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1일 “민생이냐, 정쟁이냐. 그것이 문제”라며 “민생 회복에 간절한 의지를 가진 정당, 정부와 협력해 국민의 삶을 챙길 수 있는 정당이 제22대 국회를 이끌어야 한다. 더 나아질 국민의 삶에 투표해달라”고 말했다. 현재 여소야대 정국에서 정부의 국정 운영과 민생 정책이 힘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4·10 총선 때 여당에 힘을 실어 달라고 한 것이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우리 국민의힘은 진영과 진영, 개인과 개인으로 쪼개진 사회가 아니라, 국민 모두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로 나아가겠다. 성장이 멈춘 나라에서 국민의 삶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경제 성장의 시계를 다시 전진시키고, 그 과실이 국민 다수에게 돌아가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가장 먼저 제21대 국회는 민생과 동떨어지면서 국민들이 원했던 ‘일하는 국회’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성장, 인구 감소, 지방 소멸, 사회 격차, 기후 위기 등 4년 내내 국회가 몰두해도 해결이 어려운 과제들이 쌓여 있지만, 이런 과제들을 핵심 화두로 토론 테이블에 올린 일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며 “탄핵과 특검으로 상대에게 칼을 겨누는 데 골몰했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며 시간을 허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원내대표는 “(선진국의 함정과 같이) 국가 전체의 부는 늘어났지만, 사회의 불공정과 모순, 타인과의 상대적 격차로 인해 국민의 행복도는 여전히 낮다. OECD 국가 중 최고의 자살률, 최저의 출생률은 국민의 힘든 삶이 불러온 참담한 지표”라며 기술 패권 속 우리나라 첨단산업 등의 경쟁력 저하와 미래 세대의 재정지출 구조 부담 등에서 국가적 희망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가적으로 희망의 빛이 빠르게 사그라지고 있다. 결국 문제는 정치”라며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화를 갈망했듯이, 더 절박한 마음으로 국가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IMF 경제위기 때 국가시스템을 정비한 후, 제대로 된 개혁 없이 현재에 이르렀다. 국가의 제도, 관행, 문화를 시대에 맞게 업그레이드해서 국민의 삶에 새로운 기반을 마련할 때가 됐다”고 했다.
◇ 제22대 국회서 5대 민생개혁 추진 약속… “선진국 함정 벗어나려면 반드시 통과해야 할 다섯 관문”
윤 원내대표는 노동·저출생·규제·국토·금융 등 ‘5대 민생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제가 말씀드릴 민생개혁은 우리가 선진국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할 다섯 개의 관문”이라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노동개혁과 관련해 “노동 부문이 진화하지 않으면 대한민국도 진화할 수 없다. 노동시장을 더욱 유연화해서 기업들이 변화하는 산업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임금 체계의 직무성 중심 전환으로 일자리 만족도·노동생산성 고취 ▲근무 시간과 산업·기업별 특성 반영에 따른 선택 근무 가능화 ▲대기업-중소기업의 불공정거래 바로 잡기 ▲거대 노조와의 이견 극복 등을 이루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윤 원내대표는 저출생 대책에 대해 “천문학적인 예산만 쏟아붓고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했던 기존의 저출생 대책도 개혁 대상이라는 게 우리 당의 입장”이라며 “경제·사회적으로 복합한 격차가 집약된 저출생 현상은 돈을 쏟아붓는 단순한 해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처별 저출생 대책 총괄하는 부총리급의 ‘인구부’ 신설 ▲일·가정 양립 환경 정착을 위한 아빠 유급 휴가 1개월 의무화·2026년까지 늘봄학교 오후 8시 전 학년 확대 등을 하겠다고 언급했다.
윤 원내대표는 규제개혁에 대해 “국회에 제출된 223개 규제혁신법률 중 119개 법률만 통과됐고, 여전히 104개 법률은 심의 중”이라며 “국회가 지금처럼 거북이 걸음으로 규제를 해소하면 경쟁국들이 미래산업을 모두 선점해 버리고 만다. 우리는 제22대 국회에서 역대 어느 국회보다도 과감한 규제개혁을 단행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일몰제에 대한 주기적인 재검토를 통한 연장 여부 결정 ▲선제적 규제 법령 일괄 면제하는 ‘규제제로박스’ 제도 신설 ▲개발제한구역·군사보호구역·농지규제 등도 경제발전 관점에서 재검토 등을 제시했다.
