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을 두고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김채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의 개인 유튜브 채널 영상이 논란이 일자 15일 삭제됐다.
이날 오후 2시30분께 김 원장의 개인 유튜브 채널 ‘김채환의 시사이다’를 보면, 1월22일 올라왔던 ‘내부에서 방금 나온 소식’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사라졌다. 해당 영상에서 김 원장은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에게 받은 디올(디오르)백은 ‘대통령 선물’이라고 주장했다. 또 “솔직히 말해 60억대 재산을 가진, 현금성 자산만 40억이 넘는 김 여사의 눈에 300만원짜리 핸드백이 들어왔겠냐”며 “(김 여사가) 그런 게 없어서 욕심을 냈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국민 정서상 파우치, 가방 하나에 300만원이면 대단히 비싼 가방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적어도 명품이라고 느껴지려면 최소한 몇천만 원짜리가 넘는 샤넬백, 에르메스 ‘버킨백’ 정도는 돼야 명품이라 할 만한 것 아니겠냐”며 “명품이라는 것도 사람의 수준에 따라 상대적”이라고 덧붙였다. 영상에서 김 원장은 자신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으로 소개하며, 영상에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인재개발TV’(인재개발원 공식 유튜브 채널명) 로고도 들어가 있다.
최근 김 원장이 직접 나와 윤 대통령을 띄우고 홍보하는 영상들이 김 원장 개인 채널과 인재개발원 공식 유튜브 채널에 동일하게 올라간 사실이 확인된 데 이어 해당 영상까지 알려지자 정치권에서는 김 원장 경질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대표는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앞으로 국가공무원을 교육할 때마다 재산을 확인해서 부자 공무원은 뇌물 교육 안 하고, 가난한 공무원들만 뇌물 교육하겠다는 말이냐”며 “이런 사람을 공무원인재개발원장에 앉힌 윤 대통령은 청렴 의무를 다하고 있는 수없이 많은 대한민국 공무원들 앞에 부끄러운 줄 아셔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김 원장은 이미 인재개발원 유튜브 채널을 윤 대통령의 변론 공간으로 변질시켰는데 다음 차례는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를 두둔하는 교육이냐”며 “공적 지위를 이용해 공무원과 국민들에게 왜곡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김 원장의 행태는 명백한 정치 중립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한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공직자로서 기본 자격이 없는 김 원장을 당장 경질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이날까지도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인재개발원이 공식 유튜브 채널인 ‘인재교육TV’ 일부 영상들의 제목과 섬네일을 수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적으로 지난 10일 게재한 영상의 제목을 ‘윤 대통령, 전쟁 선언한 놀라운 이유가’에서 ‘윤 대통령, 방향설정 끝나있다’로 바꾸고, 섬네일의 ‘전쟁선포 D-Day’라는 문구는 ‘전쟁&평화 대통령의 결심’으로 교체했다. 또 지난달 6일 올라온 영상 섬네일에 포함된 ‘부산-서울-닥터 헬기 결정적인 이것 대통령의 생각’이라는 문구를 ‘국민 위한 일 타협 없다’로 교체했다.
지난해 12월30일 올린 영상 섬네일에서는 ‘윤통의 분노’라는 문구를 지웠고 대신 ‘자유시장경제 작동원리’ 문구를 넣었다. 지난해 11월8일 올라온 ‘검수완박을 넘어서 00까지’라는 제목의 영상 섬네일에서는 윤 대통령 얼굴을 삭제했다. 이 밖에도 ‘김채환의 시사이다’와 동일한 방식으로 섬네일 오른쪽 상단에 넣었던 ‘긴급속보’라는 문구를 ‘공무원국정철학’ 또는 ‘대통령 설명절 인사’로 바꾸기도 했다.
한겨레 이유진 기자 /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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