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식의언론=이병태 카이스트교수]
영국 주간지 더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가 각국의 민주주의 수준을 측정해서 발표했다.
2023년의 EIU의 민주화 지수 보고서 (Democracy Index)의 평가에 의하면 한국은 23위, 그리고 최상위 그룹인 ‘완전한 민주주의’의 범주에 속하는 나라들은 24개국에 불과하다. 전세계 인구의 7.8%만이 이런 나라에 살고 있다.
2022년 기준 한국의 일인당 국민소득은 명목소득이나 실질소득으로 세계에서 30위다. 몇 개 산유국들을 빼면 우리의 민주주의의 성숙도는 우리의 경제 수준과 거의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아래 그래프는 2006년부터 우리의 민주화 지수의 변화를 보여준다. 작은 변동만 있을 뿐이지 지난 8년간 변화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2016년부터 민주주의는 곳곳에서 흔들리고 있고 권위주의 정부가 부상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제도상으로만 볼 것인지 국민들 사이의 관용성과 신뢰를 같이 볼 것인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미국의 순위는 유럽과 한국보다 훨씬 낮다. 미국의 정치적 갈등 및 분열과 선거 결과에 대한 승복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정부 효율을 의심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강력한 지도자가 사람 사는 세상을 사심없이 단호하게 이해집단을 제압하고 이끌어주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권위주의적 지도자들이 탄생하고 지배한다.
하지만 자유도와 국민소득 간에는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다. 자유도가 높은 나라가 경제가 지속 성장한다. 이 자유에는 정치적 자유와 함께 경제적 자유도이다. 자유도가 높은 나라는 민주주의 지수가 높다.
그래서 이코노미스트지의 민주주의 지수와 프레이저연구소의 경제 자유도 지수(Freedom Index)의 상위 순위 국가가 대부분 일치한다.
언제나 우리 정치와 정부는 국민의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하고 모든 언론과 지식인들은 늘 정치권과 정부를 비판한다. 하지만 우리의 생각처럼 정치가 개판이고 정부가 비효율적이라면 지금의 한국의 민주주의 성취와 경제적 성취는 설명이 안된다.
이런 정부와 정치로 대한민국은 60년대 경제개발 이후 적어도 지금까지는 순위를 계속 끌어올린 나라다. 정치가 한 국가의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결정하는 최종적이고 궁극적인 장치라면 한국의 정치에 대한 일방적인 저평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는 결과 지표를 갖고 추정하면 한국의 정치와 정부의 효율성은 세계 20~30위 권으로 봐야 객관적이다. 그것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갈망하고 지지하는 우리 국민들의 수준의 반영이라고도 봐야 한다.
어느 나라나 그렇지만 인구가 크고 경제가 큰 나라에는 많은 편차가 존재한다. 기업이 대표적이다. 한국에 글로벌 톱 클래스의 소수 기업이 있고 그렇지 못한 80% 이상의 영세업이 존재한다. 학계도 그렇다.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소수의 학자와 연구자들이 있고 그렇지 못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영역은 객관적 비교가 비교적 쉽다. 그래서 더 경쟁 압력에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글로벌 비교나 경쟁 압력이 존재하지 않는 영역이 정치이고 정부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편차가 적고 평균적이라고 봐야 한다. 그것이 세계 20~30위권의 정치인들이 톱 클래스의 기업을 쥐고 흔드는 것이 가당치 않은 이유가 된다. 한국에서 글로벌 연구자로 살고 싶어하다가 질식할 것 같은 정부의 관료주의에 질려버리는 연구자나 학자들도 마찬가지다.
이코노미스트지의 평가나 다른 글로벌 경제 평가 지표들은 대부분 한국이 상위 30위 안에 든다. 이는 우리의 정치와 정부가 그 수준이고 국민들이 그 수준이라는 이야기다. 그만하면 상위권이니 큰 달성을 해온 것이라고 생각할 것인지, 왜 글로벌 1위가 아니냐고 비판과 분노를 쏟아낼 것인지는 각자의 판단의 몫이다.
우리의 경제적, 민주화 성과의 비교적 높은 지표들을 보면서 다른 나라의 민주주의나 정부도 별반 다르지 않겠구나 하는 위안을 가져본다. 아마도 우리는 우리의 문제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더 크게 잘못된 나라로 보이는 것일 줄 모른다.
#더 이코노미스트, #민주화 지수, #프레이저연구소, #경제자유도 지수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