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해 동맹 휴학을 추진하는 전국 의대생과 정부 사이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의대가 있는 전국 40개 대학 총장을 소집해 긴급 회의를 열고 의대생의 휴학계를 승인하지 말라는 뜻을 밝혔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동맹 휴학은 애초에 휴학 사유조차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전국 의대생이 반발하며 동맹 휴학 외에 수업 거부 등 다른 집단 행동에 나설 경우 전공의 파업과 맞물려 파급력이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 부총리는 19일 오전 전국 40개 대학 총장과 온라인 회의를 열어 의대생 학습권을 보호하고 학사 관리를 엄정하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부총리는 “의대 증원은 의료 개혁의 첫걸음”이라며 “동맹 휴학으로 학생들과 국민들이 피해받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교육부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의대생들이 동맹 휴학에 나서도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서 물러날 수 없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이주호 “동맹휴학 피해 없어야…단체행동 확산하지 않도록 신경써달라”
이 부총리는 전국 40개 의대생이 오는 20일부터 동맹 휴학에 나서는 것을 막기 위해 이날 대학 총장들을 급히 불러 모았다. 그는 “정부와 대학이 함께 힘을 모아 학생들이 잘못된 선택으로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하는 긴박한 시기”라며 “학생들이 예비 의료인으로서 학습에 전념해야 할 중요한 시기를 잘 보내도록 총장님들께서 법과 원칙에 따라 학사 관리에 힘써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 부총리는 의대 정원 확대로 교육 수준이 저하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정부는 정원을 늘리는데 그치지 않고 교육의 질을 확실하게 보장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총장님들께서 각 대학이 갖추고 있는 의학 교육 여건과 개선 노력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학생과 학부모님들의 막연한 불안과 걱정이 해소될 것”이라며 “의료 인력 확충과 더불어 지역 의료를 집중 강화하고 의료 사고에 대한 안전망을 구축하는 한편 보상 체계의 공정성을 제고하는 등 4대 필수 의료 패키지를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 부총리는 재차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의사로서 꿈을 이루려는 학생들이 이에 반하는 단체 행동에 참여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의대생들의 단체 행동 분위기가 확산하거나 혼란이 가중되지 않도록 현장에서 각별히 신경써달라”고 했다.
◇의대생 집단 행동에 교육부 “학칙 어기면 시정명령”
교육부는 전국 의대생들의 동맹 휴학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등교육법상 대학생이 휴학하려면 입대, 출산·육아 등의 사유를 제외하고 학칙으로 요건을 정하도록 돼 있다. 동맹 휴학은 학칙상 휴학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의대생이 휴학하려면 학부모 동의나 지도교수 면담 등의 절차도 거쳐야 한다. 앞서 원광대 의대생 160여 명은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전날 가장 먼저 휴학계를 냈다가, 지도교수들이 설득해 휴학을 자진 철회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전날 오후 6시 기준 원광대 외에 집단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은 아직 없다”고 했다.
의대생들이 동맹 휴학을 넘어 수업 거부 등 다른 집단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통 대학은 3월에 개강하지만 의대 본과는 이르면 2월에 수업을 시작한다. 본과 3~4학년은 학사 일정에 맞춰 병원 임상 실습도 한다. 의대생이 수업이나 병원 실습을 집단으로 거부할 경우 학사 운영에 차질이 생기고, 전공의 사직과 맞물려 의대 증원 반대에 힘을 보태게 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의대생이) 전부 휴학계를 내고 학사 차질을 빚을 경우를 포함해 여러가지를 검토하겠다”며 “(대학이) 학칙을 제대로 운영하지 않으면 고등교육법에 따라 시정 명령을 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고 했다. 고등교육법은 대학이 수업·학사 등에 대해 교육 관계 법령, 학칙, 명령을 위반할 경우 교육부 장관이 학교의 설립자·경영자·총장에게 시정이나 변경을 명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교육부는 국립대 병원 및 의대 상황 대책반을 만들어 전국 40개 의대와 비상 연락 체계를 갖추고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앞서 정부가 2020년 의대 증원을 추진할 때도 의대생이 수업·실습·국가고시 응시 등을 거부하며 현직 의사들의 집단 행동에 동참했고, 정부가 국시 기회 등을 추가로 부여하며 백기를 들었다. 그러나 정부는 의료 개혁을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물러설 수 없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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