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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천안함·연평도 우려 커지는 한반도, 긴장 상태 상당기간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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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남한을 ‘적대국가’로 규정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들어 남북관계 단절을 위한 조치에 착수하더니 결국 한반도의 화약고로 불리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들고 나왔다. 이에 안보 위기가 실제 군사 충돌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16일 리영희 재단이 ‘무너진 남북관계와 위기의 한반도, 어떻게 보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주제로 주관한 좌담회에 패널로 참석한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은 우발적인 충돌 가능성은 있지만 전면전으로 확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전과 달리 남북 모두 군사 충돌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한 사전 조치들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김 전 장관의 설명이다.

김 위원장이 ‘해상국경선’을 언급하며 서해에서 경계선 사수 의지를 굳건하게 밝혔으나, 현실에서 이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 전 장관은 “서해에서 군사 전력을 비교해 보면 북한이 이를 밀어붙일 해군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북한이) 정치적으로는 해상국경선이 진전된 안을 발표할 수는 있겠지만 그걸 군사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문장렬 전 국방대학교 교수 역시 “해상전력을 비교해보면 북한이 보통 열세가 아니라 완전한 열세”라며 “김정은이 일단 이야기는 해놨기 때문에 이걸 취소할 수는 없을 것이고, 어떻게 해서든지 해상국경선을 만들긴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전 교수는 “일단 이야기는 해놓고 발표를 늦추는 방법, 실제 해상국경선 효력 실행을 늦추는 방법도 있고 민간선박은 묵인하고 군함의 경우 위험사격으로 대응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군사 충돌이 발생하면 과거와 달리 규모가 훨씬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 충돌이 육지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가능성이 ‘제로'(0)는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진다”고 분석했다.

확전 여부와 관련 김 전 장관은 “핵심은 전시작전통제권이 한국에 없다는 데 있다. 실제 2010년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했을 때 대응 과정에서 확전을 조절했던 것은 이명박 정부가 아니라 미국이었다. 미국이 조절했기 때문에 확전으로 나아가지 않은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두 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을 용인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김 전 장관은 남북 간 전면전보다는 긴장이 높은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위기 국면은 결국 협상 국면이 되어야 해소되는데, 지금은 남북관계 측면이나 미국의 대북 정책을 보더라도 협상 국면이 조성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확실성이 아닌 불확실성이 작동하는 것인데, 최근 거시경제 지표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안보 불안까지 이어지면 주식시장 등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 전 교수는 “기회비용도 고려해봐야 한다. 남북관계가 좋지 않고 악화되면서 잃어버리는 기회비용의 손실이 어마어마하다.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고 미국, 일본, 대만, 중국, 러시아 등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다른 나라들이 이득을 보고 있다”며 “전면전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도 중요한데, 위기가 발생하면 당장 전쟁 위협을 피해서 대화와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정부가 하지 않으면 국회에서라도 이야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전 장관은 현 상황에 대해 “한국전쟁 이후 70년 동안 전쟁에 가까이 갔던 적도 수 차례 있었지만 여러 이유로 인해 그 문턱을 넘지는 않았었다”라며 “통일이라는 목표를 열어둔 채로 현실적인 두 국가 체제를 어떻게 평화롭게 만들 것인가가 중요한 것 같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민족주의적 접근으로 만들 수 있는 남북관계의 공간이 크지 않다. 여전히 당위론이 있고 사명감을 가질 수는 있는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확하게 매듭을 찾고 어떻게 풀어 가는가에 대한 외교적 노력 및 쟁점에 대한 이해 등이 있어야 한다”며 “조금 더 문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심층적인 공감대를 마련해야 더 큰 꿈을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좌담회는 지난 16일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다음은 좌담회 주요 내용이다.

▲ 16일 리영희재단이 주관하는 좌담회가 정욱식(왼쪽)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의 사회로 열렸다. 이날 좌담회에는 김연철(가운데) 전 통일부 장관과 문장렬 전 국방대학교 교수가 참석했다. ⓒ프레시안(이재호)

정욱식 : 최근에 이러다 전쟁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을 정도로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둘러싸고 지난 1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해상국경선’을 설정하겠다고 나섰다.

