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병원은 수술실 평소의 50~60%로 축소 운영중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안정훈 기자 =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집단사직에 나서면서 환자와 보호자 사이에서는 ‘의료대란’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한 일부 전공의들이 19일부터 근무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어린이병원에는 오전부터 외래 진료를 받기 위해 온 환자와 보호자들로 북적였다. 병원 1층 진료실 앞에는 40여명의 환자와 보호자들이 진료를 위해 앉아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병원이 낯선 듯 칭얼거리는 아이들을 달래는 부모 중 일부는 의료대란 장기화로 인한 불똥이 혹시 아이들에게 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숨기지 못했다.
신장이 안 좋은 아들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는 정모(48)씨는 “병원에 오는 사람들은 다 아픈 사람들인데 제때 치료가 이뤄지지 않고 차질이 빚어지게 되면 걱정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얼굴을 찌푸렸다.
아들이 가와사키병에 걸려 지난 17일에 입원했다는 성모(27)씨는 “아직은 진료가 미뤄지는 등 의료대란이 체감되진 않는다”면서도 “아픈 아이들을 둔 입장에서 전공의 사직 소식이 들려오는 게 마음이 편할 순 없다”고 말했다.
한 살배기 아들과 병원을 찾은 한 어머니 보호자는 “나는 접종이라 아직은 큰 걱정이 없지만 상태가 심각한 보호자들은 속이 탈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집단 사직에 대비해 현재 수술실을 평상시의 50∼60% 수준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외래 진료가 취소되거나 병원 침상을 줄이는 일 등은 아직까지는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전공의들이 전원 사직을 예고한 ‘빅5’ 병원 중 한 곳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도 이날 오전 입원·외래 환자와 보호자들로 붐볐다.
환자와 보호자들은 자칫 수술·진료 일정이 미뤄지고 치료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간암 치료를 위해 사흘째 서울아산병원에 입원 중이라는 강모(66)씨는 “같은 병실 다른 환자는 원래 내일 수술을 받기로 되어 있었는데 금요일로 미뤄져서 오늘 퇴원하고 목요일에 다시 입원한다고 하더라”며 “입원비도 더 부담해야 하고 불편이 큰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나는 전북 김제에서 올라와서 입원 중인데 수술이 미뤄지고 입원 기간이 길어질까봐 우려가 드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수술을 받거나 입원 상태에서 회복을 마무리하고 퇴원하는 이들은 안도감을 드러냈다.
이날 어머니가 수술받았다는 30대 초반 한모씨는 “머리 쪽 수술인데 급한 수술이 아니어서 만약 오늘이 아니라 내일이었으면 몇 주간 수술이 미뤄지지 않았을까 예상된다”며 “수술하더라도 지켜봐야 하는데 피드백이 바로바로 안 될 수 있겠다는 우려도 든다”고 전했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19일 오전 현재 전공의들이 정상 근무하고 있지만, 20일 아침부터 전공의들이 단체행동을 예고해 진료과별로 중증도와 응급도를 고려해 최소한으로 진료, 수술 일정 등을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hug@yna.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