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밀실 공천’을 하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시스템 공천’을 하고 있는 것일까.
답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다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공천 관리 문제에 있어 한 위원장은 긍정, 이 대표는 부정 뉴스가 늘었다는 사실이다.
19일 아침신문을 보면 ‘공천잡음’ ‘공천내홍’ ‘갈등 최고조’라는 키워드가 민주당 공천 문제를 분석하는 단어로 떠올랐다. 언론은 갈등설이 나오면 집요하게 좇고 증폭시키기도 한다. 갈등을 감추려고 하면 폭로한다.
언론의 이 같은 ‘생리’가 반영돼 민주당 공천 과정에 붙인 딱지가 ‘818호’다. 지난 13일 이재명 대표가 자신 사무실인 의원회관 818호에서 조정식 사무총장과 김병기 사무부총장 등과 비공개 회의를 열어 현역 의원 컷오프 여부를 검토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818호라는 의원 개인 사무실이라는 공간은 밀실이라는 뉘앙스를 내포한다. 그 공간에서 핵심 측근들과 은밀하게 공천 문제를 논의한 것은 ‘사천 논란’으로 연결된다.
특히 818호 밀실에서 심야회동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오히려 부각시키는 효과도 있다. 지난 16일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이재명 대표 체제 공천 문제 핵심을 형평성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일보는 “당장 컷오프 대상으로 거론된 의원들과 이 대표의 형평성 문제가 지적됐다. 민주당은 지난해 2월 검찰의 이 대표에 대한 기소를 ‘정치 탄압’이라 규정하고 ‘기소 시 직무 정지’를 규정한 당헌 80조의 예외조항을 적용했다. 당시 기 의원과 이 의원도 예외를 적용받았는데, 이 대표만 컷오프에서 쏙 빠진 것”이라고 했다.
공천 속도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는 것도 언론 평가의 주요한 요소다. 국민의힘은 단수·전략공천 89곳, 경선 44곳 등 전국 253개 지역구 가운데 133곳에 공천 대상자가 윤곽을 드러냈지만 민주당은 52곳 단수·전략공천과 36곳 경선 등 88곳에 그쳤다. 갈등이 공천 속도에 발목을 잡고, 다시 공천 속도가 늦은 건 갈등 때문이라는 악순환이 맴돌고 있는 모습이다.
결정적으로 공천 잡음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이미지 메이킹 차이가 컸다. 3선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불출마와 김성태 전 국민의힘 의원의 컷오프 수용과 관련한 처리 방식이 대표적이다.
김성태 전 의원은 지난 7일 서울 강서을 공천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서 격정을 토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전 의원의 입에서 “표적 맞춤형 공천 시스템” “입맛에 맞는 총선 구도 설계”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기자들 사이에서도 김 전 의원의 울분을 이해할 수 있다는 얘기가 많았다. 자칫 한동훈 위원장이 갈등을 잠재우지 못하면 공천 갈등의 핵으로 발전될 소지가 컸다.
하지만 2주 후 김 전 의원은 “이제 우리당의 ‘시스템공천’ 결과를 받아들이려 한다. 당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밝혔다. 특히 김 전 의원은 “당과 민주주의에 대한 헌신과 기여로 답해주신 한동훈 위원장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도 전한다”며 “이제 물러서지만, 이번 총선 우리당의 승리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미력이나마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이 말한 한동훈 위원장의 답변은 지난 13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말한다.
한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우리 국민의힘에 소속된 김성태 전 의원님에 대한 제 생각을 이 자리를 빌려서 말씀드린다”며 이례적으로 김 전 의원에 대한 공천 문제를 꺼내들었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은 “김성태 전 의원은 과거 단식으로 드루킹 특검을 관철함으로써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것을 온몸으로 막았던 분이다. 2018년 5월에 드루킹 특검 도입을 위해서 9일간 단식투쟁을 하셨고, 그 이후에 2018년 5월 21일 드루킹 특검의 여야 합의를 이루어 내셨다. 결국 그 특검의 결과 드루킹의 실체가 드러났다”며 김 전 의원의 당에 대한 헌신을 치켜세웠다.
이어 “우리 당은 이번에 우리가 도입한 시스템공천의 과정을 존중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당의 후보로서 김성태 전 의원을 국민들께 제시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김성태 전 의원의 헌신과 민주주의에 대한 기여 그리고 거기에 대한 저와 우리 당의 평가가 달라지는 것은 전혀 아니다. 저는 김성태 전 의원님과 함께 이번 4월에 승리를 만들고 싶다”고 제안했다.
상대방의 공적을 인정하면서도 시스템 공천이라는 대의에 따라주라는 설득의 언어에 결국 김 전 의원은 다음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지난 14일 인재근 민주당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과정을 보면 김성태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과 크게 대비된다. 전날까지 이재명 대표와 만남을 어느 쪽에서 요청하고 누가 먼저 불출마 의사를 타진했는지를 두고 갈등설이 흘러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선배 의원의 2선 후퇴론 취지라면서 ‘올드보이 청산’이라는 말도 했다.
그리고 다음날 인재근 의원은 지지자들 눈물 속에 불출마 선언을 했다. 불출마 선언이 자기 뜻이라면서도 서울 도봉갑 전략 공천 대상으로 언급된 후보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현 당 상황이 통합 공천과는 거리가 먼 측면이 있다”고도 말했다. 불출마 선언이 나오기까지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고, 마지막까지 공천에 문제가 있다는 발언이 나온 것도 민주당으로선 아쉬울 수밖에 없다.
지난 16일자 한국갤럽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국민의힘 37%, 더불어민주당 31%로 나온 ‘성적표’도 여야의 공천관리 문제가 반영돼 있고 언론 보도 추이와도 일치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구체적인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일보는 <한동훈 vs 이재명 ‘공천 성적표’>에서 “국민의힘은 ‘용산 출신 특혜 배제’ ‘영남 중진 재배치’ 등 긍정적 뉴스가, 민주당은 ‘친문 책임론’ ‘자기 사람 심기’ 같은 부정적 뉴스가 많았다”며 “명품백 등 여권의 무성한 악재 속에도 이런 흐름이 지지율에 고스란히 반영된 건 유권자가 그만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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