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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본 지 4~5년 된 학생도 연락”…의대 증원에 들썩이는 대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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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가운데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메가스터디 학원에서 학부모들이 '의대 증원에 따른 입시 판도 분석 설명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가운데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메가스터디 학원에서 학부모들이 ‘의대 증원에 따른 입시 판도 분석 설명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했죠? 단언컨대 올해가 가장 이득을 볼 수 있는 해입니다. 강릉원주대 치의예과에 갈 성적인 학생이 올해는 연세대 치의예과에 합격할 수 있어요. 학부모님들 의대 원서는 1~2점 싸움인 거 아시죠? 예민하게 반응하셔야 해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대형 입시학원에서 지난 16일 오후에 열린 의대 입시전략 설명회. 대형 사교육 업체 운영 기숙학원에 강사 A씨는 기대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3058명인 의대 정원을 2025학년도 대입에서 5058명으로 2000명 늘리고, 2035년까지 의사를 1만명 확충한다고 발표한지 10일째 되는 날이었다.

◇”한두 문제 차이로 의대 놓친 N수생, 용기 내서 수능 도전”

입시설명회는 사전에 온라인으로 예약해야 입장할 수 있었다. 예약자명과 고등학교를 학원 직원에게 밝히고 들어선 강의실에는 평일 낮 시간대였지만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90여명이 앉을 수 있는 강의실에는 학부모와 고3, ‘N수생’으로 가득했고, 부부가 함께 오거나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 강사 A씨는 프리젠테이션(PT) 화면을 띄우고 의대 합격 전략을 설명했고, 학부모들은 휴대전화로 촬영하거나 학원이 나눠준 펜으로 강사의 말을 열심히 받아 적었다.

A씨는 의대 합격 점수가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의대 정원이 늘기 때문에 수능 두세 문제를 더 틀려도 작년과 올해 진학할 수 있는 대학이 같아지는 셈”이라며 “기존에는 메디컬 계열에 지원하려면 영어가 1등급이어야 했는데 올해는 2등급도 갈 수 있다”고 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의대 입시 홍보 현수막이 세워져 있다. /뉴스1
지난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의대 입시 홍보 현수막이 세워져 있다. /뉴스1

A씨는 “물론 의대에 가려면 수학은 백분위 99~100%가 기본이고 나머지 과목도 이정도 수준이 돼야 한다”면서 “백분위 100% 안에서도 표준점수를 어디까지 올리느냐에 따라 의대 입학 대학이 결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대하고 있지만, 올해 수능을 보는 2006년생 출생아가 2007년생보다 인원이 적기 때문에 올해 의대 입학을 노리는 게 유리하다”며 “일단 지원하면 이득”이라고 했다.

의대에 도전하는 N수생이 급증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강사 B씨는 “의대 증원 발표 이후 4~5년 전 학원을 다녔던 학생들까지 연락이 왔다”며 “수능 한두 문제 차이로 아깝게 의대를 놓친 상위권 학생들이 다시 한번 용기 내서 도전할 것 같다”고 했다. A씨는 “고교 내신이 좋은 대학생은 대학에 다니면서 수능 최저 점수만 맞추면 되기 때문에 의대 수시에 지원하는 N수생이 늘어날 것”이라며 “의대 지역인재전형 비율을 늘린다고 하면서 지역에서도 의대에 대한 열기가 엄청나다. 심지어 (내신) 4등급인데 ‘의대 가볼까?’라고 하는 분도 있다”고 했다.

B씨는 “좋은 기회지만 경쟁자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도전하면 큰 코 다칠 수 있다”며 학원의 기숙 프로그램을 홍보했다. 이 학원은 설명회 직전 ‘서울대 의예과 누적 4년 최다 합격’, ‘넓어진 의대 입시의 문’, ‘의대 합격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동영상을 틀었다. 직원들은 설명회 참석자에게 첫달 수강료 20% 할인권을 나눠줬고, “입학 상담을 원하는 분 안내해드리겠습니다”라며 수강생을 모집했다.

◇서울대 의대 합격증 내걸고 학원 수강생 모집

이날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의대 증원에 반가워하는 분위기였다. 한 학부모는 설명회를 마치고 “자녀가 수험생인데 이번에 의대에 지원해도 될지 호기심에 와봤다”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지각해서 앞 부분을 놓쳤다”며 “중요한 이야기가 나왔을까봐 아쉽다”고 했다. 변모(49)씨는 “의대 인원이 늘어나는 것은 좋은데 지역인재 전형으로 선발하는 인원이 많아서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 13일 서울의 한 대형 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지난 13일 서울의 한 대형 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수험생들도 들썩이고 있었다. 수험생 홍모(21)씨는 “작년에 2024학년도 수능을 보고 원서 접수까지 했는데 의대 증원 소식을 듣고 올해 수능을 다시 보려고 마음먹었다”며 “대학교에 다니면서 휴학 없이 반수할 계획”이라고 했다. 홍씨는 “의대 정원이 늘어나는 만큼 상위권대 이공계 학생들이 이탈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변 친구들도 꼭 의대가 아니더라도, 상위권대 이공계에 다시 지원해본다는 분위기”라고 했다.

올해 휘문고에 입학 예정인 이모(16)군은 “대치동은 의대에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곳”이라며 “의대 입학이 한층 수월해지니 수험생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라고 했다. 이모(17)양은 “인력이 부족해서 의사 수를 매년 늘린다고 하는데 그래도 전문직”이라며 “주변 친구들도 의대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유명 대입 학원들은 2024학년도 입시 의대 합격자 수를 내세워 발 빠르게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었다. C학원은 이달 초 기준 서울대, 연세대 등 메이저 의대 7곳에 107명(중복 포함)이 합격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D학원은 이달 중순 기준 서울대, 연세대, 가톨릭대 의대 합격생을 각각 7명, 5명, 11명 배출했다고 밝혔다. E학원은 서울대 의대 합격자의 수능 성적표와 의대 합격증을 홈페이지에 공개적으로 올려놓고 있다.

의대 입학을 위한 사교육비는 만만치 않은 편이다. C학원은 월 수강료 213만원을 포함해 모의고사, 독서실비 등을 합쳐 월 300만원쯤 든다. D학원 강남 기숙 의대관은 월 380만원의 비용이 들지만 오는 18일 입소하는 800명 규모의 정규반 모집이 마감됐다. 학원 측은 “인원이 차서 대기를 걸어야 한다”며 “추가 입소가 언제 가능한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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