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시기에 시장이 관심이 쏠린 가운데, 14일(현지 시각) 블룸버그는 연준이 현재 금리 인하에 대해 관망 모드인 이유를 세 가지로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올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목표치에 거의 부합한 수준까지 둔화됐지만, 이는 정책 결정자들에게는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면서 “전날 발표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연준이 금리 인하에 신중한 이유에 힘을 실어줬다”라고 평가했다. 마이클 마 연준 감독 부의장은 전날 전미 기업 경제학 협회 콘퍼런스에서 “연준은 미국 경제가 2% 인플레이션으로 가는 길에 있다고 확신한다”면서도 “1월 보고서는 2% 인플레이션으로 돌아가는 길이 험난할 수 있음을 상기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날 미국 노동통계국은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3.1%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WSJ 추정치인 2.9%보다 높은 것이다.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뺀 근원 CPI도 3.9%를 기록해 역시 시장 예상치(3.7%)를 웃돌았다. 그간 시장에서는 올해 첫 CPI가 3년 만에 처음으로 2%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했었다. CPI 상승률이 예상치를 웃돌면서 주가는 하락하고 채권금리는 급등했다.
◇ 뜨거운 고용, 뚝 떨어진 금리인하 기대감
첫 번째로 이들이 금리 인하에 신중한 이유는 고용이 뜨겁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연준 관계자들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경제 전망에 따르면 이들은 올해 물가 상승률을 2%로 잡았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지속된 경제 모멘텀에 연준이 당황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이달 초 미 노동부는 1월 고용보고서에서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35만3000건 늘었다고 밝혔는데,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18만건)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고용보고서는 경기 판단의 중요한 지표로 여겨진다. 일자리가 증가하면 소비가 늘어나고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일자리는 33만3000건 증가했기 때문에 두 달 연속 30만건이 넘는 일자리가 창출된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경제가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를 결정하는 것에 신중하게 접근할 수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 지정학적 위험 커질수록 신중해지는 연준
지정학적 위험도 걸림돌이다. 연준 관계자들은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 홍해 긴장 등을 인플레이션 완화에 대한 전망을 뒤바꿀 수 있는 요소로 지목하고 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준 총재는 지난달 “불확실성이 여러 곳에 도사리고 있다”면서 “통화 정책에 대한 단호한 접근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홍해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에서 남부 유럽 항구까지의 운임은 지난해 말 이후 두 배 이상 치솟았다. 이에 일부 선박은 남부 아프리카 주변으로 항로를 변경했다.
이는 기업이 부담해야할 비용이 늘어난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울프 리서치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테파니 로스는 “배송비가 40% 인상되면 미국의 전년 대비 근원 인플레이션이 약 10bp(1bp=0.01%p) 증가하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기업이 더 높은 비용을 부담했을 수 있지만, 팬데믹 이후 시대의 기업은 이를 다시 고객에게 전가하려는 경향이 크다”라고 평가했다.
◇ 금융 여건 안정되는 것도 중요
마지막으로 블룸버그는 미국 기업들의 자본 조달 등 금융 여건이 안정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연준 관계자들이 지난해 말 금리 인상이 완료됐다고 밝힌 후 금융 여건은 나아졌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의 국가금융상황지수(NFCI)에 따르면 전반적인 자금 조달 비용이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NFCI는 미국 금융시장 상태와 금융 위험 수준을 측정하는 지표로도 알려져 있다. NFCI는 0을 평균으로 플러스(+)면 긴축 여건을 나타내고, 마이너스(-)면 완화적인 여건을 나타낸다. 지난주 기준 NFCI는 -0.51로 기록됐다. 지난 10월 말 NFCI는 -0.32였는데 이후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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