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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47)가 죽음을 무릅쓰고 러시아로 돌아온 이유가 ‘독재 정권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좌우명을 실천하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평가했다.
NYT는 러시아 시베리아 감옥에서 지난 16일 살해된 나발니가 2020년 8월 러시아 국내선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며 쓰러진 뒤 독일로 이송돼 치료받다가 2021년 1월 귀국한 이유에 대해 지지자 등 많은 사람이 의문을 제기한다며 이같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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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YT “운명 알고도 귀국 결정한 나발니 ‘푸틴 정부에 두려워할 이유 없다’ 좌우명 실천”
전 푸틴 연설비서관 “행동 중시 나발니 귀국, 대의 애착·깊은 진심 보여줘”
NYT는 나발니가 ‘블라디미르 푸틴의 권위주의 정부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는 자신의 좌우명을 실천하기 위해 귀국, 감옥에서도 크렘린궁을 계속 비판하면서 새로운 존경과 추종자를 얻었지만, 목숨을 잃는 대가를 치렀다고 설명했다.
NYT는 나발니가 망명지에서 무의미한 존재로 전락하는 것을 두려워했다고 러시아 전문가들이 진단한다고 전했다.
푸틴의 연설비서관 출신인 압바스 갈랴모프 정치 컨설턴트는 “나발니는 행동을 중시했다”며 “그에게 정치는 단지 민주주의와 이론이 아니라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갈랴모프는 다른 많은 러시아 야권 지도자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서 말만 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데 이는 나발니로서는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갈랴모프는 나발니의 귀국이 대의에 대한 그의 무한한 감정적인 애착과 깊은 진심, 두가지를 나타내는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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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 언론인 “나발니, 어둠 속 등불…그 인생 보면 귀국 외 다른 선택할 수 없어”
러시아 언론인 안드레이 로샥은 독립 통신사 메두자에 게재한 추모 글에서 “많은 사람이 지난 3년간 ‘그가 왜 돌아왔을까, 얼마나 바보짓인가, 얼마나 무의미한 자기희생인가’라고 썼지만, 그를 아는 사람에겐 이는 자연스러운 것이었다”며 “당신이 그의 인생을 보면 그가 그것 외 다른 것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을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립 영화감독이기도 한 로샥은 이러한 자기희생이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나발니 귀국 후 그의 사진을 게재하면서 ‘영웅’ 한 단어만 적었다고 NYT는 전했다.
로샥은 “나발니는 이 어둠 속에 등불 같은 존재였다”며 “그 끔찍한 형무소 어딘가에 앉아 그들을 비웃고 있는 것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고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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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YT “운명 알면서도 귀국한 영웅, 그리스 고전 비극 떠올려”
“푸틴, 나발니 독일 출국으로 문제 해결 인식…감옥서도 영향력 발휘, 크렘린궁 골칫거리”
NYT는 나발니의 귀국이 그리스 고전의 비극을 떠올린다며 “영웅은 자신에게 닥쳐올 운명을 알면서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영웅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어쨌든 그렇게 한다”고 적었다.
NYT는 푸틴이 독살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나발니가 치료차 독일로 출국하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이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했다며 ‘정신이 온전한 사람이라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나발니는 귀국했다고 강조했다.
나발니는 오는 3월 15~17일 러시아 대선에 투표하는 모든 유권자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침묵 시위를 위해 3월 17일 정오 투표장에 나오라고 촉구하는 등 감옥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해 크렘린궁의 골칫거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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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 언론인 “나발니 귀국, 푸틴에 악몽…일부 ‘나발니, 죽음서 부활’ 주장”
나발니 “조국도, 신념도 포기 못 해…신념 지키기 위해 일부 희생 감수해야”
러시아 모스크바의 ‘더뉴타임스’ 편집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미국 하버드대 데이비스센터에서 러시아·유럽 연구를 담당하는 예브게니아 알바츠는 “나발니가 돌아왔을 때 이는 푸틴에게 악몽이었다”며 사람들은 나발니가 독살에서 생존했다고 했고, 일부는 죽음에서 부활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나발니도 자신의 귀국 결정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크렘린궁과의 모종의 뒷거래까지 암시하는 많은 러시아인의 반응에 좌절감을 표시하면서 귀국 3주년이 되는 지난 1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나는 조국도, 신념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고 썼다.
