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경기력으로 국민적 공분을 불렀던 ‘아시안컵 4강 탈락’ 이후 대한축구협회가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경질하자 주요 일간지도 이를 1면에 실었다. “팬들에 상처만 줬다”(동아), “무전술·무책임”(조선) 등의 강한 비판 표현이 나왔다.
지난 16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오늘 임원 회의에서 어제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내용을 보고 받아 의견을 모았고,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대표팀 감독을 교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말 부임한 클린스만 감독은 결국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대표팀을 떠나게 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내내 부진한 경기력으로 비판받았고 해외 장기체류를 반복하는 등 ‘무성의’ 태도 논란을 빚었다. 대회 이후 선수단 내 갈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선수단 장악 능력까지 의문의 대상이 됐다.
조선일보는 1면에 <웃기만 하다 잘렸다> 기사를 내고 “2000년대 들어 가장 짧은 시간 만에 경질됐다”며 “클린스만은 13경기 무패 행진 기록(8승 5무)을 내세웠지만, 한국 대표팀을 이끌며 올린 전체 전적은 8승 6무 3패. 승률 47%였다”고 지적했다. 2면엔 <‘무전술·무책임’ 클린스만 최단 기간 경질> 기사를 냈다.
동아일보는 14면 <짧고 허망한 ‘클린스만 축구’… 선수-팬들에 상처만 줬다> 기사에서 “축구협회 내에선 한국인 지도자를 선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분위기”라며 “손흥민과 이강인이 요르단과의 준결승 하루 전 멱살을 잡고 싸운 ‘대표팀 내분 사태’까지 감안하면 선수들 사이에 신망이 두텁고 유대감이 좋은 지도자가 대표팀을 이끌어야 한다. (중략) 23세 이하 대표팀을 맡고 있는 황선홍 감독과, 프로축구 울산의 홍명보 감독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고 했다.
중앙SUNDAY는 시스템적 문제를 짚었다. 6면 <김판곤 밀려난 뒤 ‘대표팀 운영 시스템’ 붕괴…정몽규 책임론> 기사에서 “2021년 3선에 성공한 정몽규 회장은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그는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를 없애고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를 만들었다”며 “전문 축구인의 의견과 목소리를 둘로 나눠 힘을 빼버렸고, 전력강화위원장에 독일인(미하엘 뮐러)을 앉혔다. 그리고 자신과 친분이 깊은 클린스만을 데려왔다. 선임 과정과 계약 조건은 언론과 팬들에게 공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앙SUNDAY는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지도자’로 이미 낙인이 찍혔던 클린스만은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았다”며 “전력강화위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대표팀의 문제와 개선 방안을 논의한 적도 없었다. 감독과 선수들 사이 가교 역할을 해야 할 차두리 수석코치도 존재감이 없었다”고 했다.
축구협회는 여론 반전을 위해 손흥민-이강인 불화를 의도적으로 인정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매일경제는 17일자 <클린스만 경질로는 부족하다> 사설에서 “협회의 대응도 문제다. 팀 내 불화를 조정하고 선수들을 보호하는 게 협회의 역할임에도 그대로 노출해버렸다”고 지적했다.
매일경제는 “협회는 축구행정을 선진화하는 데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유소년 축구 지원과 프로리그 활성화 측면에서 유럽은 물론 일본에도 한참 뒤졌다”며 “감독 한 명 경질한다고 해서 한국 축구의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 2026 월드컵에서 다시 온 국민이 대한민국을 외치게 하려면 축구협회 먼저 쇄신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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