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사직’ 움직임에 전공의 근무여건 개선 본격 추진
정부, 의사 집단행동에 “법과 원칙 따라 엄정 대응”
“모든 의제 논의할 수 있지만, 의대 증원 규모와 시기는 확고”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과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의대 증원 반대 투쟁이 본격화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보건복지부는 의사단체들의 전면적 집단행동이 실제 벌어질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 의료계와 대화를 통해 모든 의제를 논의할 수 있겠지만, 애초 발표한 의대 증원의 규모와 시기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15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정례 브리핑에서 이렇게 밝혔다.
박 차관은 “정부는 절대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전면적인 대규모 파업(집단행동)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의료계에서는 이달 13일 유튜브에서 사직 의사를 밝힌 홍재우 인턴이 전날 소속 병원인 대전성모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날 오전에도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2월 20일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박단 회장은 사직 의사를 밝히며 “죽음을 마주하며 쌓여가는 우울감, 의료 소송에 대한 두려움, 주 80시간의 과도한 근무 시간과 최저시급 수준의 낮은 임금 등을 더 이상 감내하지 못하겠다”면서 동료들에게는 “부디 집단행동은 절대 하지 말아 달라”고 전했다.
이를 두고 박 차관은 “본인의 업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집단행동하지 말아달라’고 했으니 그 진심을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반대로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이 내려졌기 때문에 이를 회피하기 위한 또 하나의 투쟁 수단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정부는 어떤 경우라도 집단행동으로 번지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박 회장은 뜻을 되돌려 현장으로 돌아오시길 부탁드린다. 행복하지 않다는 내용의 사퇴문이 정부가 의료개혁을 하려는 이유”고 덧붙였다.
박 차관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의 동맹휴학 참여 여부 설문조사 실시 방침을 두고는 “학생들이 단체행동에 나서는 모양새인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휴학 등 집단행동에 필요한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교육부와 함께 적극적으로 학생들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학생 의견을 듣고 싶다며 잡은 자리를 두 차례 일방적으로 취소했다’는 의대협의 주장에 대해서는 “급한 일정이 생기는 바람에 취소한 게 맞다”며 “학생들이 편한 시간 언제든 다시 간담회를 하자”고 제안했다.
박 차관은 또 의료계 전체와의 대화, 토론의 가능성은 계속 열려 있다면서도 “모든 의제를 논의할 수 있지만, 의대 증원의 규모와 시기에 대한 정부 입장은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7일 비대위 회의를 열어 향후 투쟁 일정을 마련한다는 대한의사협회 측에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지 않기를 촉구한다”며 “위협이 된다면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이날 중수본에서 논의한 전공의 근무 여건 개선 방안도 소개했다.
그는 “전공의들의 과도한 업무 부담을 줄이고 양질의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36시간 연속근무 제도’를 개선하고, 지도 전문의 배치를 확대하는 방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특히 연속근무 제도 개선은 상반기 내 시범사업 모델을 마련한 뒤 하반기부터 본격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이 과정에서 전공의와 병원들이 참여하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협의체’를 구성해 전공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전공의를 전담하는 권익 보호 창구도 다음 달부터 가동한다.
복지부는 이날도 의대생 2천명 증원이 과도하다는 의사단체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박 차관은 “지난 10년간 20대 의사 비중은 절반으로 줄었고, 65세 이상 고령 의사는 2배 수준으로 늘었다”며 “2천명 규모의 증원 없이는 미래 의료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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