물론 NLL를 둘러싼 갈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서해에서는 남북 해군 사이에 1999년, 2002년, 2009년 세 차례 교전이 있었고 2010년에는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런데 당시와 지금의 위기 양상이 다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서해에서의 충돌은 우발적 성격이 강했다. 꽃게잡이철 어업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남북 간 충돌이 벌어지곤 했는데, 지금은 충돌 위험이 예고되고 있는 것 같다. NLL을 사수하겠다는 남측의 의지와 이를 불허하겠다면서 해상국경선이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한 북한, 여기에 남북이 적대 관계로 바뀌면서 북한이 실력행사에 나설 것 같은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김연철 : 큰 틀에서 보면 전면전쟁 가능성은 여전히 높지 않다는 것이 미국이나 한국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인 것 같다. 한국전쟁 이후 70년 동안 전쟁에 가까이 갔던 적도 수 차례 있었지만 여러 이유로 인해 그 문턱을 넘지는 않았었다.

다만 우발적 충돌가능성은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2018년 9.19 군사합의가 사실상 뿐만 아니라 공식적으로도 파기가 됐는데, 이 합의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일종의 완충공간을 만들어 충돌을 예방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합의가 파기되면서 완충공간으로 설정된 부분에서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NLL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면, 서해에서의 해상경계선인데, 정전협정 때 이 부분을 합의 못해서 이후 이를 둘러싸고 문제가 생겼다. 물론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중략)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고 명시하면서 NLL을 법적‧공식적이지는 않지만 나름대로의 합의를 통해 유지해오긴 했다.

1990년대 군사적 충돌 당시와는 달리 지금은 충돌을 예방할 수 있는 남북 간 각자의 정책이 시도되고 있다. 특히 우리 같은 경우 군사 충돌의 빌미가 됐던 꽃게조업과 관련, 지금은 어로 한계선을 설정해서 해양경찰 차원에서 이를 넘지 않도록 지도하고 있는 부분들이 있다. 그럼에도 우발적 충돌 배제를 위해서는 국면을 바꿔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장렬 : 지난달 초 북한이 대규모 포병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포탄이 전부 NLL 이북으로 낙하하긴 했는데 과거와 다른 점은 포탄 수가 상당히 많아졌다는 점이다. 또 NLL은 함정 간 충돌이 진짜 문제인데, 아직 이 정도로 확산되지는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이 말한 ‘해상국경선’도 정확하게 선이 그어지진 않았다. 1999년 9월 서해5도 주민들이 겨우 빠져나오도록 통로를 내주고 나머지는 전부 ‘중간선개념’이라고 해서 임진강 하구에서 중간으로 그어버렸던 ‘조선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이 있었는데, 이번에 이것을 쓰지는 않을 것 같다. NLL을 기준으로 보면 대청도와 연평도 사이에 푹 파인 곳이 있는데 거기에서 남쪽으로 좀 내려온 정도로 선을 그을 것 같다.

만약 이를 계기로 남북의 함정들이 동원되고 그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하면, 군사적으로 봤을 때 해안포가 있는 북한이 좀 유리한 측면이 있는 부분도 있다. 해상국경선 발표한 날 지대함 순항미사일인 ‘바다수리-6형’도 나왔는데 이 미사일이 다량 배치되는 것도 문제다.

또 군사 충돌이 발생하면 과거와 달리 규모가 훨씬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 충돌이 육지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가능성이 ‘제로'(0)는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충돌 발생 여부에 집중하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어떻게 하면 갈등을 완화시키고, 실수로라도 군사 행동이 나왔을 때 확전이나 전면전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도를 미리 마련할 수 있을 것이냐가 핵심이다.

