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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16일(현지시간) 감옥에서 의문사하자 파장이 커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이번 일을 푸틴 대통령과 연관 지으며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일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가운데 러시아 당국은 나발니를 추모하는 시민들을 구금하는 등 애도 분위기가 확산하는 것을 막고 있다.
서방 지도자들은 나발니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즉각 푸틴을 배후로 지목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연 뒤 “(나발니 죽음은) 푸틴과 그 깡패(thug)들이 저지른 일의 결과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 상원이 가결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을 하원은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그(나발니)는 자국민의 반대를 두려워하는 푸틴 대통령과 그의 정권에 의해 서서히 살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역시 “러시아는 그의 죽음에 대한 모든 심각한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대통령실) 대변인은 “(나발니 타살 의혹설은) 완전히 광기이며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푸틴 대통령은 나발니 사망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나발니 의문사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대응은 지난해 프리고진의 비행기 추락사 때와 비교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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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러시아군 수뇌부와 갈등 등으로 바그너그룹의 무장반란을 이끌었던 프리고진은 반란 두 달 만인 지난해 8월 23일 러시아 서부 트베리 지역에서 전용기 추락으로 숨졌다. 푸틴 대통령은 프리고진 사망 하루 뒤 “그의 유족에 애도의 뜻을 전한다”며 프리고진의 사망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했다.
이번에도 푸틴 대통령이 언제 입장을 내놓을지를 두고 관심이 쏠린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정적인 나발니를 ‘그 사람’, 또는 ‘블로거’라고 지칭하는 등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여 온 만큼 별다른 입장 표명이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은 나발니 추모 분위기가 자국 내에서 번지는 것을 막고 있다. AFP 통신은 러시아 곳곳에 임시로 마련된 나발니 추모 장소에 모여 있던 시민 100여명이 구금됐다고 현지 인권단체 ‘OVD-Info’를 인용해 보도했다. OVD-Info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한 영상에는 나발니를 기리는 기념비에 꽃을 놓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경찰에 연행되는 모습이 나온다. 구금자는 제2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46명, 수도 모스크바에서 11명 등 러시아 전역에서 나왔다고 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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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21년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푸틴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한 뒤 회견에서 나발니가 옥중 사망한다면 “러시아에 엄청난 손상을 가하는 후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그에게 분명히 밝혔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응으로 지난 2년간 러시아에 각종 제재를 비롯한 여러 조치들을 취했기 때문에 그가 더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NYT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발니의 죽음과 관련해 러시아에 어떤 조치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밖에 다른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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