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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재판 지연’ 해결 위해 꺼내든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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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대법원

조희대 대법원장의 취임 일성은 사법부 신뢰를 무너뜨린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11월 취임 이후 4개월간 숨 가쁘게 달리며 최근 법원 인사 등을 마무리한 조 대법원장은 처음으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재판 지연 해법으로 법관 증원과 처우 개선, 판결문 간이화를 언급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사법부가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책무로 짧은 기간에 법원이 현재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는 다 하고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재판 지연 문제 대처를 위해 법관 증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 판사의 정원은 3214명이다. 이마저도 육아휴직과 해외 연수 등으로 전체 법관 가운데 7% 이상인 220여명이 비가동 인원이다. 2019년 기준 판사 1명이 처리하는 사건은 연간 464.1건으로 이는 독일 판사의 1인당 연간 사건(89.6건)의 5.2배에 달한다. 판사 수를 늘리려면 현행법이 바뀌어야 하는데 현재 21대 국회가 ‘총선 체제’로 접어들면서 법안 처리가 뒷전으로 밀려나는 분위기다.

이날 조 대법원장은 경력법관 채용 기준이 높다고도 지적했다. 현재 판사가 되려면 5년 이상의 법조 경력이 필요하고, 오는 2025년에는 7년, 2029년에는 10년으로 늘어나게 돼 있다. 갈수록 경력 법관 수급이 어려워지고 결국 재판 지연을 불러온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21대 국회에서는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이 논의됐으나 2021년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조 대법원장은 “재판을 담당하는 숫자도 중요하지만 법관이 어떤 사람으로 구성되는가도 중요한 내용”이라며 “대륙법계에서 경력법관을 채택하는 나라는 벨기에와 대한민국 두 나라로 보고 된다. 법관 자원을 뽑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고, 벨기에도 (배석 판사 경력) 3년 정도가 적당한 걸로 생각하고 최근 입법적 조치를 했다. 우리도 합리적인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관 숫자를 늘리는 것만큼 좋은 법관을 오래 일하게 하는 것도 재판 지연 해결의 관건이다. 조 대법원장은 무엇보다 법관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며 싱가포르의 사법 개혁을 모범 사례로 제시했다.

조 대법원장은 “싱가포르 하면 경범죄도 엄하게 처벌하고 외국인도 태형(笞刑·육체에 가하는 형벌)해 미개한 사법제도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현재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사법 제도를 가진 나라가 어느 나라인지 챗GPT에 물으면 90~95% 싱가포르라고 답한다”며 “싱가포르 사법 개혁 성공의 핵심 중 하나로 드는 게 처우 문제다. 싱가포르는 국가 예산을 투입해 법관의 보수를 우리나라로 말하면 대형로펌 파트너 변호사 수준으로 인상했다. 또 국제상사법원은 국적에 관계없이 외국인도 법관이 될 수 있게 하는 등 효율화했다”고 전했다.

특히 법조일원화 과정에서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지방법원장 이동을 가로막은 것이 법관 인력 유출을 불러온다는 지적에도 공감하며 “고등법원 재판이 지방법원에 비해 난이도가 높아 6~7년 하면 체력적인 한계가 온다. 그 정도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법원장으로 가면서 숨통이 트이곤 했다. 지금은 막혀 있고, 로펌은 계속 그런 분들을 유혹한다. 사명감으로 일하라지만 한계에 부딪히면 자연스럽게 흔들리는 게 인간이다. 워라밸을 무시하고 성인군자가 되라고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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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대법원

현재 법원행정처는 조 대법원장 체제에서 판결문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 판사가 재판 이후 판결문 작성에 시간을 많이 써야 하는 것이 재판 지연을 부르고 있어서다. 우리와 달리 미국의 경우 판사가 로클럭(사법보좌관)이 준비한 보고서를 토대로 자신의 의견을 더해 판결문을 작성해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고 심지에는 판사가 판결문에 형량만 적으면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조 대법원장은 “판결문 쉽고 간이하게 쓰는 것을 강조하는 이유 중 하나가 국민들이 알기 쉽게 하는 것도 있지만 법관들도 예전과 달리 주말이나 밤늦게까지 일할 수 없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라며 “부장판사들이 일주일 3건 이상 쓰지 않느냐고 하는데 판결문을 간이하게 쓰면 5~6건도 쓸 수 있지 않느냐. 취임사에서도 강조했고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 대법원장은 전임 대법원장 시절 추진해 온 압수수색 사전심문제도 추진에 대해선 “대법원 규칙으로 할지 입법해서 할지 결정할 문제”라며 “(3월 중) 대법관 구성이 완료되면 논의할 문제라 생각하고 논의를 위한 준비는 돼 있다”고 말했다.

또 법원장 추천제와 관련해선 “법원 구성원이 법원장을 추천하는 나라는 보고된 바로 단 한 곳도 없다”며 사실상 폐지할 뜻을 밝혔다.

아울러 2021년 법정구속 요건에 대한 예규가 바뀌면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이른바 화이트 칼라에만 느슨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지적에는 “구체적인 사건을 두고 말하면 오해 소지가 있다”면서도 “그것과 별개로 여러 각도에서 꼭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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