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통합, 깜짝 영입…돈 때문이라면 “날 샜다”
정당 보조금, 특권 폐지-축소 차원 손질해야
이준석, 비판자들 예측대로 분탕질 시작
지지율 급락, 이대로면 ‘자민련’도 어려워
제3지대 표방 4개 신당이 어느 날 갑자기 개혁신당이란 이름으로 날림 합당했다.
야바위 판 같았다. 각 당 당원들 포함 지지자들과 일반 유권자들에게 보여 준 논의, 협상 과정이 전혀 없었다. 이념과 가치, 정책에 관한 얘기도 아예 하지 않기로 하거나 할 내용 자체가 없었다.
4개 정파는 그러니까 정강정책도 없이 보따리만 싸 들고 각각 거리를 배회하다 어떤 꿍꿍이속으로 돌연 ‘위장결혼’한 셈이다. 여당 비대위원장 한동훈이 그렇게 비유했다.
“일종의 영주권을 얻기 위한 위장결혼 비슷한 것 아닌가 한다. (각 신당이) 생각이 다르고 생각을 같이 모을 생각이 없지 않은가? 일반적인 정당 형태는 아니라 생각한다.”
그들의 전격 합당 선언 다음 날 신문에 난 ‘합의문’은 놀라운 것이었다. 중소기업들 합병은 고사하고 친구들 간에 돈 빌리고 빌려줄 때 쓰는 차용증보다 못한, ‘간이 영수증’ 같은 형식과 내용이라서 그렇다.
<제3지대 통합신당 합당 합의문>
첫째, 당명은 개혁신당으로 한다.
둘째, 지도부 명칭은 최고위원회로 한다.
공동대표는 이낙연 대표, 이준석 대표가 맡는다.
최고위원은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새로운선택, 원칙과 상식이 각 1인씩 추천하여 구성한다.
얼마나 급했으면, 첫째와 둘째 다음 셋째와 넷째란 말이 실종돼 버렸다. 정강정책은 물론이고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총선에 관한 원칙적 합의 사항도 없다.
닥치고 합해서 일단 국고 보조를 두둑이 받아 각자 창당하느라 지게 된 빚 먼저 갚고 공천 등 현안들은 차차 생각해 보기로 하자는 것 아니면 달리 이유가 없다.
돌이켜보면, 한국 정당들의 이합집산이 다 이렇게 깜깜이로 진행됐다. 겉으로는 아닌 척하면서 바람만 잡고 속에서는 머리 맞대고 열심히 주판알을 두드렸다.
1990년 1월 노태우-김영삼-김종필의 3당 합당은 그날 9시 뉴스에 발표되기 전까지는 극소수 관계자 외에 아무도 몰랐다. 1997년 11월 DJP 연합도 비슷했다.
이번 개혁신당 깜짝 쇼의 하이라이트는 이준석 당 허은아의 ‘소외’다. 그녀는 “뉴스 보고 알았다”라고 했다. 엊그제까지 금배지를 달고 있었고, 아나운서 출신의 유명 여성이기에 그 고백이 ‘충격적’이다. 핵심 인사들조차 몰랐을 정도로 허겁지겁 합치게 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보도된 대로, 큰 이유 중 하나는 지지율 폭락이다. 신당들의 태동 전후에는 중도 또는 반(反) 양당 국민의 지지세가 꽤 높았다. 이준석 당의 경우 10%를 훨씬 넘었다.
거품이 사그라들고 이준석의 지하철 노인 이용 무료 폐지, 여성 공무원 병역 의무화 같은 노이즈 마케팅 목적의 갈라치기 공약이 많은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하면서 제3지대 전체 지지도가 5%도 안 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래서 설 밥상에 합당 얘깃거리가 올라가도록 서둘러 날림 집을 지었다? 그게 아니고 진짜 속 사정은 돈 문제였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 있다. 이 가설을 입증한 또 하나 깜짝 쇼가 무소속 의원 양정숙의 영입이다.
그녀 입당 뉴스가 나기 전까지 양정숙의 양 자도 개혁신당 기사에는 보이지 않았다. 중앙선관위의 올 1분기 정당 경상보조금 지급 기준(의원 5명 이상) 시한(15일) 1시간 전에 부랴부랴 그녀 이름을 개혁신당 소속으로 올리려고 물밑 작업을 부지런히 하고 있었다.
‘젠더 갈등’이 트레이드 마크인 반페미니스트 이준석은 정의당 출신 ‘페미니스트’ 류호정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련) 시위 지도부 배복주에게는 적대감을 보이면서도 부동산 의혹으로 ‘내로남불’ 민주당에서조차 쫓겨났던 양정숙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6억원 돈벼락을 안겨 준 ‘천사’여서인가?
정당 보조 혈세 낭비도 총선 후 정치 개혁 차원에서 국회의원 특권 폐지/축소와 함께 반드시 손을 봐야만 한다.
국회의원 0석, 보조금 때문에 당을 지킨다는 무명 인사들만 남아 있는 민생당이 21대 총선 득표율 2.02%로 2% 이상 기준을 채웠다고 해서 보조금을 한 해에 10억원씩이나 받는 게 말이 되나?
“홍보-정책 전권을 달라”고 요구했다가 이낙연으로부터 거절당한 이준석의 분탕질과 내홍이 신당 출범 1주일 만에 벌써 시작됐다. 이준석에 비판적인 보수우파 지지자들이 익히 예견한 대로다. 그는 비명-친문계 공천 탈락자들이 신당으로 대거 밀려 들어오면 이낙연 측에 의해 축출되거나 스스로 ‘가출’할 수도 있다.
양당 구도를 타파해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어떤 개혁 정치를 실천할 것인지를 고민하기보다 큰집에서 뛰쳐나와 새로 셋방살이하느라 들었던 돈부터 챙기려 했다면, 그들의 말로는 뻔하다. “날 샜다”라는 말을 들어도 싸다. 국민 혈세로 50일 잘 먹고 끝나려고 신당 했나?
이준석과 이낙연 신당은 국고 터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르나 이대로 가면 호남과 수도권에서 비례 포함 10석 안팎에 그쳐 ‘자민련’ 타이틀도 못 다는 대실패로 막을 내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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