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그룹이 ‘방송통신위원회 불법 승인’ 논란 속에 YTN의 최대주주가 됐다. 유진그룹은 즉각 이명박 정부 당시 YTN 경영진을 중심으로 이사진 물갈이에 나서며 공정방송 제도 무력화에 나섰다는 비판을 부르고 있다. YTN 구성원들이 방통위의 최대주주 변경 승인에 대한 법적대응에 나선 가운데, 유진그룹이 방통위가 부여한 승인 조건을 이미 파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통위는 지난 7일 대통령 추천 2인 체제(김홍일·이상인)로 전체회의를 열고 유진그룹의 특수목적법인 유진이엔티가 신청한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 안건을 통과시켰다. 유진이 지난 14일 인수 잔금을 치르고 YTN의 공기업(1대주주 한전KDN, 3대주주 한전마사회) 주식을 모두 넘겨받으면서 민영화는 형식적으로 완료됐다.
그러나 유진의 법적인 최대주주 적격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방통위가 ‘2인 체제 의결의 불법성’을 판시한 법원 판단을 거슬러 최대주주 변경 승인을 강행했다는 지적이다. ‘자본금 1000만 원의 1인회사’ 페이퍼컴퍼니를 최대주주로 승인하고, ‘심사 없는 졸속 승인’을 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와 우리사주조합은 방통위의 유진이엔티에 대한 YTN 최대주주 변경승인 처분을 중단해달라는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해 오는 27일 서울행정법원 심문기일을 앞두고 있다. 동시에 방통위 승인 최소를 청구하는 행정소송도 제기했다.
YTN 사측 또한 최대주주 변경 승인 당일 입장문을 내고 “보도전문채널의 민영화라는 중대한 결정을 방통위원 2명이 논의해 결정한 것은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 설립 취지에 어긋난다”며 “방통위가 스스로 천명한 심사 기본계획대로 심사가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유진그룹의 방통위 승인 조건 파기 논란도 새로 불거지고 있다. 최대주주에 오른 직후 이른바 ‘언론장악 부역자’로 꼽히는 이명박 정부 당시 YTN 경영책임자들을 이사진에 앉히면서다. 지난 15일엔 이명박 정부 시절 YTN 상무를 지낸 김백씨를 YTN 사내이사에 지명했고, 같은 날 유진이엔티 사외이사로는 이명박 정부 시절 YTN 사장을 지낸 배석규씨를 임명했다. 김백 전 상무를 사내이사로 지명한 것은 YTN 사장으로 임명하기 위한 내정 수순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배 전 사장과 김 전 상무는 이명박 정부 당시 경영진으로 노사 단체협약을 깨면서 보도국장 추천제를 폐지했으며 돌발영상을 폐지한 주역으로 꼽힌다. 노사 합의로 설치한 ‘YTN 바로세우기 및 미래발전위원회’가 발간한 과거사 백서는 두 인사의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친정권 보도 외압과 노조 탄압 논란을 수록하고 있다.
백서에 따르면 김 전 상무는 경찰이 쌍용차 해고노동자 분향소 설치를 저지하는 내용을 다룬 ‘돌발영상’ 아이템을 질책했고, 이후 YTN 돌발영상이 폐지됐다. 배 전 사장은 2013년 YTN지부 조합원(우리사주조합 주주)들이 주주총회에 참석하자 경찰에 “당사의 신고가 있을 경우 즉각 경력을 출동시켜 현행범으로 (노조원을) 체포”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의 결재권자로 명시됐다.
배 전 사장은 2012년 국무총리실의 YTN불법사찰 문건에도 등장했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2009년 9월3일 해당 문건에서 배 전 사장을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과 YTN 개혁에 몸 바칠 각오가 돋보이는” 인사라며 “(배 당시 사장 직무대행이) 취임 후 즉시 보도국장 직선제 폐지와 좌편향 보도국장 교체, 돌바령상 담당PD 교체, 좌편향 앵커진 대폭 교체, 친노조 성향 간부진 교체 등 개혁 조치를 계속한다. 사장으로 임명해 힘 실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한석 언론노조 YTN지부장은 “노사가 민영화에 대비해 마련한 공정방송 제도마저 무너지고, 김백씨와 같이 권력 친화적인 극우 성향의 사장 아래 보도가 나가도록 허용한다면, 시민과 공론장에는 재앙”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윤석열 정부의 YTN 민영화가 ‘공영언론 해체’ 작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는 풀이도 나온다. 정부는 YTN 소유구조를 민영화한 것과 별개로 올해 YTN사이언스국에 지원하던 예산 40억원(전년)을 올해 전액 삭감 편성했다. 외교부를 통해 글로벌센터에 지원하던 예산도 ‘0원’으로 편성했다. 이에 YTN은 긴축 경영에 들어간 상태였다.
고한석 지부장은 “윤석열 정권은 (지난 정권처럼) 공영방송에 낙하산 사장을 보내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계획을 넘어, 그게 안 되면 아예 없애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가질 수 없으면 파괴하겠다’는 것”이라며 “이에 따라 YTN의 소유구조 민영화까지 밀어붙이기 이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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