한편 지난달 벌어진 NLL에서의 북한 포 사격은 경고의 의미가 있다. 남측에서 먼저 9.19 군사합의 중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완충구역과 관련한 합의인 1조 3항을 효력정지, 즉 사실상 파기했고 서해에서도 그런 기미가 보이니 자신들도 군사합의 무시하겠다, 조심하라 라는 경고의 표현을 한 것으로 보인다.

▲ 15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4일 오전 해군에 장비하게 되는 신형 지상대해상 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 사격 시험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정욱식 :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헌법 개정을 통해 영토선을 명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3월 말 즈음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해서 헌법 개정을 통해 해상국경선을 선포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하나?

김연철 : 그렇게 보지는 않는다. 통상적으로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공간이 육상에서 비무장지대가 있고 해안에는 서해가 있고, 물론 동해도 있긴 한데 서해부터 이야기해보면 북한이 국경선 개념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아마 정치적인 수준에서는 기존의 북한 해역에 대한 기본 입장을 주장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을 군사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서해에서의 우발적 충돌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민간선박 관련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군함이다. 민간선박 관련된 사항은 몇 번의 충돌을 겪으면서 나름대로 우리도 해경에서 신중하게 조치를 취하고 있고 이는 북한도 마찬가지라고 보여진다. 그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본다.

군사훈련차원에서 해상사격이나 군함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북한이 자기들이 설정한 해상경계선을 군사적으로 지킬 수 있을까? 쉽지 않다. 서해에서 군사적 전력을 비교해 보면 북한이 이를 밀어붙일 해군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정치적으로는 해상국경선이 진전된 안을 발표할 수는 있겠지만 그걸 군사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정욱식 : 북한이 과거처럼 경비계선을 선언하는 수준으로 하지는 않을 것 같다. 해상국경선을 명확하게 하고 넘어오면 군사적 대응 하겠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서해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남북의 비핵 전력을 비교해보면 게임이 안되는 수준이고 함정 전력은 더욱 그런데, 북한이 피해가 많을 것 같은 상황에서 이를 감수하려고 할까?

문장렬 : 그건 어렵다. 해상전력 비교해서 본다면 북한이 보통 열세가 아니라 완전한 열세다. 다만 북한은 해안포가 있고 해상으로 사격할 수 있는 순항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종합적인 전력은 그렇게 뒤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남한은 공군력이 있다. 공군력은 우리가 북한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위를 점하고 있다.

김정은이 일단 이야기는 해놨기 때문에 이걸 취소할 수는 없을 것이고, 어떻게 해서든지 해상국경선을 만들 건데, 남한 민간선박이 평소처럼 왔다갔다하는 것을 그냥 놔두자니 김정은이 했던 말이 있고, 공격하자니 전쟁이고.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궁금하다.

한 가지, 실행을 늦추는 방법이 있다. 일단 이야기는 해놓고 발표를 늦추는 방법이다. 또 실제 해상국경선 효력 실행을 늦추는 방법도 있고 민간선박은 묵인하고 군함의 경우 위험사격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

해법은 간단하다. 서로 대화해서 9.19 이전으로 돌리자고 하면 되는데 현재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를 기대하기 굉장히 어렵다.

정욱식 : 북한이 확전 위협을 통해 오히려 위험 수위를 낮출 수도 있지 않을까? 핵을 갖고 있으니까 미국이 확전을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

김연철 :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평가할 때 일단 핵 억지가 유지된다는 것을 가정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 능력이 과거와 비교해서 굉장히 성장했고 한미 양국의 확장억지도 굉장히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는데, 예전보다 훨씬 정교한 대응체제가 마련돼 있다. 그래서 상호 핵 공격 가능성에 대해서 일종의 억지가 유지된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전면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핵 억지가 유지될 때 우발적 충돌이나 제한적 전쟁의 가능성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가 있는데, 사실 핵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면전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지만, 또 핵이 있어서 제한적인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다.

