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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잠입취재 후 블랙리스트 오른 기자 “내가 사람 때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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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배송 차량. ⓒ연합뉴스
▲쿠팡 배송 차량. ⓒ연합뉴스

“뉴스타파 기자들이 왜 블랙리스트에 올랐나. 내가 쿠팡에서 사람을 때렸나.”

쿠팡 잠입 취재에 나섰다가 이른바 블랙리스트인 ‘PNG 리스트’에 등재된 홍주환 뉴스타파 기자의 성토다. 홍 기자는 20일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쿠팡이 언론의 감시를 차단하고 있지만, 언론은 쉬지 않고 쿠팡을 취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운동단체들은 리스트에 오른 피해자들과 연대해 쿠팡을 상대로 소송을 검토할 방침이다.

최근 MBC는 쿠팡이 채용 기피인물들의 재채용을 막기 위해 ‘PNG 리스트’라는 일종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해왔다고 보도했다. MBC 보도에 따르면 1만6540명이 리스트에 있으며, 언론인과 유튜버도 리스트에 있었다. 이와 관련해 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쿠팡대책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에 대한 집단 소송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쿠팡 PNG리스트에 등재된 홍주환 뉴스타파 기자와 정성용 쿠팡물류센터지회장이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쿠팡 노동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위장 취업을 하고, 보도 이후 ‘회사 명예훼손’ 명목으로 리스트에 오른 홍주환 기자는 “쿠팡은 선량한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항변하는데, 소수의 극단적 사례로 전체를 호도하는 물타기”라면서 “나를 포함한 뉴스타파 기자들은 왜 블랙리스트에 올라갔는가. 내가 거기서 사람을 때렸나”라고 지적했다.

▲홍주환 뉴스타파 기자(왼쪽)와 정성용 지회장(오른쪽)이 20일 쿠팡 큐탄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홍주환 뉴스타파 기자(왼쪽)와 정성용 지회장(오른쪽)이 20일 쿠팡 큐탄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홍 기자는 “쿠팡은 모든 문제에 대해 ‘불법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5번 잠입취재하면서 본 건 쉬는 시간 없이 일하는 노동자 쉴 곳 없는 작업장, 먼지가 껴서 돌아가지 않는 환풍기”라고 비판하면서 “쿠팡은 언론의 감시를 차단하고 있다. 이제 난 (리스트에 올라) 잠입 취재를 못하지만, 새로운 기자들이 계속 쿠팡을 감시할 거다. 대한민국의 모든 기자들을 리스트에 올리지 않는 한 취재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성용 지회장은 노동조합 활동 때문에 자신이 리스트에 오른 것 같다고 추정했다. 정 지회장은 “지난해 노조원 부당해고와 관련된 면담을 요청했고, 회사는 이를 빌미로 감봉 3개월 징계를 내렸다”며 “결국 노동위원회에서 부당징계를 인정받았다. 또 쿠팡이 노동조합 활동시간을 보장해주지 않아 조퇴하면서 관련 활동을 했는데, 이후 무기계약직 전환이 거절됐다. 이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정 지회장은 “쿠팡은 인사평가도 아닌 주관적인 살생부를 당장 없애고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쿠팡에 대한 처벌·조사·수사 여부는 한국 사회에서 법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는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 지회장은 언론이 쿠팡 주장을 받아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정 지회장은 “쿠팡은 MBC 뉴스데스크 보도가 나오면 반박문을 내고, 비방·음해를 한다”면서 “경제지들이 이를 베껴 쓰는데, 한국에 경제지가 그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다. 쿠팡이 해명자료를 올리면 수많은 경제지가 이를 그대로 쓴다”고 했다.

▲20일 쿠팡의 블랙리스트 사건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가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20일 쿠팡의 블랙리스트 사건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가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전대식 전국언론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언론사가 쿠팡 문제를 적극적으로 보도해야 한다고 했다. 전 부위원장은 “오보보다 더 나쁜 게 무보도”라면서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기자들이 연대하는 것이다. 탐사보도를 하는 것까진 바라지 않겠다. 적어도 쿠팡이 자행하고 있는 사건에 대해선 보도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전 부위원장은 언론이 쿠팡 문제를 적극적으로 보도하도록 언론노조 차원에서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전 부위원장은 “이번 블랙리스트 사건은 쿠팡이 언론의 편집권과 편성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쿠팡 보도에 대해 언론노조 내 민주언론실천위원회를 가동해 잘못된 부분을 따지겠다. 나름의 지침을 마련해 쿠팡 문제를 보도하지 않은 언론사를 독려하겠다”고 했다.

쿠팡대책위는 쿠팡에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김혜진 쿠팡대책위 집행위원장은 “블랙리스트에 오른 피해자들과 상의해 집단 소송에 나설 예정”이라며 “법률 대응팀을 광범위하게 꾸릴 예정이다. 향후 본격적인 계획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쿠팡 같은 거대 기업과 맞서기 위해선 시민들의 힘, 그리고 언론인들의 힘이 필요하다”며 쿠팡 문제에 대한 동참을 요청했다.

▲쿠팡 뉴스룸에 올라온 쿠팡 블랙리스트 사건 관련 반박자료. 사진=쿠팡 뉴스룸 화면 갈무리.
▲쿠팡 뉴스룸에 올라온 쿠팡 블랙리스트 사건 관련 반박자료. 사진=쿠팡 뉴스룸 화면 갈무리.

쿠팡은 20일 자사 보도자료를 게재하는 ‘뉴스룸’ 사이트에 “MBC는 최소한의 반론 기회도 제공하지 않는 등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했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또 쿠팡은 MBC가 개설한 리스트 확인 사이트 폐쇄를 요청하는 가처분을 신청하겠다고 했다. 미디어오늘은 쿠팡에 언론인이 리스트에 오른 것에 대한 입장을 물었으나 답을 들을 수 없었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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