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부터 병원 떠나기로…병원 긴장 속 “수리 가능성 낮다” 전망도
빅5 전공의 비율 34∼46% ‘과의존’ 구조…근무 중단시 여파 클 듯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권지현 기자 = 이른바 ‘빅5’로 불리는 서울시내 대형병원 전공의들이 오는 19일까지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예고하면서 현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주요 병원들은 집단사직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채 우선 전공의들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실제 사직서가 제출되더라도 수리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의료계의 중론이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빅5 병원의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오는 19일까지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를 기해 근무를 중단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각 병원은 우선 사태 파악에 분주한 모습이다.
국내 빅5 병원은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을 말한다.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서울성모병원 인턴 58명 전원의 사직서 제출이 알려진 데 이어 나머지 네 곳에서도 하나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들 병원은 전공의들이 진료과별로 사직서를 취합해 제출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으며, 오는 19일이 되면 정확한 사직 규모가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인턴이나 전공의들이 제출하는 사직서는 진료과장을 거쳐 수련교육부로 넘어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절차를 밟고 있어 ‘공식적으로’ 잡히지 않는 규모도 꽤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 병원을 떠나 출근하지 않는 전공의들이 있는가 하면, 사직서를 제출했다가 복귀한 젊은 의사도 있다.
전날 서울아산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했던 인턴은 이날 오전 병원에 복귀해 근무 중이다. 사직서를 제출한 인원은 5명 이내로 알려졌다.
대전성모병원 인턴 21명도 전날 사직 의사를 밝혔으나, 이날 복지부의 근무실태 조사 결과 이들이 내부 진료망에 정상 접속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를 두고 의료계에서는 진료망에 접속한 것만으로 이들이 복귀했다고 단언할 수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병원들은 19일까지 전공의들의 사직 규모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일부 병원은 이 기간 진료과별로 전공의들과 최대한 대화해 집단사직 사태가 벌어지는 걸 막는 데 힘을 모을 방침이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주요 업무를 담당하는 전공의들이 대거 이탈해 현장에 공백이 벌어질 경우 의료대란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빅5 병원의 의사 인력 중 전공의 비율은 서울대병원 46.2%, 세브란스병원 40.2%, 삼성서울병원 38.0%, 서울아산병원 34.5%, 서울성모병원 33.8%다. 의사 인력의 34∼46%가 전공의로 채워지는 등 ‘과의존’하는 구조인 탓에 집단사직의 여파가 클 수밖에 없다.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병원 차원에서 수리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복지부가 이미 각 수련병원에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린 데다, 복지부의 명령이 없더라도 병원 차원에서 사직서를 수리할 의지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선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했던 2020년에도 전공의들이 그해 8월 무기한 집단휴진과 함께 대거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났으나, 그해 9월 정부가 물러나면서 전공의들 모두 복귀했다.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복지부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도 있긴 하지만 젊은 의사들의 미래 등 여러 상황을 생각해봤을 때 사직서가 수리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2020년에도 제출된 사직서 대부분이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의대 정원을 2천명 늘리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고, 이에 반발하는 분위기도 심상치 않아 여러모로 상황이 다르므로 우선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가 사전에 집단행동 금지 명령을 내리고, 법과 원칙에 따라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히면서 오히려 집단행동 확산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또 다른 빅5 병원 관계자는 “병원 안에서는 의대 증원으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젊은 의사들과 의대생을 무작정 말릴 수도 없다는 분위기”라며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정부의 강경한 대응이 불씨를 키운 모양새”라고 말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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