핵보유국인 인도-파키스탄의 경우 제한된 지역에서 제한된 전쟁이 벌어졌다. 상대방이 전면 공격하면 핵 전쟁이 일어나니까 상대도 이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차원에서의 제한적 전쟁이었다. 지금 한반도 문제도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어떻게 약화시키느냐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북한이 완충공간을 분쟁화시키겠다고 전략적으로 검토할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여기에는 군사적 충돌만 있는 건 아니고 굉장히 다양한 수준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직접적인 충돌이 아니라고 해도 긴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식들이 있다.

우리가 서해만 이야기하는데 동해에도 해상경계선 문제는 없지만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울릉도 북쪽에 대화퇴 어장이 있는데, 여기는 한국, 북한, 일본, 러시아의 어업 경계선이 겹치는 곳이다. 몇 년 전 북한이 우리 어선을 몇 시간 나포한 적도 있다. 이렇듯 예상하지 못한 공간에서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군사적 충돌이 벌어졌을 때 제일 중요한 것은 대응 과정에서 확전으로 얼마나 비화할 것이냐의 문제다. 여기서 핵심은 전시작전통제권이 한국에 없다는 데 있다. 실제 2010년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했을 때 대응 과정에서 확전을 조절했던 것은 이명박 정부가 아니라 미국이었다. 미국이 조절했기 때문에 확전으로 나아가지 않은 것이다.

지금 세계적으로 두 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을 용인할 수 있나? 올해 말 대통령 선거도 있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차원에서 어떻게 해서든 긴장을 완화시키려는 발언을 하고 있는 점도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

▲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이재호)

문장렬 : 확전 여부도 우리가 자주적으로 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해상국경선을 설정하긴 했지만 그걸 넘는다고 북한이 무조건 군사적인 공격을 하기 보다는 경고 방송도 하고 민간 함정에 대해 제지도 하는 등 강화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넘어온다고 바로 공격하는 상황은 상상할 수 없을 것 같다.

북한의 해상국경선 설정은 아주 심각하고 첨예한 위기 요인이 됐다는 것이지, 이것이 바로 위기 또는 분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미리부터 너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합리적으로 대응하면 되는 것이다.

이 대응을 정부나 군에 맡길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법적인 장치를 통해 국가안보 또는 전쟁 위험성과 관련되는 부분에 있어서는 국회 동의 등의 또 다른 통제 방안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연철 : 우발적 충돌과 함께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생각해봐야 한다. 그동안 안보 불안이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어도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한국 증시 저평가)’가 작동하지 않았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했을 때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으로는 있었으나 아주 단기적으로 회복됐다.

이는 전면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도 작용했겠지만 위기 국면을 협상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정책 당국의 노력과 의지, 방향 등에 대한 판단이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크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긴장이 높은 상태가 장기화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위기 국면은 결국 협상 국면이 되어야 해소되는데, 지금은 남북관계 측면이나 미국의 대북 정책을 보더라도 협상 국면이 조성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확실성이 아닌 불확실성이 작동하는 것인데, 최근 거시경제 지표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안보 불안까지 이어지면 주식시장 등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이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면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다. 꼭 전쟁이 일어나야 심각한 것이 아니고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태로 장기화되는 것도 심각하다. 이것이 미칠 영향도 살펴야 한다.

문장렬 : 기회비용도 고려해봐야 한다. 남북관계가 좋지 않고 악화되면서 잃어버리는 기회비용의 손실이 어마어마하다.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고 미국, 일본, 대만, 중국, 러시아 등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다른 나라들이 이득을 보고 있다.

역사적 책무 측면도 있다. 100년 가까이 된 분단 상황에서 우리세대가 미래세대에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우리가 제국이 되고 강대국이 되는 이런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서로 협동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을 엄청나게 훼손하고 있는데, 이걸 다시 회복시켜야하는 중요한 지금 시점에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전면전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도 중요한데, 위기가 발생하면 당장 전쟁 위협을 피해서 대화와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정부가 하지 않으면 국회에서라도 이야기해야 한다.

트럼프, 재집권하면 김정은과 만나나

정욱식 :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될 수 있을까?

