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당내 이재명 대표 체제에 쓴소리를 해온 비명계 의원들에 하위 10% 또는 20%라고 통보해 ‘비명계를 배제하려 한다’ ‘원하는 것이 이재명 사당화인가’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자신도 당내 선출직 평가위원회로부터 하위 10%에 해당하는 이들의 명단과 점수만 받았다면서 자신이 직접 이들을 평가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평가위원회를 평가할 수는 없다면서 답변을 피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원칙과 상식’ 멤버였던 윤영찬 의원이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임혁백 위원장으로부터 의정활동 평가에 하위 10%에 들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공개했다. 이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박용진 의원은 “쓴소리 하는 역할이 필요없다는 거냐”고 지적했고, 윤영찬 의원은 “이번 선거의 목표가 이재명 대표 개인 사당화의 완성이냐”고 반문했다. 공천 ‘비명학살’이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를 두고 임혁백 민주당 공관위원장은 비명학살은 아니라면서도 이들이 왜 하위 10%에 들었는지에 대한 분명한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임 위원장은 21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4차 심사결과 명단 발표후 질의응답에서 ‘비명학살이 아니라고 했는데, 박용진 의원과 윤영찬 의원과 같은 비명계 의원들이 이재명 사당화라고 비판하고 있는데, 이들이 하위 10% 이하로 평가받은 근거가 있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당내 상설기구인) 평가위원회가 20대 이해찬 대표 때 이런 평가 기준을 마련했고, 21대에 와서 개정한 것으로 안다”며 “이해찬 대표 때도 이런 룰이 적용됐는데, 크게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 지금 평가위원회(의 의원 평가)에 대해 평가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특히 임 위원장은 자신도 평가위원회로부터 “최종 명단만 받았다”고 털어놨다.
임 위원장은 “처음부터 정치적 의도를 갖고 평가한 것이 아니다”라며 “각종 국민 대상 여론조사, 당원 대상 여론조사, 정량평가, 다면평가(의원과 의원 당원과 당 관료 등) 방식이며, 정성 평가는 최소한으로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낮은 점수를 받은 분들이 그런 기준에 따라 봤더니 대체로 의정활동 38%, 기여활동(공직윤리수행실적, 국민소통 등) 25%, 공약이행 10% 지역활동 27% 이렇게 세부적으로 나눠서 현역의원 평가한 것으로 안다”며 “이것이 제가 평가위원회 평가한다는 것은 권한 밖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평가위원회로부터 명단만 받은 것이냐는 질의에 임 위원장은 “점수와 총점, 등수가 적힌 그 한 장만 받았다”며 “점수와 등수가 나온다. 1000점 중 몇점으로 돼 있다. 그 점수에 따라 등위가 매겨져 있다. 밝혀드리지 못해 죄송한데, 그렇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 평가위원회와 관련해 임 위원장은 “선출직 공직 평가위원회가 있는데, 당내 상설 기구이고, 현재 12명으로 구성돼 있다”며 “지금 통보해드린 명단은 선출직 평가위원회가 8개월간 13회 회의를 거쳐서 작성되었고, 2023년 말 평가위원장이 중앙당 금고에 암호를 걸어 보관해왔다. 그 이후 제가 공관위원장 됐고, 지난 1월10일 평가위원장으로부터 직접 전달받았다”고 답했다.
이밖에도 출처불명 여론조사 등이 비명계 학살이라는 평가가 나오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다른 질의에 “비명계 공천 학살은 없다. 당이 정해놓은 절차에 따라 이뤄진다. 모든 공천 심사는 저의 책임하에 이뤄지고 있다. ‘비명계 학살’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명단 유출에 대해서도 임혁백 위원장은 “명단 유출은 있을 수 없다. 명단은 제가 갖고 있고, 지난 19일에도 제가 봉인된 것을 해제해서 직접 통보해 드렸다”며 “통보 받은 의원들이 스스로 자신의 통보 받았다고 얘기하지 않는한 비밀을 지켜드려야 한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또한 지라시 형태로 돌고 있는 명단을 두고 “항간에 유출된 명단을 보고 있다”면서도 “일부 일치하는 경우도 있으나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많다. 그 문서는 추측성 자료라고 봐도 되겠다”고 밝혔다. TV조선이 이를 입수했다고 보도한 것을 두고도 임 위원장은 “입수할 수 없다”고 답했다.
임 위원장은 또 ‘윤석열 정부가 탄생하는데 책임있는 사람들이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한 본인 발언이 공정하게 공천과정을 관리할 위치에 있는 공관위원장으로써 공정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는 질의에 “특정인을 거론해서 물러나라고 한 적이 없다”며 “우려하면 할 수 없다. 우려는 할 수 있지만 제가 얘기한 것은 윤석열 정권 탄생에 책임있는 사람이라고 했지 전 정권 인사라고 하지 않았다. 그건 바로잡아줬으면 한다”고 답했다. 임 위원장은 “수없이 그 질문을 받았지만 일반적인 얘기이며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며 “일반적으로 윤석열 검찰정권 탄생 기여한 분의 책임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했다.
한편,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기자회견에 이어 21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민주당에서 ‘이건 아닌 것 같다’라는 레드팀 역할을 계속 해왔다고 보는데 이게 민주당이 필요 없는 거다, 혹은 나쁜 일이라고 한다면 그건 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느닷없는 하위 10%에 넣어지면서 향후 박용진은 60% 이상을 받아야만 공천을 받을 수 있는 아주 황당한 상황이 됐고 70%가 돼도 결선을 해야 되는 황당한 상황이 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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