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큰 동요 없지만 응급의료·수술 차질 생길까 걱정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이미령 안정훈 기자 =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서울 ‘빅5’를 비롯한 전국 대형병원 전공의들의 ‘줄사직’이 잇따르면서 환자들 사이에서는 각종 진료나 수술 일정 차질 등 ‘의료대란’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6일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본관 외래 대기 공간과 각종 검사실 앞은 아침 일찍부터 환자와 보호자들로 붐볐다. 파란 수술복 위에 흰 가운을 걸친 젊은 의사들은 차트를 보며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다만 전공의들이 아직 전면적인 업무 중단에까지 나선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평소와 다름없이 진료가 이뤄지는 모습이었다.
입·퇴원 수속 대기실 앞에서 만난 이모(30)씨는 최근 갑상샘암 수술을 마친 친언니와 함께 퇴원 수속을 밟고 있었다. 이씨는 언니에게 “다음 주부터 의사들이 파업에 들어가는 거냐”고 물은 뒤 “그 전에 나와서 다행이다. 급한 수술은 아니었지만 일정이 미뤄졌으면 입원 비용도 더 나오는 거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혈액 추가검사가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고 이 병원을 찾은 이철우(77)씨는 “당장 수술을 받게 될 수도 있다고 하니 조금 불안하지만, 병원에서 알아서 일정 조정을 잘해주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접수처도 평소와 다름없이 환자와 보호자들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아직까진 전공의 집단사직과 관련해 “잘 모르겠다”, “처음 들어봤다. 병원에서도 안내받은 바 없다”는 등의 반응이었다.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배응섭(67)씨도 “다리 때문에 몇 번 병원을 방문했는데 평소보다 진료나 접수가 늦은 건 모르겠다. 예약이 밀린 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배씨는 “(의정갈등 전에도) 애초에 수술 예약이 잡히는 데 오래 걸려서 3개월 가까이 수술을 못 받았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려고 하는 것에 나는 찬성이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응급 의료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어머니의 허리 통원 치료를 위해 삼성서울병원에 다니고 있다는 하모(44)씨는 “아무래도 이런 시기에 다치게 되면 응급실을 잘 못 갈 테니까 걱정이 드는 게 사실”이라며 “사태가 더 커지지 않기만을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빅5 병원 중 1곳 관계자는 “아직은 단체 사직서 제출은 없다. 수리 여부에 대해서는 논의 중이다”라며 “수술이나 입원, 외래 일정을 조정해나가는 방향으로 (전공의 근무 중단)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빅5 병원 전공의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19일까지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이후에는 근무를 중단키로 했다.
빅5 병원은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을 말한다.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는 대형병원 응급 당직과 수술 보조의 핵심 인력이다. 이들이 집단으로 의료 현장을 떠나면 의료 공백으로 인한 환자 불편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보건복지부는 전날까지 전국 병원 7곳의 전공의 154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집계했다.
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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