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끝난 13일 아침신문에서도 윤석열 대통령 KBS 녹화 대담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이날 아침신문에선 연휴 기간 대통령 대담을 재방송한 KBS에 대한 비판, 논란이 진행 중임에도 대담에서 언급되지 않은 10·29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유가족 등 당사자 인터뷰가 담겼다.
KBS는 지난 7일 내보낸 윤석열 대통령 신년 특별대담을 설날인 10일 재방송했다. 이를 두고 한겨레는 사설에서 “녹화 대담이 방영된 뒤 ‘땡윤방송’ ‘용산 조공방송’ 등의 비판이 제기됐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윤 대통령의 일방적인 메시지를 담은 방송을 다시 한번 전파에 태운 것”이라며 “공영방송이 공공 자산인 전파를 낭비해가며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대통령 ‘심기 경호’에 나서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방송은 ‘국민의 방송’인가, ‘대통령의 방송’인가”라고 물었다.
한겨레는 “한국방송은 녹화 대담 방영 다음날인 8일 ‘특별대담이 최고 시청률 9.9%를 찍으며 전 채널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며 자화자찬성 보도자료를 내더니, 설날 당일인 10일 오전에는 녹화 대담을 재방송했다”며 “대통령의 변명과 해명을 어떻게든 많은 국민에게 들려주려 안간힘 쓰는 모습에서 정치권력에 순치된 ‘국영’ 방송의 민낯을 봤다고 하면 지나칠까”라고 했다.
김영희 한겨레 편집인은 ‘김영희 칼럼’ <연극이 끝나고 난 뒤>에서 “집권 1년9개월 된 대통령의 대담이 맞나 싶을 정도로 국정에 대한 의욕은 읽기 힘들었다. 백번 양보해 다수 언론사가 참여하는 신년 회견에서 김 여사 문제에 질문이 집중될까 우려했다면, 여러 비판을 뿌리치고 강행한 녹화 대담에서 국정의 방향이라도 제대로 보여줬어야 한다”며 “잦은 거부권 행사 같은 논쟁적 사안에 대해 국민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모습은 없었다. 늘봄학교, 대출금리 등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사안에 대한 언급은 그동안 나온 수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김 편집인은 이어 “이번 대담으로 윤 대통령은 이제 김건희 리스크를 우려할 정도가 아니라 ‘수렁’에 빠졌음이 분명해졌다. 총선 결과와 관계없이 김 여사 문제는 계속 호출될 것”이라며 “‘김건희 악재’를 딛고 여당이 이긴다면 당은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더 가속할 것이고, 야당이 이긴다면 두말할 나위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녹화 대담에서 언급조차 되지 못해 답답한 심정으로 설 연휴를 보낸 당사자들을 인터뷰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이정민씨는 경향신문에 “이태원뿐만 아니라 오송 참사 유족, 채 상병 유족, 서천 화재로 피해를 본 상인들은 여전히 힘들어하는데 정치적 판단을 떠나 대통령이면 국민의 고통에 공감해야 하지 않나”라며 “KBS라도 관련 질문을 해야 했다”고 했다.
해병대 사관 81기 김태성씨도 경향신문에 “대담에서 채 상병과 박정훈 대령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없어 아쉽다”며 “설을 맞아 해병대 장병들을 격려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진상규명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안전히 군 생활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독려는 순직한 해병에게 모욕적”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칼럼 “보수 언론이 보수 정권 더 비판해야 하나?”
김대중 조선일보 칼럼니스트가 <보수언론이 보수정권 더 비판해야 하나?>라는 제목의 ‘김대중 칼럼’을 내놨다. 지난 1월 <권력 비판에 성역 없어…보수 언론이 보수 정권 더 날카롭게 비판해야>라는 제목의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 기사와 관련한 칼럼이다.
김대중 칼럼니스트는 “돌이켜 보면 역사적 고비마다 정권, 특히 보수 정권을 퇴진시키는 데 크게 작동한 것은 이른바 ‘조중동’이라는 보수·우파 언론이었다. 4·19(그때는 좌·우의 구별이 명확하지 않았지만) 때도 그랬고 5·18 때도 그랬다. 박근혜 정권의 퇴진에도 조중동은 순기능했다”며 “2000년대 들어서 보수 언론이 주류(?)인 상황에서도 보수 정권의 대통령은 줄줄이 옥살이를 했고 문재인 정권이 태동했으며 지금도 압도적 의석을 가진 좌파 정당의 전횡과 그 수장의 건재를 목도하고 있다. 보수 언론이 보수 정권을 비판해서 결국 좌파 정권의 득세를 도와준 모양새일 뿐”이라고 했다.
김 칼럼니스트는 “(좌파 언론은) 보수·우파 정권을 공격하는 데는 때로 ‘가짜 뉴스’를 동원할 정도로 매몰차고 공격적이었으면서 좌파 권력을 비판하는 데도 그렇게 엄중하게 임했는가?”라고 물으며 “비평자들도 보수 정권에 대한 보수 언론의 태도는 비판하고 나서면서 좌파 언론의 편파적 보도에는 입을 닫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수 정권은 ‘동네북’인 셈이다. 좌파 언론에서 무차별한 공격과 선동성 비판을 당하면서 보수 언론의 협공도 받아야 하고 게다가 비평자 또는 관전자들의 비판까지 감수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칼럼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으로 이어진다. 김 칼럼니스트는 “이것이 과연 집권 2년 차 윤 정권에 타격을 줄 만큼의 큰 정치적 사건인가?”라고 물으며 “(4·10 총선거에서) 판단 준거는 대통령의 중요한 정책적 결정, 안보·국방의 방향 설정이고 국민의 경제적 삶이지 대통령 부인의 ‘백’ 수수여서는 우리 수준이 너무 허무하지 않은가? 일부에선 대통령이 ‘사과’하고 넘어가면 될 일이라고 하는데 몰래카메라로 찍고 1년을 기다려 총선 전에 드러낼 정도로 치밀하고 계획적인 좌파가 과연 ‘사과’로 넘어갈 것 같은가? 이 사건은 사과하면서부터 제2막으로 넘어갈 것이 뻔하다”고 했다.