문장렬 :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방위비 분담금 문제다. 지금 1조 원 좀 넘는 금액을 부담하고 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50억 달러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면 윤석열 정부가 30억 달러 정도로 협상하면서 잘했다고 자평할 수도 있다. 그 외에 다른 문제도 걱정은 된다. 주한미군 철수 등도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

주한미군 철수하면 독자 핵무장 주장이 나올 수 있는데 실현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능력은 이미 박정희 대통령 집권 말기인 1970년대 말에 갖췄다. 하지만 핵무기를 가지게 되면 미국과 적이 되고 국제적인 제재 받고 핵확산금지조약(NPT)의 공적이 된다. 그걸 감당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감당해서라도 핵무장을 했을 때 비용 대비 효과가 있는지 봐야 한다.

핵무장을 하지 않으면 평화가 유지할 수 없나? 그렇지도 않다. 스페인과 영국, 독일과 프랑스 등은 세계 패권을 두고 싸웠지만 지금은 동맹과 유사한 사이가 됐다. 그러한 경제적이고 합리적이며 평화지향적인 방법이 있는데 극구 핵무장을 하겠다는 것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

정욱식 :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 하면 김정은 위원장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김연철 :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을 갖고 판단해야 한다. 북한 입장에서도 한 번 당했는데 두 번 당할까? 북한은 다시 외교적인 협상을 해서 성과를 가져가는 부분에 대해 기대를 크게 갖고 있지 않을 것이다. 일단 하노이 회담의 결과 및 그것이 주는 심리적 타격이 컸던 것 같다. 그래서 이후 북한 외교정책이 국방 중심으로 바뀌고 협상을 중재했던 대남 부분을 싹 정리하면서 남북관계가 악화되기도 했다.

미국 쪽의 경우 하노이 회담의 실패 구조가 똑같이 작동한다고 본다. 트럼프가 왜 마지막에 결렬시켰냐의 문제인데, 이건 북한과 협상으로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이익이 미국 국내 정치적 차원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과 견줘봤을 때 유리하지 않기 때문에, 즉 북한과 ‘스몰딜’ 보다는 ‘노딜’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이 구조는 여전히 작동한다. 오히려 미국 내에서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그 때보다 높으면 높아졌지 낮아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북한 핵 능력이 2019년 이후에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됐다는 점도 문제다. 이렇게 되면 협상 내용도 훨씬 복잡해지고 어려워진다. 북미가 만나서 협상 내용을 조율한다고 했을 때 하노이보다 훨씬 어려운 협상이 될 수밖에 없지 않겠나.

▲ 2019년 2월 28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위치한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회담을 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정욱식 : 북한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면 북핵과 미사일 동결하고 그에 따른 상응조치로 한미 대규모 연합 훈련, 미국 전략자산 전개 등을 중단하거나 제재를 일부 완화하는 등의 주고 받기는 가능하지 않나?

김연철 :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접근해서 해법을 모색하면 점진적‧단계적 방식도 가능하다. 그런데 정치적으로 봤을 때는 그렇게 결정하기 어렵다고 본다.

일부에서 비핵화 모델에서 군축 모델로 전환하자고 하는데 이는 지혜로운 담론이 아니다. 비핵화 모델도 점진적‧단계적 방식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그 중간에 동결, 군축단계 등이 있는 건데, 최종 목표로 비핵화를 삭제하는 것과 살려놓는 것은 그 정책 효과가 굉장히 다르다. 장기적 목표로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굳이 닫을 필요가 있을까? 그걸 닫아놓고 대국민 설득이 가능한가? 쉽지 않다.

정욱식 : 비핵화가 목표라고 공표하면 북한과 대화 가능성 자체가 희박해지지는 않을까?

