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기 회복의 ‘조짐’이 나타나는 데서 나아가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주로 제조업 생산·수출 중심의 회복세이고, 민간 소비 둔화와 건설투자 부진 등 분야별 온도 차가 극명해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특히 건설투자 분야에 대해선 ‘부진이 가시화했다’고 표현하며 더욱 암울한 평가를 내놨다.
기획재정부는 16일 발간한 ‘2024년 2월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제조업 생산·수출 중심의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민간 소비 둔화, 건설투자 부진 가시화 등 경제 부문별로 회복 속도에 차이가 있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정부의 경기 진단은 지난해 11·12월 “회복 조짐이 서서히 나타난다”, 올해 1월 “회복 조짐이 점차 확대된다” 등 ‘회복 조짐’ 표현에 석 달 연속 머물렀던 것에서 더 긍정적으로 나아간 셈이다. 물가에 대한 진단은 ‘지속 둔화’에서 ‘둔화’로 표현이 변화했다. 물가 둔화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는 점을 암시한다.
정부는 경제 부문별 회복 속도에 차이가 있다고 우려했다. 가장 긍정적인 건 수출이다. 지난 1월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8% 증가한 546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15대 주요 수출 품목 중 13개 품목에서, 9대 주요 수출 지역 중 8개 지역에서 수출액이 증가했다. 원자재 중심의 수입 감소세가 뒷받침해 준 덕에 무역수지는 3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기재부는 “무역수지 흑자 등으로 1월 경상수지 역시 흑자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했다.
제조업 생산도 순항 중이다. 지난해 12월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0.6% 증가했는데, 주로 제조업에서의 생산 증가가 이를 견인했다. 제조업 출하는 늘고 창고에 쌓인 재고는 줄면서, 제조업 재고율(재고÷출하 비율)은 전월 대비 8.6%포인트(p) 하락했다.
반면 민간 소비 성적은 처참했다. 지난해 12월 소매 판매는 내구재·준내구재·비내구재가 모두 감소하면서 전월 대비 0.8% 감소했다. 올해 들어 소비 성적이 개선될지 장담하기도 어렵다. 기재부는 “1월 소매 판매의 경우,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 증가 등은 긍정적 요인”이라면서도 “백화점·할인점 카드 승인액 감소 등은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했다. 지난달 백화점과 할인점 카드 승인액은 각각 전년 동월 대비 3%, 5.9% 감소했다.
앞으로의 소비를 가늠할 수 있는 또 다른 지표인 서비스업 생산 성적도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12월 전월 대비 0.3% 증가한 것이다. 다만 지난달의 경우 차량 연료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12.9% 증가하고, 일평균 주식 거래대금이 19조4000억원으로 증가한 것이 서비스업 생산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소상공인 체감경기지수가 하락(작년 12월 59.0→1월 48.1p)한 것은 부정적 요인이다.
투자 부문 역시 설비 투자 성적은 좋으나, 건설 투자는 부진하다. 더욱이 지난달 ‘건설투자 부진 우려’에서 이달 ‘부진 가시화’로 표현이 바뀌며 부정적인 시각이 더해졌다. 지난해 12월 건설업체의 시공 실적을 보여주는 건설기성(불변)은 전월 대비 2.7% 감소했다. 건축 공사 실적이 줄어든 영향이다.
김귀범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건설투자 지표는 1년여 전 건설 수주가 착공하며 영향을 주는 것인데, 당시 물량 자체가 좋지 않았던 상황이라 지금 그 효과가 시작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이 때문에 더욱 어두운 표현인 ‘부진 가시화’로 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대외적으로는 정보기술(IT) 업황 개선 기대와 함께 세계 경제 연착륙(소프트 랜딩)에 대한 전망이 높아지고 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지역 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불안 소지 등 불확실성도 지속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속한 물가 안정 기조 안착과 민생·내수 취약 부문으로의 회복세 확산에 최우선 역점을 두고 민생토론회 주요 정책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며 “철저한 잠재 위험 관리와 함께 우리 경제의 역동성 제고 노력을 병행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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