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채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이 취임한 뒤 인재개발원 공식 유튜브 채널에 윤석열 대통령의 ‘인간적 고뇌’ 등을 언급하는 등 윤 대통령을 띄우고 홍보하는 영상이 잇따라 게재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김 원장은 극단적인 주장을 콘텐츠로 삼은 유튜브 활동으로 지명 당시부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는데, 정치권에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훼손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인재개발원 공식 유튜브 채널 ‘인재교육TV(티브이)’를 보면, ‘2024 설날, 전 국민 울게 한 그 영상’(9일), ‘윤 대통령, 전쟁 선언한 놀라운 이유가’(10일), ‘윤 대통령, 의사들 설득 안 될 경우 이렇게’(12일), ‘힘들고 고달퍼도, 할 일은 한다’(12일) 등의 제목을 단 영상이 올라와 있다.
9일 영상은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참모들과 노래를 부르는 지난 8일 대국민 메시지 영상이며, 나머지 영상들은 김 원장이 직접 강연자로 나서 정부 정책을 설명하면서 윤 대통령의 의중을 해석하고 이를 대변하는 주장들로 채워졌다. 예를 들어 ‘힘들고 고달퍼도, 할 일은 한다’는 제목의 영상에서 김 원장은 “대통령의 모든 결정에는 쉬운 게 없고, 그 과정에서 인간적 고뇌 또한 상당하지 않았겠냐”며 의대 증원을 ‘윤 대통령의 결단’이라고 말했다. 이 영상들의 해시태그는 의대 증원, 한반도 전쟁 위기 등 주제와 상관없이 ‘윤석열’, ‘한동훈’, ‘김건희’가 동일하게 달려 있다.
이 영상들은 교육과정 소개 콘텐츠나 명강의 영상 등이 올라오던 기존 채널의 성격과는 확연히 다른 데다 지난해 7월 취임한 김 원장의 개인 유튜브 채널에 제목만 살짝 바꾼 채로 동시에 게재됐다.
앞서 개발원은 2019년 유튜브 공식 채널을 개설하며 ‘개발원 홍보, 교육과정 소개, 명품강의 공유, 외국 공무원 대상 교육 소개’ 콘텐츠를 주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이후 올라온 영상들을 보면 공무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쉬는 시간 스트레칭’, ‘신임관리자과정 길라잡이’ 영상이나 데이터 활용 능력 관련 콘텐츠가 주로 올라왔다.
하지만 김 원장이 취임하면서 콘텐츠 성격이 크게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섬네일 디자인이나 제목 유형이 김 원장 개인 유튜브 채널과 유사하게 바뀐 점이 눈에 띈다. 김 원장의 개인 유튜브 채널인 ‘김채환의 시사이다’를 보면 인재개발원에 올라온 영상과 제목만 살짝 다를 뿐 내용도 같고 윤 대통령의 얼굴을 강조하고 ‘긴급 속보’ 등의 문구를 활용한 동일한 섬네일을 사용한 영상이 올라와 있다. 특히 일부 영상에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인재개발TV’ 로고가 그대로 들어가 있다.
이 영상들뿐만 아니라 약 3개월 전부터 동일한 섬네일을 단 영상들이 개발원 유튜브 채널과 ‘김채환의 시사이다’에 동시에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말 두 개의 채널에 동시에 올라온 영상의 섬네일에는 ‘윤통의 분노’라는 문구가 똑같이 들어있다. 이 영상에서 김 원장은 카카오택시 및 은행권의 독과점 시스템을 비판한 윤 대통령의 지난해 11월 발언을 소개하며 “윤 대통령이 어떤 분이냐. 지금까지 한 번 한다면 했고 뱉은 말은 반드시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치켜세웠다.
정치권에서는 김 원장의 유튜버 전력 등을 언급하며 정치적 중립 의무를 훼손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김 원장은 인재개발원장이 되기 전, ‘문재인 대통령 생체실험 지시, 중국 공산당의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시위 영향력 행사’ 등의 황당무계한 가짜뉴스를 비롯해서 막말, 혐오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포한 사람이다. 인재개발원 원장으로 앉혔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개발원은 공직자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인 소양과 교육을 책임지는 훈련기관으로 그 영향력이 전체 공직자에게 미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공직사회는 정치적으로 아무리 혼란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철저하게 균형을 지켜야 하는 조직”이라고 덧붙였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해당 영상과 섬네일이 어떻게 공식 채널에 올라가게 되었는지 밝혀야 되고, 국민 세금으로 영상을 만들어놓고 이것을 개인 유튜브에 동일하게 올린 것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발원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가 유튜브 영상 선정 기준 등을 묻자 “(답변을) 검토 중”이라며 “추후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라고만 답했다.
2020년부터 본격적인 유튜브 활동을 해 온 김 원장은 지난해 5월 올린 유튜브 영상(‘[속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던 그들’)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 진보 진영의 강요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달 다른 영상에선 “세월호의 죽음, 이태원의 죽음. 죽음을 제물로 삼아 축제를 벌이고자 하는 자들의 굿판을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라고 말해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김 원장은 21대 총선 ‘부정선거설’도 주장해 왔다.
한겨레 이유진 기자 /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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