또 윤 원내대표는 국토개혁에 대해 “오랫동안 경제 활성화와 저출생 대책의 효과를 반감시켜 온 불균형 발전 문제를 극복하려면 국토개혁의 관문을 반드시 넘어야 한다”며 ‘서울-경기 행정구역 개편’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주민 생활권에 맞춰서 행정관할권을 조정해 주민의 불편을 해소하고 삶의 질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김포·구리 등 서울 인접도시의 서울 편입 추진 ▲경기 북부 분도를 통한 독자적 성장 ▲GTX 사업을 통한 수도권 주민들의 출·퇴근 고통 해소 ▲김포 골드라인 혼잡 완화 대책 우선 시행 등을 약속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어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도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동북아 금융허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이 담긴 정책으로 우리 당도 그 뜻을 존중하고 함께 하려고 한다. 제21대 국회에서 산업은행 이전을 결정짓도록 야당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했다.
끝으로 윤 원내대표는 금융개혁과 관련해 주식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언급하면서 “국제적으로 여전히 뒤처져 있는 금융 부문을 선진화시키는 것도 우리가 반드시 지나야 할 개혁의 관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전 폐지 ▲증권거래세 인하 시행 ▲주주환원 정책 추진 및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납입 한도와 비과세 한도 확대 ▲불법 공매도 시장 근절 등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 국회, 국민 눈높이서 ‘개혁 대상’… “제22대 국회는 의회정치 바꿀 것”
윤 원내대표는 한국행정연구원이 조사한 국회의 기관신뢰도가 10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한 것을 언급하면서 “국민들은 국회를 가장 심각한 ‘개혁 대상’으로 보고 있다. 먼저 국회부터 스스로 개혁해야 한다. 우리 국민의힘은 제22대 국회에서 5대 정치개혁을 추진해 의회정치를 확실히 바꾸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원내대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반드시 폐지하고 외부 독립구를 통해 선거제도를 바꾸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제20대 국회 당시 민주당은 소수 야당과 함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다. 공수처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야합이었다”며 “그동안 정개특위에서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논의를 거듭했지만, 결국 야당의 정략적 계산에 따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그대로 유지되게 됐다”고 했다.
이어 “영국, 뉴질랜드, 노르웨이 등 의회정치 선진국들은 선거제도 개편안을 독립적인 위원회에 맡기고 있다”며 “우리 당이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면 즉각 공정하고 투명한 외부의 독립위원회를 구성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를 포함한 선거제도 개혁을 위임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윤 원내대표는 선거구 획정 권한을 중앙선관위원회에 넘기겠다고 했다. 그는 “국회의원 선거가 49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아직도 선거구가 정해지지 않았다”며 “현재 유권자도, 출마자도 내 선거구가 어딘지 모르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 국민의힘이 제22대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면 선거구 혼란을 방지하겠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국회의원의 세비를 별도의 독립기구를 설치해 국민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그는 “무노동·유임금, 세비 셀프 인상은 일하지 않는 국회의 대명사”라며 “영국 하원은 보수 결정을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의회윤리심사기구’에 맡겼다. 우리도 외부 인사들로 독립기구를 구성해서 국회의원의 세비 증감과 지급 방식을 결정하도록 만들어야 국회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했다. 이외에도 국회선진화법을 정상화하고, 입법 품질도 높일 뿐만 아니라 이번 총선 공약도 반드시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 野에 北 도발 공동대응·민생 현안 해결·공존을 위한 협치 당부
윤 원내대표는 야당을 향해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우리 정치권이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총선을 앞두고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이는 목적은 분명하다.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우리 국민을 겁박해서 4월 총선에 개입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안보를 놓고 여야가 정쟁을 벌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우리 국민의힘은 주요 군사적 위협에 공동대응하기 위해 여·야·정 안보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고 전했다.
또 윤 원내대표는 “선거운동 기간에도 국민의 삶은 변함 없이 이어진다. 정치적 이익 때문에 국민의 이익이 뒤로 밀려서는 안 된다”며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유예 재협상 ▲이태원 참사 특별법 재합의 ▲30조원 상당의 폴란드 방산 수출과 연관된 수출입은행법 개정안 통과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제정 등에 대한 대승적인 합의도 촉구했다.
끝으로 윤 원내대표는 최근 불거졌던 정치인 피습 사건을 언급하며 “증오의 악순환이 정상적인 정치를 완전히 파괴하기 전에 정치권은 서둘러 자정해야 한다. 제22대 국회에서 여야는 머리를 맞대고 정치문화를 혁신할 방안을 찾아 실천에 옮깁시다”며 “대화와 타협의 미덕을 되살리고 상대를 악마화하는 언어폭력은 국회 밖으로 몰아냅시다. 상대 정당을 응징과 청산의 대상이 아니라 대화와 설득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문화를 만듭시다”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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