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기소’ 의혹 탄핵 재판 본격 시작…유우성씨도 방청
(서울=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 헌정사 최초 ‘검사 탄핵’ 사건의 첫 정식 변론이 20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과 관련해 공소권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탄핵 재판에 넘겨진 안동완(53·사법연수원 32기) 부산지검 2차장검사 측은 국회가 탄핵소추권을 남용했다며 역공에 나섰다.
이날 오후 헌재에서 열린 탄핵 재판 첫 변론에서 안 검사 측 대리인 이동흡 변호사(전 헌법재판관)는 “고위 공직자에 의한 헌법 침해로부터 헌법을 수호하고 유지하기 위한 탄핵소추의 본질을 벗어나 오로지 정치적 목적으로 추진된 것이라는 점에서 탄핵소추위원 측이 탄핵소추 발의 권한을 남용한 게 아니냐는 강한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안 검사가 전직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씨를 기소한 것이 공소권 남용이라고 본 항소심과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는 “(2심 법원은) 내용을 제대로 심리하지 않은 채 막연히 어떤 의도가 보인다고 판시했다”며 “이 사건 탄핵 심판 절차에서 재검토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설령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더라도 수사 착수 경위와 수사 결과, 공소 제기의 불가피성, 보복 기소 의도가 있었는지 입증할 증거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청구인의 행위가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안 검사도 “보복 기소라는 주장은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는 의혹 제기에 지나지 않는다”라며 “적법 절차를 준수하며 신속히 수사해 실체적 진실을 판단 받기 위한 목적으로 기소한 것을 심급 간 결론을 달리했다는 이유로 탄핵 사유라고 하면 어느 검사가 소신 있게 사건을 처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회 측 대리인으로 나선 김유정 변호사는 “피청구인은 검사의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직무인 공소권 행사와 관련해 헌법과 법률을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피청구인의 법률 위반 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치는 해악이 심각하고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해야 하는 이익은 매우 크지만 파면함으로써 생기는 국가적 손실이나 업무상 공백과 혼란은 매우 미미하다”고 덧붙였다.
탄핵 소추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 ‘검사 범죄 대응 태스크포스(TF)’ 소속 의원들과 전직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씨도 재판을 방청했다.
유씨는 “간첩 조작이 밝혀졌을 때 검사들은 오히려 옛날에 있었던 사건을 꺼내서 저를 더 괴롭히고 결국 공소권을 남용해 7년 넘게 재판을 더 받게 됐다”며 “이번 기회에 검사가 합당한 처벌을 받아서 좋은 선례가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용민 의원은 안 검사의 주장에 대해 “정치 검사가 정치적인 주장을 하는 것”이라며 “헌재는 검찰이 국민의 인권을 지키고 적법절차를 지킬 수 있도록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했다.
안 검사 탄핵 소추안은 작년 9월 21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현직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가 이뤄진 첫 사례였다.
검찰이 유씨의 간첩 혐의 사건에서 증거가 조작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자 이미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별도의 대북 송금 사건을 가져와 유씨를 ‘보복 기소’했다는 게 탄핵소추 사유다. 안 검사는 유씨가 기소된 사건의 담당 검사였다.
실제로 이 사건은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으나 항소심과 대법원은 외국환거래법 혐의에 관해 검찰이 공소권을 남용했다며 공소를 기각했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는 유죄로 인정돼 벌금 700만원이 확정됐다.
wa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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