이어 “보수를 비판하는 것이 보수 언론이 좌파 언론과 다른 장점이라고 하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현실론에서 보수 언론이 대통령의 잘못도 아니고 그 부인의 경솔함에 집착하는 것은 가치 전도적”이라고 했다.
의사 집단행동 예고에…국민 건강권 침해 우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의사들이 본격적으로 집단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15일 전국 곳곳에서 궐기대회를 예고했고,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 12일 밤 임시대의원회총회를 열어 집단행동 여부를 논의했다. 대통령실은 “의대 증원은 돌이킬 수 없다”며 의사들의 반발과 집단 휴진 움직임에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집단 휴진 사태가 현실화되면 2020년 파업보다 규모가 커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동아일보는 2면 기사 <의사들 “정부, 우릴 못이겨” 정부 “법 개정따라 의사면허 박탈 가능”>에서 “당시 정부가 예고한 의대 증원 규모는 연간 400명이었는데, 이번에는 2000명으로 5배나 되기 때문이다. 당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이라 의사들도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감안할 수밖에 없었다”며 “현재 전공의 상당수는 2020년 의대 증원 등에 반대하며 의사 국가고시 응시를 거부해 결국 정부 방침을 좌절시킨 걸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의대생들이었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도 기사 <의료계 파업 땐 대형병원 수술 줄줄이 연기>에서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연차를 쓰거나 사직서를 내는 방식 등으로 파업에 나설 경우 당장 대형 병원에선 환자들의 진료·수술 일정이 줄줄이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며 “신규 치료·입원은 어려워지고, 응급실·중환자실 운영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부는 의사들의 파업 움직임에 강경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파업 참여 의사에 대해 의사 면허를 박탈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의사들이 집단으로 진료를 거부할 경우 의료법에 의해 업무 개시를 명령할 수 있다. 업무 개시 명령을 위반하면 면허 취소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신문들은 정부와 의사들의 대치로 발생할 국민의 건강권 침해를 우려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의대 증원으로 의학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의료 행위가 늘어 국민 의료비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도 일리는 있으나 환자를 볼모로 한 파업을 정당화할 명분이 될 수는 없다”며 “명분 약한 파업 대신 대폭 증원된 의대생들을 제대로 된 의사로 키워내는 데 전문성을 발휘해 주길 기대한다. 정부도 교육의 질 하락을 방지할 대책으로 의사들을 설득하고, 의대 증원 정책이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의대 쏠림 완화 방안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의료인력이 부족한 데다 과중한 업무와 낮은 보상까지 겹치면서 외과·산부인과 등 필수의료체계는 기피현상이 만성화됐고, 지방 인구 감소와 맞물려 지역의료체계는 공동화에 빠졌다. 의사를 찾아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현장을 뻔히 아는 의사들이 파업에 나선다면 직역이기주의라는 지탄을 면할 수 없다”며 “사태 흐름을 잘못 읽고 의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선다면 명분도 실익도 못 챙길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 ‘내몸잘’ 마지막 편 ‘규정을 거부하며 존재하는, 트랜스젠더의 몸’
경향신문이 기획 <내 몸과 잘 살고 있습니다> 시리즈의 마지막 편에서 트랜스젠더의 몸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내 몸과 잘 살고 있습니다> 기획은 ‘좋은 몸’이라는 단일한 기준에서 벗어난 여러 몸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시리즈다. 지난 1월부터 시작해 시간이 새겨진 나이든 몸, 크고 아름다운 살찐 몸, 다름을 알려준 장애가 있는 몸, 이대로도 괜찮은 아픈 몸과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고, 이번 마지막 편에선 규정을 거부하며 존재하는 몸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경향신문은 “MTF 트랜스젠더(출생 시 남성으로 지정됐지만 여성으로 정체화한 트랜스 여성), FTM 트랜스젠더(출생 시 여성으로 지정됐지만 남성으로 정체화한 트랜스 남성), 논바이너리(한쪽 성에 속하지 않는다고 스스로 규정하는 사람) 등 다양한 몸들은 젠더 스펙트럼을 부유한다”며 “국가와 사회가 정한 단일한 몸의 기준에 담기지 않는다. 이들은 규정되기를 거부함으로써 획일적인 성별의 상에 고정되지 않고 좀 더 나답게 살 수 있는 가능성을 모두에게 넓혀준다”고 설명했다.
태어날 때 여성으로 지정됐지만 남성으로 정체화한 트랜스 남성 성희씨는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제 자신과 신체를 각각의 신발이라고 했을 때 한쪽 신발을 다른 쪽과 어울리게 그리고 색을 칠해서 신고 돌아다니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사람들이 ‘짝짝이 아니야?’ ‘안 맞는 거 아니야?’ 하면 ‘뭐 어때요? 멋있죠?’ 이렇게 답하는 거죠”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성희씨에게 트랜지션(출생 시 지정된 성별을 자신의 성 정체성에 맞춰 변화시켜나가는 과정)은 ‘수선’이 아니라 ‘색칠’”이라며 “몸은 이리저리 고쳐야 할 대상이 아니라, 편안함을 느끼는 대로 표현하는 도화지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