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1심 금고 이상 판결만 나와도 면허취소…환자사망시 법정 최고형”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수도권 ‘빅5’ 병원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오는 19일까지 전원 사직서를 내기로 한 가운데, 정부는 의사단체의 집단행동에 대비해 세워둔 확고한 대응 원칙을 밀고 갈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일찌감치 ‘법에 따른 엄정 대응’이라는 강경한 방침을 밝히고, 실무적인 준비까지 마쳤다.
집단행동 즉시 ‘업무개시명령’으로 환자 곁을 지키게 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 최종적으로는 면허를 박탈한다는 방침이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빅5’ 병원 전공의 대표들과 논의해 오는 19일까지 해당 병원 전공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이후에는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빅5는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을 말한다.
정부는 의사단체들의 이런 움직임에 앞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한다는 방침을 미리 세웠다.
각 수련병원에는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를 명령했고,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단체에는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내렸다.
특히 정부가 집단행동 참여 의사에 대해 의료행위에 필요한 면허를 박탈하는 ‘초강수’를 둘 가능성도 있다.
의료법에 따르면 집단으로 진료를 거부하면 업무 개시를 명령할 수 있는데, 여기에 따르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자격 정지뿐만 아니라 3년 이하의 징역형도 받을 수 있다.
특히 개정된 의료법은 어떤 범죄든 ‘금고 이상의 실형·선고유예·집행유예’를 선고받았을 때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게 했다.
쉽게 말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의사들이 따르지 않을 경우 의료법에 따라 면허를 박탈당할 수 있는 것이다.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하면 의사뿐만 아니라 그들이 몸담은 의료기관도 1년 범위에서 영업이 정지되거나, 개설 취소·폐쇄에 처할 수 있다.
복지부는 집단사직이 현실화할 움직임이 보이자 이날 전공의들의 연락처를 확보했고 곧이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문서 등으로 업무개시명령을 송달할 방침이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브리핑에서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하면 최고 징역 3년 등의 벌에 처한다”며 “이 벌칙은 그 침해된 이익의 크기에 따라 정해진 것으로, 잠깐 (병원을 이탈)했다가 바로 복귀하는 정도라면 병원 입장에서 실제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처분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만일 전공의들이 장기간 복귀를 하지 않아서 (병원) 기능에 상당한 마비가 이뤄지고, 실제로 환자 사망 사례 등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면 법정 최고형까지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차관은 또 “10명이 사직 후 업무개시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면 10명 모두에게 처분이 내려질 것이고, 명령 불응에 따른 고발로 1심에서 금고 이상의 판결만 나와도 면허 취소까지 가능하다”며 “지속되는 명령 위반은 계속 누적될 것이고, 정부는 굉장히 기계적으로 법을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법 외에도 응급의료법, 공정거래법, 형법(업무방해죄) 등으로도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
‘응급의료법’은 의료기관장이 종사자에게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한 근무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했는데, 이를 위반해 환자에게 중대한 불이익을 끼친 경우 6개월 이내 면허·자격정지 혹은 취소까지 할 수 있다.
‘공정거래법’은 사업자단체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거나, 각 사업자의 활동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실제로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협 차원의 집단휴진 사태가 벌어졌을 때 당시 의협 회장은 공정거래법과 의료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면허가 취소됐다.
당시 재판부는 “사업자 각자의 판단에 의하지 아니한 사유로 집단휴업이 발생하고 일반 국민의 의료기관 이용에 큰 지장이 초래되었으므로, 의사들 사이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로 보지 아니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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