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뚝심이 빛을 발하고 있다. 2010년 호텔신라를 이끌기 시작한 이후 매출의 급성장을 이끌다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혔지만 면세사업 확장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사업적인 부문 외에도 이 사장은 세간의 관심을 이끌고 다닌다. 뛰어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재벌 중에서도 가장 큰 영향력을 자랑하는 ‘삼성가’의 장녀이기 때문이다.
14년째 이끄는 호텔신라…평사원에서 사장까지
이부진 사장은 1970년 10월 6일생으로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맏딸이다. 이 사장은 대원외국어고등학교를 거쳐 연세대 아동학과를 졸업했다.
1995년 삼성복지재단 기획지원팀으로 입사한 뒤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겼다. 2001년 호텔신라 기획부 부장으로 옮긴 뒤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 담당 전무,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을 거쳐 2010년 호텔신라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삼성복지재단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지 15년 만에 사장직을 맡은 것이다.
이 사장이 부임한 이후 호텔신라는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면 매년 매출액이 늘어났다. 이 사장 부임 이전인 2010년 호텔신라의 매출액은 1조4524억원이었지만, 이듬해인 2011년 매출액은 1조7984억원을 기록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말 호텔신라의 매출액은 5조7173억원으로 이 사장 부임 전과 비교하면 293.6% 늘어났다.
수익성도 개선됐다. 2010년 호텔신라의 영업이익은 780억원이었지만 2019년 말 기준 2959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이 4배쯤 늘어난 것이다.
2013년에는 비즈니스호텔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3년 11월 동탄점을 시작으로 프리미엄 비즈니스호텔 브랜드 ‘신라스테이’가 개관했다.
신라스테이는 지난해 11월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10년간 전국 14개 호텔, 4510개 객실로 성장한 신라스테이는 2014년 150여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2023년에는 2100여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11월에는 단일 브랜드 최초로 100만 객실 판매를 돌파했다. 이는 매일 2300차례 이상 체크인해야 가능한 수치다.
코로나19 위기…면세점 1위 탈환할까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호텔신라는 위기를 맞았다. 2020년 매출액이 3조1881억원으로 전년(5조7173억원) 대비 44.2% 급감했다. 영업이익 역시 1853억원의 손실을 내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적자 1년만인 2021년 바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21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8.5% 증가한 3조7791억원을, 영업이익은 1188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는 내실 경영의 성과라고 당시 호텔신라 측은 설명했다.
앞서 호텔신라는 2021년 2월 말 인천공항공사 제 1여객터미널(T1) 출국장 면세점 내 DF2(향수·화장품)·DF4(주류 담배)·DF6(패션) 등 3곳의 영업을 종료했다. 당초 계약은 2020년 8월까지였지만, 인천공항공사가 새로운 사업자를 찾는데 실패하면서 6개월 연장됐었다.
주춤하던 이 사장은 지난해 5연임에 성공하면서 수익구조 개선과 신사업 발굴 등을 선언했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경영 체제를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호텔신라의 주력 사업인 면세 부문이 성장했다. 이 사장은 지난해 3월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권을 따냈다. 인천공항 면세점 신규 입찰에서 응찰한 5개 사업권 모두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향수·화장품·주류·담배를 취급하는 DF1~DF2, 패션·부티크 등을 취급하는 DF3~DF5에서 각각 1개씩 사업권을 확보했다.
게다가 라이벌인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탈락하면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오기도 했다.
실제 신라면세점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매출은 2조1819억원으로 롯데면세점(2조2246억원)과의 격차를 427억원으로 좁혔다. 전년 동기에는 신라면세점의 매출이 3조1912억원, 롯데면세점이 3조7277억원으로 5365억원 차이가 났다. 1년 만에 4700억원 가량을 따라잡은 셈이다.
지난해 3분기만 놓고 보면 신라면세점이 8451억원, 롯데면세점이 7404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신라면세점이 처음으로 롯데면세점을 앞서기도 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에 패션 아이콘까지…HOT한 기업인
이 사장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CEO로 유명하다. 지난 1월 23일 제주도에 강한 눈이 내리면서 제주국제공항에서 결항이 잇따르자 신라스테이 제주가 투숙객에게 무료 숙박 혜택을 제공한 것이 알려졌다.
이는 이 사장이 직접 제안해 2015년부터 운영 중인 ‘뜻밖의 행운’ 프로모션이 적용된 것이다. 해당 프로모션은 기상 악화로 제주발 항공기가 결항했을 때 신라스테이에서 전날 머문 투숙객들을 대상으로 객실 1박과 익일 2인 조식을 제공한다.
신라스테이는 제주공항과 3.5㎞쯤 떨어져 있어 비행기를 타기 전날 숙박하는 이들이 많다. 앞서 2016년과 2018년에도 제주도에 폭설이 내려 항공편이 중단되자 신라스테이 제주는 숙박객에게 무료 숙박 혜택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동안 뜻밖의 행운 프로모션이 적용된 객실은 모두 200여개였다.
2014년에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발휘한 사례가 있다. 2014년 2월 25일 80대 택시기사가 신라호텔 1층 회전문을 들이받아 투숙객과 직원 등 4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의 당사자인 택시기사가 회전문 수리비용을 변제해야 했지만, 이 사장이 택시기사의 어려운 사정을 듣고 회전문 파손 비용을 대신 처리해줬다.
당시 회전문은 주문제작 방식으로 설치하고 초대형이라 수리비만 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택시기사의 대물보험 한도는 5000만원으로 4억원이 넘는 금액을 택시기사가 변상해야했다.
이 사장이 착용한 옷이나 가방 등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 사장은 북촌 설화수의 집에서 열린 ‘2023∼2024 한국방문의 해’ 계기 관광 전략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사장은 브랜드 ‘빠투’의 반원 모양 검정 숄더백 ‘르 빠투 백 블랙’을 들고 나왔다.
빠투는 1914년 23세의 천재 프랑스 디자이너 장 빠투가 패션 하우스를 설립하면서 탄생한 브랜드다. 2018년 프랑스 명품 그룹 LVMH(루이뷔통모에헤네시)가 인수해 이듬해 빠투로 재탄생했다.
국내에 빠투를 수입해 판매하는 LF에 따르면 이 사장의 착용 모습이 공개된 직후 르 빠투 백 블랙의 2주간 판매량은 직전 2주 대비 1000% 증가했다. 로고, 유광, 미니 사이즈 등 유사 상품을 포함하면 판매량은 1600% 늘었다.
올해 1월 초에도 두을장학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참석한 공식 석상에서 착용한 ‘투피스’ 정장은 하루 만에 판매량이 300배 증가했다. 이 사장이 착용한 정장은 상하의를 합해 총 11만원대로 알려졌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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