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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을 더 선호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미국 대선과 관련한 푸틴 대통령의 첫 공식 언급으로, 바이든 행정부 들어 악화한 미·러 관계를 고려할 때 그의 ‘바이든 선호’ 발언에는 다른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15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방영된 러시아 국영 TV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와 푸틴 중) 누가 우리(러시아)에 더 좋은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곧바로 “바이든”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더 경험이 있고, 예측 가능한 사람”이라고 평가한 뒤 “그러나 우리는 미국인들이 신뢰하는 어떤 미국 대통령과도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외신은 이 발언이 솔직한 견해와는 거리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주도하에 진행된 대(對) 러시아 제재를 고려하면 트럼프 재선이 러시아에 유리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중단을 요구하고 있으며 재집권 때 미국 재정을 아끼겠다며 우크라이나의 영토 탈환과 관계없이 즉각 타협을 통해 전쟁을 끝낸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들을 향해서도 ‘방위비를 충분히 분담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가 (회원국들을) 공격하도록 독려하겠다’는 취지의 폭탄 발언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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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에서 푸틴의 ‘바이든이 낫다’는 발언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우회적인 평가절하라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보다 바이든이 더 상대하기 쉬운 존재’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푸틴은 옹호하는 표현을 써가면서 굳이 바이든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인 고령 문제를 끄집어냈다. 그는 몇 년 전 스위스에서 바이든을 만났을 때, 인지력에 문제가 있다는 징후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지난해 6월 바이든 대통령이 헬기에서 내리다 머리를 부딪친 것도 언급하며 “우리 중에 머리를 어디에 부딪히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방송 바로 전날 바이든 대통령의 러시아 관련 발언과 맞물려 ‘트럼프 지원설’도 흘러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13일 의회 내 공화당 의원들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 승인을 촉구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러시아의 독재자(푸틴)에 굴복했다”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은 트럼프의 반대 속에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 통과에 난항을 겪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푸틴의 발언은 바이든의 비난 하루 만에 나왔다”며 트럼프가 대통령 재임 시절 푸틴에 유독 관대하다는 비판에 시달렸고, 미 정보기관은 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해 트럼프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에 승리하게 도왔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바이든 쪽이 대응하기 쉽다는 이미지를 퍼뜨려 트럼프에 대한 측면 지원을 노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해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에 대해 “(트럼프는) 비체계적인 정치인으로 불려 왔다”면서도 “미국이 동맹국들과 어떻게 관계를 발전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자신만의 견해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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