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가 작가로 데뷔한다. 범죄 피해자들이 겪는 어려움,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 제도의 한계 등을 담은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라는 제목의 책을 ‘김진주’라는 필명으로 이달 중 펴낸다. 피해자 교육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 창업 계획도 공개했다.
김씨는 16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뉴스레터 케이(K)’와 17일 문화방송(MBC) 뉴스에 출연해 출간 소식을 알렸다. 김씨는 “죽지 않았음에도 이게 ‘죽는 것이 다행인가, 아니면 죽었어야 마땅했나’ 이런 고민을 했던 걸 책 제목에 담았다”고 했다. 필명 김진주의 ‘진주’는 김씨의 생일인 6월 탄생석으로, “가해자의 폭행으로 마비됐던 오른쪽 다리의 감각이 돌아온 6월4일을 기억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지난 2022년 5월22일 부산 진구 서면에서 30대 남성 이아무개씨가 새벽에 홀로 귀가하던 김씨를 성폭행할 목적으로 10여분간 쫓아간 뒤 오피스텔 공동 현관에서 발로 차며 무차별 폭행한 사건이다. 이씨는 강간 살인 미수 혐의(성폭력처벌법 위반)로 징역 20년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전 여자친구에게 협박 편지를 보내고, 김씨에게 보복 협박 발언을 한 혐의로 또다시 재판을 받고 있다.
김씨는 책 집필을 위해 범죄 피해자 및 가족 100여명을 직접 만났다고 한다. 김씨는 “피해자가 수사 단계나 재판 단계에서 어떤 지원을 받아야 하는지, 어떤 걸 해야 하는지 등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고 현실을 짚었다. 그는 수많은 범죄 피해 경험들을 바탕으로 “이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순서대로 느낄(알) 수 있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아직 피해를 당하지 않으신 분들도 예방주사를 맞는 것처럼 대응 방법을 알게 되는 책”을 준비했다고 한다.
앞서 김씨는 피해자 구제 활동을 위해 지난해 7월 ‘대한민국 범죄피해자 커뮤니티’라는 이름의 온라인 카페를 개설했다. 카페에서 강력범죄 피해자와 일반 시민들이 피해 사실을 제보하고 탄원서를 모집하거나 범죄 피해자 지원제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김씨는 지난해 6월에도 유튜브에 ‘피해자를구하자’라는 채널을 개설해 재판 용어, 범죄 피해 대처법 등을 공유하고 있다. 김씨는 “범죄 피해자가 숨어 살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책을 쓰게 됐다”면서 피해자들을 위한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김씨는 “(범죄 피해가)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실 겪다 보면 자기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면서 “많은 분들이 (범죄 피해 이후) 고립을 택하는데 생각보다 이 세상엔 좋은 사람들이 많다. 그러니 조금 더 이기적으로 도움을 요청하시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범죄 피해를 겪지 않으신 분들도 ‘피해자가 있다’라는 자각을 먼저 해 주시면 좋겠다. 또 여러분의 일이 되더라도 불합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계속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져 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겨레 정인선 기자 /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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