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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질병 찾아 치료하는 ‘초소형 로봇’…”나노로봇의 퀀텀 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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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형’ 나노로봇이 몸속에서 스스로 유전자 신호를 감지해 질병 인자를 찾아내고 생체 신호를 조절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포보다 작은 크기의 초소형 로봇이 몸속에서 스스로 질병을 찾아내고 치료도 한다. 국내 연구팀이 유전자 신호를 감지해 생체 신호를 조절하는 ‘자율주행 나노로봇’을 최초로 개발했다. “지능형 나노로봇 발전의 퀀텀 점프”라는 평가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천진우 나노의학 연구단장(연세대 특훈교수) 연구팀이 유전자 신호를 감지해 스스로 엔진을 구동하는 생체 나노로봇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지난 7일 게재됐다.

연구팀은 스스로 클러치를 작동하는 생체나노로봇을 개발했다. 클러치는 기계의 엔진을 구동하는 핵심 요소다. 엔진의 동력을 회전체(로터)로 전달하거나 차단한다. 클러치를 활용하면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기계를 구동할 수 있어 에너지 효율성도 높아진다.

나노로봇에서 클러치 기능을 구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로봇의 회전체와 엔진을 각각 DNA로 코팅했다. 회전체 안에는 자성 엔진이 탑재돼 있다. 회전체 표면 구멍을 통해 내부로 유입된 환경인자가 특정 유전자 신호를 감지하면 회전체와 엔진에 코팅된 DNA 가닥이 서로 결합해 엔진의 힘을 회전체로 전달한다. 일종의 ‘DNA 클러치’가 생기는 것이다.

엔진의 힘이 회전체로 전달되면 나노로봇이 마치 헬리콥터의 프로펠러처럼 회전한다. 자성 엔진이기 때문에 인체 외부에서도 자력을 이용해 무선으로 로봇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다. 자기장의 방향에 따라 회전력의 발생 방향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이 과정을 거쳐 구동하는 나노로봇은 세포와 결합해 생체 신호를 기계적으로 조절한다. 질병 인자에 해당하는 특정 마이크로 리보핵산(RNA) 유전자를 감지한 로봇이 스스로 작동해 세포 유전자가 활성화되도록 유도한다.

연구팀은 “20개 염기서열로 이뤄져 있는 DNA 클러치는 무한대에 가까운 질병 인자를 감지하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수히 많은 정보를 코딩해 기억 및 연산 기능을 가지는 ‘지능화된 나노로봇’을 제작할 수 있다는 의미다.

페어 피셔 독일 막스플랑크 의학연구소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나노로봇”이라며 “특히 지능형 나노로봇 발전에 있어 퀀텀 점프를 이룬 연구”라고 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를 이끈 천 단장은 “정보의 프로그램화가 가능한 클러치가 구현됐다는 건 자율주행차처럼 로봇이 스스로 주변을 감지하고 판단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머지않아 진단이나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 나노로봇이 개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진우 IBS 나노의학 연구단장 /사진=I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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