김연철 : 우리가 과정으로서 비핵화로 접근한다고 했을 때 2018년 김정은도 핵을 가질 이유가 없고 미래세대에 넘겨줄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즉 과정이나 상응체제를 어떻게 마련할지에 달려있다. 비핵화 목적을 살려둘지 말지의 문제는 협상에서 얼마든지 지혜로운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다. 비핵화와 군축을 대비되는 것으로 접근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기시다에 손짓하는 김정은, 북일 정상회담 성사될까

정욱식 : 그런가하면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월 5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노토반도 지진에 대한 위문 전문을 보냈다. 이후 북한과 일본이 최근 대외적으로 접촉에 대한 입장을 주고 받고 있다. 북일 간 회담 성사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김연철 : 외교는 다변화하면 할수록 협상력이 높아진다. 북한이 러시아와 관계를 중심으로 경제, 군사, 외교적으로 생존을 추구하고 있는 것은 맞다. 북미관계의 경우 미국이 움직여야 하는데 이는 예상하기 어렵다. 그런 차원에서 남북관계 악화와 북미관계 장기 교착 국면에서 북일 관계를 나름대로 일종의 외교적인 카드로 만들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

일본도 북일관계 정상화가 전후체제 청산이라는 차원에서 나름 역사적 의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접촉을 꾸준하게 진행되면서 서로 조율해 나가는 과정인데,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북일 관계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납치문제에 대한 해법인데, 북한이 일본이 원하는 수준을 맞춰줄 수 있을 것인지가 문제다. 격차가 크다.

일본도 대북협상이 갖는 위험부담이 있다. 국내 정치적으로 대북협상을 통해 기시다 정부가 낮은 지지율을 만회할 수 있냐고 하면 그건 어렵다. 북한 협상은 양면성이 있고 장기적이다. 접촉을 할 수는 있겠지만 2000년대 초반의 북한과 일본 간 있었던 역사적 대합의를 복원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높지 않다.

문장렬 : 일본인 납치자가 지금 12명인데 8명은 사망했고 4명은 북한이 부인하고 있다. 이를 검증하면 혹시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 일본이 원하는대로 와서 다 조사하고 검증 해보라고 하면 가능할 수도 있다. 이건 일본 국내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보다 큰 문제는 식민지 배상 문제다. 또 북한이 핵 실험 하고 미사일 개발하면서 실질적 안보위협이 된 상황을 단기간 내에 해소하기 불가능하다. 북한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일단 대화를 시작하면서 외교 지평을 확대하려는 것 같다.

지난 14일 쿠바가 남한과 수교해서 북한이 뼈아프겠다는 분석도 나오는데, 북한은 이 문제에 신경도 안 쓴다. 쿠바는 북한의 영원한 형제국이고 수교하는 건 그들의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북한은 북한대로 대한민국과 국가 대 국가 관계니까 일본, 미국과 관계 개선하려고 할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남한보다 미국, 일본과 대화를 먼저 시작하려고 할 것 같다.

한편으로는 김정은이 반제국주의 외교를 강화하겠다고 이야기했는데, 소위 말하는 ‘정상국가’ 차원에서 국방과 외교 등을 해나가려는 것처럼 보인다.

▲ 문장렬 전 국방대학교 교수. ⓒ프레시안(이재호)

정욱식 : 현 시점에서 중국의 역할은 어떨까? 예전에는 미국이나 중국이 막후 또는 공개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해서 긴장 완화 조치를 하거나 4자 또는 6자회담으로 가기도 했는데 지금은 가능할까?

김연철 : 한반도정세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이 그 부분이다. 예전에는 사실 ‘중국역할론’을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2019년 12월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엄청난 도발을 예고했다가 그냥 넘어갔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게 중국이 나름 외교적 역할을 통해 한반도 정세를 관리했던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데 있어서 남북미중 4자회담 형식으로 전후체제를 청산해야 하는데, 당연히 미중관계가 어느 정도 뒷받침이 돼야 지속가능한 평화체제로 변화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중 간 전략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전반적인 미중 대화 기조가 약화됐다. 지금은 속도조절 차원에서 정상회담을 비롯해 여러 논의하고 있지만 과거와는 다르다.

