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연설을 방해하는 청년을 대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방식은 확실히 달랐다. 대통령의 연설하는 도중에 끼어드는 행동은 말을 끊는 자칫 무례한 행동이면서 동시에 국민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은 간절함에서 나오는 외침이기도 하다. 민주주의 국가의 두 대통령의 어떤 방식을 택했을까? 윤 대통령은 물리적인 힘으로 제압했지만, 오바마 전 대통령의 말의 힘으로 설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KAIST) 졸업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던 중 소동이 일어났다. 윤 대통령이 “과학 강국으로의 ‘퀸텀 점프’를 위해 R&D 예산을 대폭 확대할 것이다”라고 말할 때, 한 석사 졸업생이 “R&D 예산 복원하라”고 외쳤다. 졸업생이 대통령을 향해 R&D 정부 예삭 삭감에 항의하며 구호를 외치자, 대통령 경호원들은 잽싸게 졸업생의 입을 틀어막고 사지를 들어 끌고 나갔다. 학위복으로 위장해 있던 경호원들까지 항의하던 졸업생을 강제로 퇴장시켰다.
대통령실은 경호 안전 확보와 행사장 질서 확립을 위해 소란 행위자를 분리 조치한 것이며, 경호 원칙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두고 ‘과잉 진압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미국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자신의 연설을 막고 구호를 외치는 청년을 어떻게 대했을까?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지난 2013년 11월 25일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서 열린 이민 개혁법 통과를 촉구하는 연설이 끝나갈 무렵 한인 청년이 오바마의 연설에 불쑥 끼어들었다. 샌프란시스코주립대 대학원생인 청년은 “대통령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추수감사절 때부터 저희 가족들은 흩어졌다”고 말했다. 청년은 “매일 같이 수천 명의 이민자들의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금 우리가 얘기하고 있는 사안이 바로 그것”이라고 차분히 답했다.
그러자 청년은 “제발 행정권한을 사용해 1,150만 명 불법 체류자의 추방을 지금 막아달라”며 “대통령께서 이민자 추방을 막을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그런 권한은 나에게 없다”며 “그래서 저희가 여기 모인 것”이라고 답했다.
급기야 청년이 “추방을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자 연설이 중단됐고 경호원들이 청년을 끌어내려고 했다. 그때 오바마 전 대통령은 청년을 막지 않고 여기 있게 해주자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 젊은이들의 열정을 존중한다”며 “왜냐하면 이 청년들은 진심으로 가족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그런 것”이라고 이해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청년을 바라보며 민주적인 절차를 밟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만약에 제가 의회의 입법 절차 없이 모든 사안을 해결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지만 미국은 법치 국가”라며 “쉬운 방법은 고함을 지르거나 법을 어겨서 마치 뭔가를 할 수 있는 것처럼 행세하는 것이겠지만 제가 제안하는 것은 더 어려운 방법으로, 우리의 민주적 절차를 사용해 공동의 목표를 이루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는 그저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저희가 로비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득했다. 그러자 박수가 쏟아졌다.
양아라 에디터 / ara.yang@huffpost.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