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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남북 관계가 북한 곳곳에 반영되고 있다.
북한이 수도인 평양 시내에 위치한 지하철역 ‘통일역’의 역명에서 ‘통일’이라는 단어를 지운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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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케이신문, 교도통신 등 일본 매체는 20일(현지 시각) 보도를 통해 북한이 최근 지하철역 ‘통일역’의 명칭을 사용하지 않은 채, 역명을 단순히 ‘역’으로 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관 직원들이 평양 지하철역을 견학했다가 이를 직접 목격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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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북 러시아대사관 페이스북에 공개된 사진을 보면 북한 지하철역 내에 설치된 모니터엔 열차가 오가는 노선도가 뜨는데, 부흥역, 승리역, 개선역 등 천리마선 구간 다른 역의 명칭은 모두 제대로 표시됐지만, ‘통일역’만 그냥 ‘역’이라고 적혀 있다.
이를 두고 교도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한(대한민국)과의 통일을 포기하는 정책 전환을 표명한 데 따른 조처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런 움직임은 대남 선전 사이트의 내용, 국가 가사의 변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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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를 통해 남북 관계를 전면 재규정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당시 “장구한 북남관계를 돌이켜보면서 우리 당이 내린 총체적인 결론은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 개 제도에 기초한 우리의 조국 통일 노선과 극명하게 상반되는 ‘흡수 통일’, ‘체제 통일’을 국책으로 정한 대한민국과는 그 언젠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남관계는 더 이상 동족 관계, 동질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그간 대화와 협력을 모색, 평화 통일을 지향해 온 남북 간 특수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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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김 위원장은 이후 올해 1월 최고 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통일’, ‘민족(동족)’이라는 개념을 폐기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 여파로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한반도 지도 그래픽을 북쪽만 표시하는 지도로 교체했다. 북한 외무성은 홈페이지에 게재한 북한 애국가 가사에서 ‘삼천리 아름다운 내 조국’ 부분을 ‘이 세상 아름다운 내 조국’으로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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