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업무개시명령’ 본격화…송달 여부 등 쟁점될 듯
금고형 이상은 면허 취소…행정소송 등 법적다툼 예고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이영섭 권희원 기자 =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며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들에게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본격적으로 발령하면서 자칫 이번 사태가 의사들에 대한 무더기 수사와 기소로까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20일 현재까지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대상자가 800여명에 이르는 데다, 양측 모두 한치도 물러섬 없이 강경 대치를 계속하는 가운데 정부가 ‘이번 만큼은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며 기계적인 법 집행 방침을 예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 업무개시명령 계속 불이행하면 기소 불가피
보건복지부 집계 결과 전날 밤 기준으로 전국 100개 수련병원에서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전체의 55%인 6천415명이며, 이중 약 25%인 1천630명이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이탈 전공의 가운데 831명을 추려 업무개시명령을 했다. 정부는 이날 추가로 현장 점검을 해 근무지 이탈 여부를 세세하게 확인한다는 방침이라 업무개시명령 발령 대상은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의료법 59조는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危害)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이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한다.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복지부는 업무개시명령에도 전공의들이 현장으로 복귀하지 않으면 추가로 강제이행명령을 내리고, 그럼에도 응하지 않을 경우 의사면허 정지, 고발 등의 조치를 할 계획이다.
의사들의 파업 등 집단행동, 이에 따른 업무개시명령 발령이 처음은 아니지만 현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강경하게 ‘엄정 대응’ 방침을 강조하고 있어 전공의를 포함한 현직 의사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최근 브리핑에서 “만일 전공의들이 장기간 복귀를 하지 않아 (병원) 기능에 상당한 마비가 이뤄지고, 실제로 환자 사망 등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면 법정 최고형까지 갈 것”이라며 “정부는 굉장히 기계적으로 법을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 ‘송달’ 적법성 등 쟁점…금고 이상이면 면허 취소
실제 기소로까지 이어진다면 치열한 법정 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무개시명령 불이행 자체만으로는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없지만, 최근 개정된 의료법 65조에 따라 어떤 범죄든 금고 이상 형(선고유예·집행유예 포함)을 선고받으면 의사 면허가 취소되기 때문이다.
재판의 주요 쟁점은 업무개시명령이 적법하게 ‘송달’됐는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SNS 등에는 전공의들이 이같은 송사에 휘말리지 않도록 하는 대처법이 공유되고 있다. 모르는 전화는 받지 말거나, 아예 전화기를 꺼놓는 방식으로 송달을 피하자는 것이다.
2022년 7월 시행된 행정절차법 개정안 24조는 송달이 ‘문서로 전달’하는 것을 전제하면서도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해 긴급히 처분할 필요 등이 있는 경우’에 말·전화·휴대전화를 이용한 문자 전송·팩스·전자우편 등 문서가 아닌 방법으로 처분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송달을 끝까지 거부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성훈 법무법인 법승 파트너 변호사는 “원칙은 처분서가 서면으로 도달해야 하는 것인데, 본인에게 직접 송달하는 것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 받아도 송달로 인정된다”며 “전화기를 꺼놓고 잠적한다고 하더라도 송달을 받지 않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에서는 전공의들의 낸 사직서의 진실성에 대한 판단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진정으로 ‘그만두겠다’는 점이 인정될 경우 정부가 의료행위를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 법조계 일각에서는 전공의들의 이번 집단행동이 과거처럼 ‘파업’이 아닌 ‘사직’ 형태로 이뤄진 데 대해 ‘개인 자유의사가 반영된 사직까지 업무개시명령 대상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복지부 역시 이같은 점을 고려해 먼저 각 병원에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린 뒤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것으로 보인다.
◇ 행정소송·위헌법률심판 제청 대응할 수도
다만 정부의 처분에 맞서 전공의들이 대응할 수 있는 법적 카드도 존재한다.
총파업을 벌였다가 역시 같은 업무개시명령을 받아 파업을 종료할 수밖에 없었던 화물연대는 2022년 12월 서울행정법원에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업무개시명령 처분 취소 소송을 내 재판이 진행 중이다.
화물연대는 아울러 업무개시명령이 헌법이 보장한 노동기본권과 국민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위헌적 조처라며 근거 법률 조항인 화물자동차법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법원에 냈다.
한 행정소송 전문 변호사는 “전공의들은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형사 처벌이나 면허 취소와 같은 행정 처분이 동반되는 만큼 이를 다투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집행정지 신청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나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등 협회 수뇌부가 업무방해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질 수도 있는데, 이 경우 단체행동 강제·자발성 여부가 유·무죄를 가를 수 있다.
2000년 의약분업에 따른 집단폐업·휴업 때는 전국 전공의 79%가 단체행동에 동참했는데, 대법원은 2005년 이를 주도한 김재정 전 의협 회장에게 업무방해 혐의 등을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당시 의협 결의를 지키지 않으면 징계처분 대상이 돼 불이익을 당할 위험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압력 분위기가 있어 강제로 휴진에 동원됐다는 점이 인정됐다.
그러나 2014년 원격의료 도입에 반대하면서 협회 차원에서 집단휴진을 결의하고 회원들에게 동참할 것을 요구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기소된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2021년 10월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휴업은 사업자 각자의 판단에 맡긴 것으로 사업내용 또는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2vs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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