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헌혈 감소 이어 엎친데 덮친격…”봉사시간 인정해야”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 대학교 2학년 학생 김모(20) 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들과 종종 헌혈의집을 찾았다. 헌혈은 5분만 들여도 봉사활동 4시간을 인정받는다는 점이 아무래도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이후 교육부가 대학입시에서 헌혈을 봉사활동 실적에 반영하지 않는다고 발표하면서 김씨나 주변 친구들 모두 헌혈하는 발길이 자연히 뜸해졌다.
18일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2019년 헌혈 건수는 총 261만3천901건이었으나 이듬해 243만5천210건으로 약 6.8% 줄었다.
특히 10대(헌혈 가능 연령인 만 16∼19세)의 헌혈 건수는 2019년 75만6천107건에서 이듬해 47만9천602건으로 44.5%가량 급감했다. 이러한 청소년 헌혈 감소세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전체 헌혈 건수는 254만1천446건으로 2019년(261만3천901건) 대비 약 2.7% 줄었다.
지난해 10대 헌혈 건수가 47만1천161건으로, 2019년(75만6천107건)보다 37.7%가량 준 것을 보면 지난 5년간 청소년 헌혈 급감이 두드러지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지난 2019∼2023년 고등학생이 자발적으로 헌혈의집을 찾아 개인 헌혈을 한 건수를 보면 2019년 22만238건, 2020년 20만3천404건, 2021년 17만9천321건, 2022년 10만3천868건, 작년 8만614건으로 쪼그라들었다.
대한적십자사는 이러한 청소년 헌혈 급감의 원인으로 교육 정책 변화를 첫손에 꼽았다.
교육부는 지난 2019년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 개인 봉사활동 실적 등을 학생부 종합전형(학종)에 필요한 학교생활기록부에 반영되지 않도록 했다. 학교가 기획·운영하는 단체 봉사활동은 생활기록부(생기부)에 입력할 수 있지만, 개인 봉사 활동은 생기부에 입력하더라도 대입 성적에 반영되지 않게끔 했다.
2020년 전국을 휩쓴 코로나19 여파와 저출생·고령화 등의 이유도 헌혈 감소에 영향을 끼쳤으나, 특히 청소년 헌혈이 급감한 데는 헌혈과 같은 개인 봉사 활동이 대입 전형에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대한적십자사 분석이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학교 차원의 단체 헌혈은 봉사 활동으로 인정되지만,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개인 헌혈은 인정이 안 되면서 고등학생 헌혈이 크게 줄었다”라며 “개인 헌혈도 봉사활동으로 인정하거나 헌혈자 보상 강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혈액 부족이 만성화한 가운데 근본적으로는 학생들이 생명을 구하는 데 보탬이 되겠다는 선의로 헌혈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jungle@yna.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