북핵 문제나 한반도 정세 안정화에 있어서 미중 간 협력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한반도 질서와 관련해 부정적으로 예측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고 있는데 이 부분이 제일 안타깝다. 물론 아직까지 중국도 한반도 정세 안정화가 중국 국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중국의 역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우리도, 미국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군사분계선이 남북 경계뿐만 아니라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분단선’이 되고 있는 부분도 주목해야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러시아는 차이가 좀 있다. 북러 관계를 보면 일단 북한의 첨단 미사일 분야에서 러시아의 영역이 강화되고 있다. 경제 부분은 북한과 러시아 모두 유엔 제재를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과 전략경쟁 속에서도 유엔 제재를 비롯해 국제규범을 준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외교적 협의에 있어서도 여전히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방침이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한중관계가 지금은 거의 파탄 상태라는 점인데, 중국과 외교 관계를 복원해 정세 안정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부분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전혀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한반도 정세 긴장이 이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욱식 : 남북관계는 무너졌고 한반도 평화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과 그에 대한 해결 방법이 있다면?

문장렬 : 7.4 남북공동성명이 50년 됐고 남북기본합의서가 나온 지 30년이 넘었다. 여기에 더 이상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다. 문제는 실천이다.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제대로 된 평화세력이 집권해서 제대로 된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같은 정부가 집권하면 사태를 더 악화시킬 것이다.

김연철 : 현재 상황이 지속성도 있고 새로운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전쟁 이후 70년이 흘렀는데 그 기간 동안 반복되는 부분도 있었다. 평화로운 한반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부분, 그리고 분단체제 극복을 위해 통일이라는 목표를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통일이라는 목표를 열어둔 채로 현실적인 두 국가 체제를 어떻게 평화롭게 만들 것인가가 중요한 것 같다.

여전히 남북관계와 한반도 문제를 민족주의적 접근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경향이 남아있는 것 같은데, 민족논리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워 졌다. 평화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핵문제 해법, 평화체제 조성 등과 관련해서 최소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질서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와 연결되어 대북정책을 봐야 할 것 같다.

민족주의적 접근으로 만들 수 있는 남북관계의 공간이 크지 않다. 여전히 당위론이 있고 사명감을 가질 수는 있는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확하게 매듭을 찾고 어떻게 풀어 가는가에 대한 외교적 노력 및 쟁점에 대한 이해 등이 있어야 한다. 조금 더 문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심층적인 공감대를 마련해야 더 큰 꿈을 실현할 수 있다.

물론 민족을 부정할 수는 없다. 어차피 통일은 민족의 재결합이고 민족공동체인 것이다. 그 부분을 부정하는 건 아니고, 문제를 해결할 때 민족공조로 풀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뜻이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면 왜 문재인 정부에서 민간교류가 잘 안됐냐, 금강산이나 개성공단 왜 풀지 못했냐고 하는데 집권 첫 해인 2017년에 그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유엔 안보리 제재가 작동하고 있었다.

안타깝게 생각하는 건 미국과 ‘워킹그룹’을 왜 하냐는 비판들이 있었는데 당시로서는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다. 인도적 지원을 하려면 제재 면제를 받아야 한다. 그걸 뉴욕에 있는 유엔 본부에 가서 받아야 한다. 즉 정부와 시민단체가 협의해서 제재 면제 신청서를 뉴욕 유엔 본부에 제출하면 유엔은 이걸 미국에 준다. 이 단계를 줄이기 위해 한미 간 제재 면제 관련한 실무협의체로 만든 것이 워킹그룹이었다. 즉 제재 면제 과정을 간소화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물론 워킹그룹을 남북관계를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더 잘 운영했어야 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은 가능하다고 본다. 거기서 미흡한 부분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걸 왜 했냐고 비판하면 좀 답답해진다. 정부가 국제법을 어길 수는 없지 않나. 또 시민단체든 기업이든 제재 위반하면 벌칙을 받는다. 훨씬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북한 관련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데, 저는 오히려 남북관계 공간이 굉장히 협소했는데 말이 너무 앞섰다고 생각한다. 실천할 만큼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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