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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과징금’ TV조선 ‘행정지도’…‘바이든-날리면’ 같은 보도 다른 제재

미디어오늘 조회수  

▲  2022년 9월22일자 보도와 달리 현재는 '바이든'이 사라진 채널A ‘뉴스TOP10’ 갈무리
▲ 2022년 9월22일자 보도와 달리 현재는 ‘바이든’이 사라진 채널A ‘뉴스TOP10’ 갈무리

2022년 윤석열 대통령 순방길 과정에서 나온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보도를 이유로 방송사들이 무더기 제재를 받았다. MBC, YTN, JTBC가 각각 법정제재에 해당하는 ‘과징금’, ‘관계자 징계’, ‘주의’를 받았고 KBS, TV조선 등의 방송사들은 사과 방송 등 후속 조치를 했다는 이유로 법정제재를 피했다.

여야 6대1로 구성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0일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2022년 9월22일자 MBC ‘뉴스데스크’, KBS ‘뉴스9’, SBS ‘8뉴스’ ‘OBS 뉴스 O’, TV조선 ‘뉴스9’, 채널A ‘뉴스TOP10’, JTBC ‘뉴스룸’, MBN ‘프레스룸’, YTN ‘더뉴스 1부’ 등 9개 방송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여권 추천 위원만 3인(류희림·황성욱·이정옥) 참석한 가운데 MBC, YTN, JTBC에 각각 법정제재 ‘과징금’, ‘관계자 징계’, ‘주의’가 의결됐다. OBS에도 법정제재 ‘주의’가 의결됐다. 가장 낮은 제재를 받은 채널A는 행정지도 ‘의견제시’를 받았고 KBS, SBS, TV조선, MBN은 행정지도 ‘권고’를 받았다. 문재완 위원(윤석열 대통령 추천)은 해외출장을 이유로 불참했다.

▲서울 상암동 MBC사옥. ⓒ연합뉴스
▲서울 상암동 MBC사옥. ⓒ연합뉴스

이날 소위에선 MBC에 대한 강한 비판이 나왔다. 이정옥 위원(윤석열 대통령 추천)은 “MBC의 경우 자신들 보도가 전혀 잘못이 아니며 1심 판결조차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를 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심의 기준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최고 징계를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의견진술자로 나온 박범수 MBC 뉴스룸 취재센터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은 MBC 단독이 아니다. 대다수 방송사들이 똑같이 보도했다”며 “MBC만 특정해서 소송을 걸고 비속어 보도 자체가 MBC 보도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건 다른 언론들의 자체 판단 능력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MBC를 집중적으로 때려서 전체 언론을 길들이려는 의도,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속어 논란이 벌어진 하루 뒤(2022년 9월23일) 나온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의 해명(미국이 아닌 한국 국회를 대상으로 발언했다는 주장)을 어떻게 들었냐는 질문에 박 센터장은 “비판적으로 보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16시간 가까이 아무 얘기하고 있지 않다가 다음날에야 나온 해명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건 언론으로서 당연하다”고 말했다.

류희림 위원장(윤석열 대통령 추천)은 “나도 특파원을 하며 치열한 외교 현장에 오래 있었다”며 “회의를 마치고 수백명 사람들 섞여 내려오면서 한국말로 한 지극히 사적인 내용을 다루는 게 보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나”라고 물었고 박 센터장은 “대통령의 모든 말과 행동은 공적 사안이다. 해당 발언도 사적 내용이 아니고 앞에 나왔던 연설 내용에 대한 코멘트 형식으로 발언한 것이기에 매우 기사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 지난 15일 나온 TV조선 사과방송.
▲ 지난 15일 나온 TV조선 사과방송.

반면 KBS는 ‘바이든-날리면’ 보도 관련 사과 방송을 했다는 이유로 행정지도 ‘권고’를 받았다. 의견진술자로 나온 최동혁 KBS 통합뉴스룸 정치부장은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뉴스를 만들어야 할 공영방송 제작진으로서 해당 보도가 시청자 여러분께 혼란을 초래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명확히 판정할 수 없는 특정 단어를 써서 보도했다는 점에서 잘못된 보도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KBS는 MBC 등 다른 언론의 보도 영향을 받아 ‘바이든’으로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최 정치부장은 “당사자 기자의 진술을 받았다. 기자에 따르면 낮에 저희는 명확하게 안 들리니 이 보도를 보류하고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타 언론들이 바이든을 적시해서 보도가 나오자 거기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정치부장은 3개월 전 정치부장으로 발령받아 당시엔 해당 보도를 관리하는 자리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TV조선과 MBN 역시 다른 보도의 영향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김동욱 TV조선 김동욱 부본부장은 ‘바이든’ 자막을 쓴 경위에 대해 “모든 언론이 ‘바이든’이라고 나가고 있고 인지하고 들으면 그렇게 많이 들린다”며 “낙인효과라고 해야 할까. 이튿날 김은혜 당시 홍보수석 이야기가 나오고 다시 들어봤을 때는 판단하기 쉽지 않았다. 이런 일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반면교사 삼아 충분히 사실확인 거치고 안 되면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채수환 MBN 시사제작국장 역시 “‘바이든’ 생각을 하고 들으니 바이든으로 들렸던 부분이 솔직히 있다. 착각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9월22일 첫 보도 당시엔 과학적 분석이 미흡했다. 언론 여러 군데에서 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속보경쟁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정확하게 확인 못 한 점 다시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손석민 SBS 보도본부 뉴스혁신부장은 “논란 당시엔 6대4, 7대3 정도로 ‘바이든’으로 들린다는 의견이 우세했다”며 “그럼에도 다음날 대통령실 해명이 나오자 메인뉴스에서 거의 처음으로 팩트체크 꼭지를 통해 음성분석 보도를 냈다. 명확히 판정하기가 어렵다는 1심 판결의 취지가 그때 반영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송사 9곳 중 가장 낮은 수위의 제재를 받은 채널A는 2022년 9월22일 당시 17시 뉴스에선 ‘바이든’이라 명시했다가 당일 19시 메인뉴스에서 ‘바이든’을 기호 표시했다. 채널A 천상철 보도본부 부본부장은 “여러 루트로 취재한 결과 대통령실의 공식해명이 ‘바이든’이라 할 수 없다는 걸 알아냈다. 그래서 당일 메인뉴스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 2022년 9월22일 방송 당시의 SBS '8 뉴스'(위)과 현재 수정된 SBS '8 뉴스'(아래)
▲ 2022년 9월22일 방송 당시의 SBS ‘8 뉴스'(위)과 현재 수정된 SBS ‘8 뉴스'(아래)

