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겨울 기운이 가시지 않은 2월 11일, 수온 3.4도 날씨에 정장을 갖춰 입은 한 남성이 인천 앞바다에 들어갔다. 출렁이는 파도가 그의 무릎을 적셨다.
“이곳은 영종도 해안가입니다. 기후 위기는 빙하를 빠른 속도로 녹이고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져 우리가 사는 도시를 파괴합니다.” 그가 말했다.
이어진 장면에서 수면은 그의 배까지 올라왔다. “우리 인천은 런던이나 뉴욕보다 더 위험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인천의 해수면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기후 위기를 잘 아는 정치인이 필요합니다.”
다음 장면에서는 넥타이가 모두 물에 잠겼다. 파도는 가슴 높이에서 출렁였다. “기후 위기로 인한 재난에 당장 대응하고 안전한 도시를 만들어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지키고자 한다면 이동학을 국회로 보내주십시오!” 그가 외쳤다.
“아이들의 미래를 물에 잠기게 할 수는..! (없습니다)” 영상은 바닷물이 그의 목까지 차오르며 끝났다.
이 남성의 정체는 이동학(41)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2050탄소중립위원회 위원’이자 ‘쓰레기센터 대표’로 기후위기 대응 등 환경운동에 투신해온 인물이다.
이동학 예비후보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4·10 총선)에서 인천 중구·강화·옹진에 출마를 선언하며, 기후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 영상을 20일 유튜브에 올렸다. 그가 출마 이유를 설명하는 동안 점차 높아지는 바닷물은 기후위기로 인한 해수면 상승을 표현하고자 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인천의 해수면 상승 속도는 가파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극지연구소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한민국 인천은 지구 평균보다 10% 높은 약 4㎝ 상승하는 것으로 예측됐는데, 뉴욕, 시드니 등 5개 주요 해안 도시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동학 예비후보의 수중 외침이 그저 ‘기발한 자기 PR’에 그치지 않는 이유다.
한편 해당 지역구 현역은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이다. 배 의원은 지난 15일 당에서 단수공천을 받았다.
유해강 에디터 / haekang.yo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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