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다음달 방한해 일본의 야구 스타인 오타니 쇼헤이가 출전하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개막전을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관람할 수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일본에서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는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MLB 개막전을 관람하는 일정이 포함된 여행 상품이 700만원에 팔릴 정도다. 일반인은 표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가 경기를 관람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주장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 14일 기시다 총리가 다음달 20일 한국을 방문해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방향으로 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같은 날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개최되는 MLB 개막전을 함께 관람하는 방안도 부상하고 있다고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기시다 총리가 방한하는 것은 과거 이루어졌던 한일 정상간 ‘셔틀외교’의 일환이라고도 했다. 다만 한국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사항은 없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 방한이 성사된다면 관람할 MLB 개막전에는 일본의 국민적 야구 스타 오타니가 출전한다. 오타니는 지난해 12월 10년에 총 7억달러(9303억원)이라는 프로스포츠 역대 최고 계약금 기록을 세우며 LA 다저스로 이적했다. MLB는 야구 저변을 확대하려 다음달 20~21일 고척돔에서 2024시즌 공식 개막전을 개최하고,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소속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2연전을 치른다는 계획을 일찌감치 세워둔 상태였다.
오타니가 이적하면서 개막전에는 LA 다저스 소속 오타니와 일본 프로야구 3년 연속 사와무라상에 빛나는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출전할 것으로 관측된다. 상대팀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는 일본 야구 선수 다르빗슈 유·마쓰이 유키와 한국 선수 김하성·고우석이 뛰고 있다.
기시다 총리가 다음달 서울에서 오타니의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는 소식이 보도되자 일본 언론은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닛칸스포츠는 유키 돈후이 변호사가 TV아사히 방송에 출연해 “(한일) 정상회담은 꼭 해줬으면 한다”면서도 “이런 일(야구 경기 관람)을 위해 외무성의 우수한 인재들이 애써야 하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일본 자민당 파벌의 정치자금 문제가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국민이 대부분인 경기를 외교 일정에 넣어 관람하면 기시다 총리에 대한 비판이 강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런 비판은 일본인들이 한국을 찾아 오타니의 경기를 관람하려면 수백만원의 돈을 내야 하기 때문에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최대 여행사 JTB는 지난 14일부터 MLB 개막전을 고척돔에서 직관하는 일정이 포함된 여행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파드리스는 3월 20일, 21일 이틀간 고척돔에서 맞붙는다. 이 상품을 구입하면 경기를 한 번 또는 두 번 관람할 수 있다. 경기를 1회 관람하는 2박3일 상품은 49만8000엔(약 440만원), 2회 관람하는 3박4일 상품은 72만8000엔이다.
야구 경기 관람에 여행상품까지 나온 것은 일반적인 방법으로 일본인들이 MLB 개막전 티켓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3월 20~21일 양일간 진행되는 경기는 대회 주관중계권사인 쿠팡이 국내 유료회원을 대상으로만 티켓을 판매했다. 고척돔은 1만6000석 규모로, 예매가 시작된 지 8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티켓은 1층 테이블석 70만원, 내야 지정석은 40만~50만원, 외야 지정석은 12만~18만원이었지만, 1경기 관람에 440만원을 내야 하는 JTB 여행 상품과 비교하면 저렴한 편이다. JTB는 올해 1월 MLB와 국제 파트너십 계약을 맺어 별도로 티켓을 확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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