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에서 경질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카타르)월드컵이 끝난 뒤 내가 먼저 농담처럼 대표팀 감독을 먼저 제안했는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진지하게 받아들여 몇 주 후 연락이 왔다”는 감독 선임 과정 뒷얘기가 담긴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가 공개됐다.
아시안컵 대회 기간이었던 지난달 21일, 독일 주간지 슈피겔이 진행한 클린스만과의 인터뷰에는 자신의 한국 대표팀 선임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한 내용이 담겨있다.
클린스만은 “2017년 정몽규 회장과 처음 만났다”고 밝혔다. 클린스만은 아들이 2017년 한국서 개최한 ‘U-20 월드컵’에 출전했을 때다. 이후 2022 ‘FIFA 카타르월드컵’이 펼쳐진 경기 중 VIP 구역에서 정 회장과 재회했다. 한국이 16강에서 패한 뒤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이 사임을 발표한 때다.
당시 클린스만은 “반가워요. 코치를 찾고 계시죠?”라고 가벼운 농담을 던졌다. 그런데 정 회장이 “진심이세요?”라고 되물었고, 다음날 현지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몇 주 뒤 정 회장은 클린스만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우리는 매우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클린스만이 절차를 밟기 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게 직접 제안했고, 정 회장이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는 내용이다. 클린스만의 인터뷰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정몽규 회장이 지난 16일 해명했던 것과 배치된다. 당시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오해가 있다”면서 “전임 벤투 감독 선임 때와 같은 프로세스”라고 밝혔다.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산하 기구인 전력강화위원회에서 후보군을 정한다. 최종 후보군을 5명 정도로 추려 심층면접 등을 거쳐 축구협회장의 승인을 받는다. 전력강화위원회가 감독 선임 절차에 들어간 것은 지난해 1월, 클린스만과 정 회장이 만나 감독직을 놓고 대화한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한편, 클린스만은 또 아시안컵 참가 전 정몽규 회장이 열었던 만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당시 클린스만은 선수단 환송 만찬에서 “만약 우리가 아시안컵에서 우승한다면 축하 행사를 열 준비가 됐나”고 물었다. 우승은커녕 손흥민-김민재-이강인-황희찬 등 역대 최고 전력을 보유하고도 ‘강제 좀비축구’를 하다 4강에서 다시 만난 ‘피파랭킹 87위’ 요르단을 상대로 굴욕적인 졸전 끝에 0-2 완패하고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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