기에 주택 임대나 신축 비용이 부담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농촌 체류형 쉼터를 주택 수에 포함할지 여부를 하반기 중 발표할 방침이다. 현재로선 주택으로 간주하지 않고, 농막처럼 농업시설로 분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농막보다는 크지만 펜션보다는 작은 형태로 장기적인 체류 목적보다는 일시적인 휴식 공간으로 쓸 수 있도록 기준 법령을 세울 방침이다.
한 차관은 “농막은 창고의 개념으로, 거주형 시설이 아니어서 농촌 체류형 쉼터를 도입했다”라며 “이해관계자 의견을 추가적으로 수렴하고,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하반기 중 법령 개정 작업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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