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궁·천무·K-9·스파이크 등 ‘즉강끝’ 응징태세…북한은 해안포 개방
서해 NLL 충돌시 확전 우려…”남북 어느 때보다 상황관리 필요” 목소리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북한이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이나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콕 찍어 무력행사 위협을 가해 이 일대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남북은 이미 이곳에서 세 차례 해전을 치른 바 있고, 군사회담에서는 ‘해상경계선’이냐, 아니냐를 놓고 얼굴을 붉혔다. 어느 쪽에서든 힘을 가하면 곧바로 폭발할 있는 활화산이나 다름없는 곳이 서해 NLL이다.
군 당국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월에 이어 2월에도 ‘북방한계선’을 적시하며 도발 위협을 가하자 NLL 일대 경계감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군이 도발할 경우 그 원점에 포탄 세례를 퍼부을 장비들을 점검하는 등 즉각 응사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상 접적지역 대비태세 못지않게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북도서를 방어하는 해군 및 해병대 장병들의 군기도 바짝 섰다고 한다.
군의 한 관계자는 18일 “김정은이 계속해서 서해 NLL을 수사적으로 위협함에 따라 이 지역 방어를 책임지는 부대에 경계감시 강화 및 장비 운용 태세 점검 등의 지시가 이미 내려갔다”며 “서북도서방위사령부도 지휘관과 장병들에게 경각심을 갖고 대비태세에 전력을 쏟도록 당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수사적 위협이나 우리 군의 대비태세를 볼 때 서해 NLL 지역에서 충돌이 발생하면 ‘확전’ 우려가 제기된다. 이 때문에 남북 서로가 어느 때보다 상황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NLL 이북 북한군 화력 9·19합의 이전 복귀…군, ‘즉강끝’ 전력 응징태세
군에 따르면 서북도서 이북 북한군 4군단 지역은 ‘정중동'(靜中動) 모습이지만, 화력 태세는 9·19 군사합의 이전으로 복귀했다고 한다. 감시장비 등을 통해 파악된 해안포 포문 개방 기지만도 수십여곳에 달한다.
북한은 서해 NLL 이북지역에 130㎜(사거리 27km), 76.2㎜(〃 12km) 등 250∼300여 문의 해안포를 배치했고, 일부 지역에는 152mm(〃 27㎞) 지상곡사포(평곡사포)도 있다. 이 중에서 서북도서와 그 해안을 직접 사정권에 둔 해안포는 100여문에 달한다. 연평도 북쪽 갈도 등 4군단 관할 부대에 밀집 배치된 사거리 20여㎞의 122㎜ 방사포도 위협적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지난 14일 신형 지상대해상 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사격시험을 지도하면서 동·서해함대의 ‘해안미사일병대대’ 전투편제 개편안을 승인함에 따라 신형 지대함 미사일과 지대지 단거리 미사일 등의 추가 배치가 예상된다.
지상대해상 미사일은 바다에 있는 함정을 지상에서 쏘아 격퇴하는 무기로, 북한판 ‘반접근'(A2/AD) 전략 일환으로 개발되는 전력이다. NLL 일대를 초계하는 우리 유도탄고속함과 호위함 등이 표적이다.
군은 NLL 이북 지역의 북한군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기습 도발에 대비하고 있다.
백령도와 연평도에는 북한의 지대함미사일 위협 등에 대응해 ‘비궁’이 배치돼 있다. 2.75인치(70㎜) 유도로켓 비궁은 적외선 영상 탐색기로 다중 표적을 동시에 감시할 수 있어 여러 대의 공기부양정이나 지상의 도발 표적을 때릴 수 있다. 차량 탑재형으로 기동성이 좋고, 차 한 대에 탑재된 2개의 발사장치에 2.75인치 유도로켓을 가득 장전하면 동시에 40발을 쏠 수 있다. 사거리는 5∼8㎞에 이른다.
갱도에 숨은 북한 해안포는 사거리 20여㎞의 이스라엘산 ‘스파이크’ 미사일로 대응할 수 있다. 1발당 3억원가량의 스파이크는 2013년부터 서북도서에 배치된 무기다.
다연장로켓 ‘천무’도 도발 원점과 그 주변을 무력화할 수 있다. 사거리 80여㎞에 달하는 천무는 239㎜ 유도탄과 227㎜ 무유도탄, 130㎜ 무유도탄을 모두 발사할 수 있다. 227㎜ 무유도탄 1기에는 900여 발의 자탄이 들어 있어 축구장 3배 면적을 단숨에 초토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목표물에서 15m를 벗어나지 않을 정도로 정밀 타격이 가능한 무기다.
K-9 자주포도 즉각 응사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월 서해 NLL 인근 북측 지역에서 해안포 위주로 약 200발을 발사하자 K-9 자주포 등으로 두배에 달하는 400발 이상을 응사한 바 있다. 9·19 군사합의 이후 6년 5개월 만의 해상 포 사격이었지만 빈틈없는 조치여서 해병대가 칭찬을 받았다.
NLL 남쪽에서 초계 임무를 맡고 있는 2천500t급 및 2천800t급 호위함에 탑재된 사거리 150㎞의 전술함대지 유도탄도 지상의 도발 지휘시설과 지원세력을 응징할 수 있는 전력으로 꼽힌다.
군은 이들 전력을 상시 대기태세로 유지하며 유사시 ‘즉강끝'(즉시, 강력히, 끝까지 응징) 원칙으로 응징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 북한 “백령도·연평도 북쪽 국경선”…초계활동 트집 무력행사 가능성
날씨가 풀리면서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북도서 어민들이 조업을 준비하고 있고,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에 따른 해상 경비도 강화되는 시기여서 서해 NLL 일대가 특히 위험해졌다.
김정은 위원장이 NLL을 “유령선” “불법무법”이라고 규정하며 “연평도와 백령도 북쪽 국경선 수역에서의 군사적 대비태세를 강화할데 대한 중요지시”를 내림에 따라 충돌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해상 단속 활동에 나선 우리 군 활동에 대해 “국경선 침범”이라는 등 트집을 잡아 무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북한은 2007년 11월 평양에서 열린 2차 남북 국방장관회담과 그해 12월 제7차 남북 장성급회담에서 돌연 ‘해상경비계선’을 제기했다. 당시 회담에서 북측 해상경비계선과 남측 NLL 사이를 평화수역으로 정하고 그 안에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자고 주장한 것이다. 이 해상경비계선은 서해 NLL 남쪽으로 그어졌다.
당시 회담에 대표로 나섰던 한 예비역 장성은 “북한은 NLL과 서북도서 중간에 교묘하게 해상경비계선을 그었다”면서 “북한이 주장한 백령도와 연평도 북쪽 국경선은 2007년 제시한 해상경비계선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9·19 군사합의 논의 과정에서도 서해 완충구역을 2007년 제시한 해상경비계선을 기점으로 하자고 했으나 우리 측이 논의할 대상이 못 된다고 단칼에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이 북한의 NLL 무력화 기도를 차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방부는 국방백서에 “NLL은 우리 군이 지금까지 굳건하게 지켜온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이라며 “북방한계선에 대한 그 어떤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명시하는 등 NLL 수호 의지를 다지고 있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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