그는 “나는 첫번째(조국)도, 두번째(신념)도 배신할 수 없다”며 “당신의 신념이 가치가 있다면 기꺼이 그 신념을 지킬 수 있어야 하고, 필요하다면 일부 희생도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NYT “나발니 귀국, 1917년 레닌 귀국 연상”
전 푸틴 연설비서관 “나발니, 추운 겨울, 선거 없는 시기에 귀국, 정치적 반응 이어가지 못해”
NYT는 나발니의 귀국이 1917년 블라디미르 레닌의 귀국을 연상시키지만, 선거철이 아닌 추운 1월에 귀국해 정치적 파급력이 미미했다고 일부 전문가들이 평가한다고 전했다.
1917년 3월 러시아 혁명이 일어났을 때 스위스에 체류 중이던 레닌은 그해 4월 부인 나데주다 등 30명의 동지와 함께 독일 정부가 제공한 기차를 타고 핀란드를 거쳐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핀란드역으로 돌아왔는데, 이를 계기로 격렬한 시위가 일어났고, 결국 그해 11월 볼셰비키 정권에 의한 소비에트 연방을 탄생시켰다.
갈랴모프는 나발니가 러시아의 깊은 겨울에, 가까운 시기에 선거도 없는 1월 중순에 귀국한 것을 가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그가 모스크바공항에서 바로 체포되면서 촉발된 시위가 지속적인 정치적 반응으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평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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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든 대통령 “나발니 죽음, 푸틴과 그의 깡패들 소행”
나발니 부인 “푸틴, 벌 받을 것, 악 물리치기 위해 전 세계 단결해야”
NYT는 나발니를 가장 확실한 야권 지도자로 여겼던 사람들 사이에서 그의 죽음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반응은 그가 직접적으로, 또는 3년간의 가혹한 환경을 통해 감옥에서 살해당했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나발니 대변인인 키라 야르미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나발니가 살해됐으며 푸틴이 직접 그 명령을 내렸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나발니 측근들은 그가 살해됐으며 러시아 당국이 그 흔적을 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시신을 넘겨주지 않는다고 규탄했고, 나발니 시신의 소재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영국 BBC방송·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전했다.
나발니 모친은 아들의 시신이 교도소 인근 살레하르트 마을로 옮겨졌다는 말을 듣고 갔지만, 영안실은 닫혀 있었고 그곳에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나발니 측근들이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서방 지도자들도 나발니 사망의 책임이 푸틴에게 있다고 맹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일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나발니 사망 소식에 격분했다며 “푸틴은 우크라이나 등 다른 나라의 국민을 공격할 뿐 아니라 자국민을 상대로도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발니가 암살됐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나발니의 죽음이 푸틴과 그의 깡패들이 한 어떤 행동에 따른 결과라는 데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원색적으로 규탄했다.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는 16일 독일에서 개막한 뮌헨안보회의에 참석 중 남편 사망 소식을 듣고 연단에 서서 “푸틴과 푸틴 정부를 믿을 수 없다. 그들은 끊임없이 거짓말을 한다”며 “만약 그것(나발니의 사망 보도)이 사실이라면 푸틴과 그 주변의 모든 사람, 푸틴의 친구들, 그의 정부가 우리나라와 내 가족, 남편에게 저지른 일에 대한 벌을 받을 것이라는 점을 알기를 바란다. 그날은 곧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발나야는 “지금 러시아에 있는 이 악을 물리치고 끔찍한 정권을 물리치기 위해 여기 있는 모든 이와 전 세계 사람들에게 뭉칠 것을 촉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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