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서울 19곳 ‘한강벨트 방점’ 단수공천 발표…나머지 재배치·전략공천 주목
野, 일부 중진에 불출마 권유하며 ‘물갈이’ 시동…이재명 “새 술은 새 부대에”
여야, 컷오프 인사 제3지대行 경계…개혁신당, 서울 종로·용산 등 후보 낼 듯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홍지인 기자 = 4·10 총선이 56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121석이 걸린 ‘최대 승부처’ 수도권에서 여야의 공천 서막이 올랐다.
수도권은 서울 49석, 경기 59석, 인천 13석으로, 의석수로 보면 전체 지역구(253석)의 절반에 달한다.
직전 21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수도권에서만 103석을 싹쓸이하며 압승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현역 의원들이 두루 포진한 만큼 수성을 다짐하고 있으며, 국민의힘은 수도권에서 과반을 탈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박빙 승부 지역이 많은 수도권에선 대표 선수로 누구를 내보내느냐가 승패와 직결되는 만큼 여야 모두 공천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14일 서울 19개 지역구의 단수 공천 대상자를 발표했다. 경기와 인천의 단수 공천자는 15일 발표될 예정이다.
수도권 공천이 극히 일부만 이뤄진 민주당보다 한발 앞서 나간 것으로, 당 후보들이 일찌감치 표밭을 다지도록 하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이날 발표된 국민의힘 단수공천 명단은 특히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한 선거전략과도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용산, 광진갑·을, 동작갑·을, 송파갑·을, 강서 갑·병, 강동을 등 한강벨트 지역에서 단독으로 공천 신청을 하거나 경쟁력이 확인된 인사들을 먼저 공천함으로써 힘을 실어준 것이다.
다만, 한강벨트에 속한 지역구 가운데 중성동갑·을, 마포갑·을, 영등포갑·을 등은 이날 공천이 발표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이들 지역에 대해 후보 재배치와 우선추천(전략공천), 경선 등 여러 선택지를 놓고 최적의 답을 고심하고 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사람을 보면서 룰을 계속 바꾸면 누가 그 공천에 승복하겠나. 우리는 룰을 공관위 첫날 확정했다”며 재차 ‘시스템 공천’ 원칙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기는 공천’을 위한 대진표 작성에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확실히 이번 총선이 지난 총선 때보다 수도권 분위기가 매우 안 좋은 게 사실”이라며 “서울에서 박빙 지역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단수 공천을 확정한 수도권 지역구는 서울 강남갑, 경기 여주양평, 이천 등 3곳뿐이다.
특히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 종로, 용산, 중성동갑, 동작을 등에 투입할 카드를 놓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 등 중량감 있는 인사들을 저울질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표가 직접 ‘교통정리’에 나섰다. 이 대표는 최근 인재근(서울 도봉갑) 의원과 경기 광주을 출마를 선언한 문학진 전 의원 등에게 사실상 불출마를 권유하는 등 당내 일부 중진급 인사들을 직접 접촉해 공천 관련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새 술은 새 부대에. 우리는 미래로 가야 한다”며 ‘인적 쇄신’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이날까지 어느 정도 대진표 윤곽이 나온 지역구를 보면 국민의힘 단수공천이 결정된 서울 19곳 중 4곳을 제외한 15곳은 민주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곳이다.
구체적으로는 동작을에서는 나경원 전 의원이 단수공천 대상이 되면서 추 전 장관과의 빅매치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현역이지만 추 전 장관의 투입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서다.
탈북 외교관 출신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구로을 단수 공천자로 발표됐다. 이곳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내며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을 주도한 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현역인 곳이어서 두 사람의 맞대결이 성사될 수 있다.
오세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오신환 전 의원은 광진을 공천이 사실상 확정돼 민주당 고민정 의원과의 대결 가능성이 점쳐진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총선에서 고 의원과 맞붙어 패했다.
국민의힘 김재섭 전 비대위원은 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도봉갑에서 단수공천 명단에 들면서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김남근 변호사와의 맞대결 여부가 주목된다.
한동훈 비대위 체제에서 영입된 전상범 전 의정부지법 부장판사는 친명계 천준호 의원이 현역인 강북갑 단수공천자로 선정됐고, 다른 영입 인재인 호준석 전 YTN 앵커 역시 단수공천 대상이 되면서 운동권 출신 민주당 이인영 의원의 구로갑에 도전장을 내게 됐다.
제3지대 통합 세력인 개혁신당에서도 수도권 출마 선언이 이어지면서 서울 종로 등 국민의힘, 민주당, 개혁신당의 ‘3자 구도’ 지역도 벌써 나타나고 있다.
금태섭 최고위원이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했고, 김종민 최고위원은 현 지역구(충남 논산·계룡·금산) 대신 서울 용산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양향자 원내대표는 경기 용인갑 출마를, 민주당 탈당파인 조응천(경기 남양주갑) 최고위원과 이원욱(경기 화성을) 의원도 기존 지역구 출마를 선언하며 경기도에서의 돌풍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이준석 공동대표 역시 수도권 또는 대구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거대 양당은 컷오프(공천 배제)로 낙천한 후보들이 제3지대에 합류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컷오프 인사들이 제3지대 후보로 나설 경우 표 분산으로 수도권 승패를 결정지을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컷오프 인사가 현역 의원일 경우 제3지대 신당의 기호 순번이나 여야 각당의 국고 보조금 배분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사무총장은 앞서 “컷오프를 한다면 (당을 옮겨) 출마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경선 범위를 정하는 데도 그 지역에 제3신당에서 어떤 후보가 나오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사실상 컷오프로 여겨지는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 대상자 통보를 늦추는 배경으로 제3지대 신당을 의식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야 각당의 공천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공천 잡음과 갈등이 어느 수위까지 올라갈지도 주목되는 지점이다.
공천 결과에 불복하는 후보들이 많아질 경우 ‘원팀’ 선거운동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무소속이나 다른 정당 소속으로 출마하는 등 파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의힘 ‘용산 참모’ 출신 인사와 현역 의원 간 공천 갈등, 민주당 친명-친문계 간의 공천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yu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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