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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릴수록 강해진 ‘두 남자’…푸틴·트럼프 세계 뒤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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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안보 분야 국제 모임인 뮌헨안보회의(MSC)가 16~18일(현지 시간) 독일에서 열린 가운데 올해 회의의 화두는 단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우주 핵무기 개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 위협 등 두 남자의 거친 행보와 세(勢) 확장에 주요 국가들의 긴장감은 한층 고조되는 분위기다.

때릴수록 강해진 '두 남자'…푸틴·트럼프 세계 뒤흔든다

◇안팎 적수 제거 푸틴=러시아는 서방 외교 수장들이 모여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한 날 보란 듯이 동부 격전지 점령을 선언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17일(현지 시간)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군의 아우디이우카 점령 사실을 보고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로서는 지난해 5월 바흐무트 점령 이후 최대 전과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신임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같은 날 해당 지역에서 병력을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이 도네츠크주 점령을 위해 최근 4개월간 대규모 공습을 가해온 아우디이우카에서의 승리는 3월 대선에서 5선을 노리는 푸틴 대통령의 상징적인 성과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의 점령 선언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추가 군사지원을 위해 서유럽을 방문한 직후이자 서방의 외교 수장들이 집결한 MSC 당일 공개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아우디이우카는 2014년 러시아군이 처음 점령을 시도했을 때부터 저항의 상징이었다”며 “함락은 우크라이나군의 사기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의 공세에 떨고 있는 것은 우크라이나뿐만이 아니다. 최근 러시아가 인공위성을 요격하는 우주 핵무기 배치를 준비하고 있다는 미 정부 당국의 첩보가 알려져 논란이 확산됐다. CNN은 “러시아가 폭발 시 엄청난 에너지파로 위성을 파괴하는 핵 전자기파(EMP) 무기를 개발하고 있으며 최근 진전을 이뤘다는 보고가 잇따랐다”고 전했다. 우주 핵무기가 현실화할 경우 세계의 수많은 상업용 및 정부 위성이 일제히 마비될 수 있다. 북한의 러시아 무기 이전 및 핵무기 기술 협력 등 양국 간 밀월도 우려를 키우는 부분이다.

때릴수록 강해진 '두 남자'…푸틴·트럼프 세계 뒤흔든다
17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의 러시아 점령 희생자 위령비에 알렉세이 나발니를 추모하는 사진과 꽃 사이로 ‘푸틴은 살인자’라고 적힌 종이가 놓여 있다. /AP연합뉴스

반정부 지도자인 알렉세이 나발니의 죽음으로 러시아 내 반(反)독재 운동에 제동이 걸렸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나발니는 고위 관료의 부정부패를 폭로하며 반정부 운동을 주도해오다 2021년 교도소에 수감됐다. 16일 나발니의 의문사 후 그의 측근들은 시신의 행방이 묘연한 점 등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나발니가 살해됐지만 진실이 은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에서 지도자로서의 잠재력을 지닌 마지막 반정부 인사가 제거됐다”며 “가능한 대안을 죽이거나 강제 추방하는 푸틴의 오랜 방식이 정점을 찍었다”고 평가했다.

때릴수록 강해진 '두 남자'…푸틴·트럼프 세계 뒤흔든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미시간주 워터포드에서 열린 집회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AFP연합뉴스

◇더 과격해진 트럼프의 어깃장=트럼프 전 대통령의 어깃장 역시 연일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그가 재집권할 경우 서방 동맹의 근간인 나토를 비롯해 한미일 방위조약 등이 혼란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 속에 핵전쟁·우주전쟁 등의 위험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미 공화당의 반대로 우크라이나 지원 결정이 지연되는 가운데 2년 넘게 이어져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긴장감도 재차 고조되는 모습이다. 러시아의 아우디이우카 장악 소식에 푸틴과 함께 비난의 화살이 향한 곳은 바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우크라이나에 601억 달러(약 80조 원)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추가 안보 지원 예산안이 공화당의 반대로 수개월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트럼프발(發) ‘안보 불안’은 유럽과 한국 등 다른 국가들로 확산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0일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 나토 동맹국이 침략을 받을 경우 “방어하지 않고 (러시아가) 원하는 것을 하도록 부추길 것”이라는 발언으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14일에도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백악관으로 복귀하면 방위비 지출 목표를 충족하지 못한 나토 회원국을 지켜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선을 한다면 나토를 탈퇴하겠다고 이미 공언하기도 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일 동맹을 위협하는 발언을 이어가자 나토의 불안감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미국이 동맹에서 빠질 경우 나토가 유지해왔던 전쟁 억지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연일 나토를 공격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보며 한미일 방위조약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 직후 “만약 내가 재집권한다면 한국에 매년 주한미군 방위비 수십억 달러를 요구하겠다”고 한 발언을 토대로 트럼프 재집권 시 한국에 2023년 기준 분담금인 1조 3000억 원보다 5배 높은 수준의 방위비를 요구할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만족스러운 방위비 증액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철수가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트럼프가 일으킨 안보 위협에 대한 해결책은 트럼프의 재집권을 막는 것이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24일 사우스캐롤라이나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승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3월 25일부터 시작되는 ‘성추문 입막음’ 의혹에 관한 형사재판 결과 정도만이 질주하는 트럼프에게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 속에 재판의 흐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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