반면 ‘항의성’ 발언을 했던 YTN과 JTBC는 ‘중징계’에 해당하는 법정제재를 받았다. 박순표 YTN 보도국 편집에디터는 “논란이 알려진 당시엔 대통령실에서 발언이 기억나지 않고 공적인 내용이 아니라고 했다. ‘바이든’ 발언을 부인하지 않았다”며 “이걸 다루지 않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 여야 공방이 벌어진 상황에서 최소한의 이해를 돕기 위해 ‘바이든’ 자막을 달지 않을 수 없었다. 다시 이런 상황이 온다 해도 그대로 표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갸우뚱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순표 에디터는 “반론이 나오면 충실히 보도하는 등 합리적인 보도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여야가 어떤 반응 보이고 있는지 그 내용을 전하고 그 과정에서 녹취를 인용해 ‘바이든’이라고 표기한 것에 제작진 의견진술을 불러낸다고 하면 어느 언론이 기사를 쓰고 보도할 수 있겠나. 상식적으로 드리는 말씀”이라며 “의견진술이 필요할 만큼 YTN 보도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러한 심의는 언론 자유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인식 JTBC 뉴스콘텐츠부 뉴스담당부국장은 KBS처럼 왜 사과방송을 하지 않았냐는 심의위원의 질문에 “1심에서 판독 불가라는 판단이 나왔다. 상급심에 따라 판단이 바뀌면 기준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1심 판결에 대해 양쪽의 논란이 있는 상황이다. 우리의 보도에 대해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게 아니라 방심위가 1차 판결문을 지금 기준으로 삼고 있듯이 우리도 앞으로 나오는 판결을 충실히 따르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연합뉴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연합뉴스

결국 방통심의위의 ‘바이든-날리면’ 심의 예고 이후 각 방송사들이 얼마나 성의 있는 후속조치를 보였는지에 따라 제재 수위가 결정된 모습이다. 류희림 위원장은 심의에 앞서 “‘바이든’ 부분을 전면 삭제하거나 수정하고 별도 공지를 통해 사과문을 게시한 언론이 있고 사과 방송까지 한 언론사가 있다”며 “아니면 단순히 법원 판결만 고지한 방송사도 있다. 이런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제재 수위를 논하는 데 참고하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2일 심의 대상으로 오른 방송사 9곳 중 MBC와 OBS를 제외한 방송사들이 자막 수정, 영상 비공개 등 조치를 1월 말 일괄적으로 취했다고 보도했다. 특정 시점에 일부 방송사들이 일괄 수정 조치를 내리자 방통심의위 측에서 일부 방송사에만 사전 언질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항의가 나오기도 했다. 미디어오늘 보도가 나온 뒤 문제 기사를 비공개 처리한 OBS는 법정제재 ‘주의’를 받았다.

[관련 기사 : ‘바이든→OOO’ 심의 앞둔 방송사들 리포트 고쳤다]

당시 한 방송사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안내를 받은 곳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고 다른 방송사 관계자는 “타사가 수정된 것을 보고 조치했다. 언질을 받은 곳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MBC 측은 “방통심의위로부터 연락 받은 게 없다. 타사 수정 상황도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MBC는 과징금 의결이 나온 직후 입장문을 내고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의결을 보류해왔던 관행조차 깨버렸다”며 “합리적 정당성을 갖지 못한 1심 판결을 기다렸다는 듯 제재의 칼을 휘두른 오늘 법정 제재가 확정될 경우 MBC는 헌법적 가치와 상식의 이름으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법정제재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시 감점 사유로 적용되는 중징계로 ‘주의’, ‘경고’, ‘관계자 징계’ 또는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 ‘과징금’ 등의 단계로 구분된다. 법정제재보다 낮은 제재로는 ‘문제없음’, 행정지도 ‘의견제시’, ‘권고’ 등이 있다. 법정제재 제재 수위는 차후 전체회의에서 확정된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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