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지역색 강조되며 호의적 반응…’힙하다’ 느끼기도”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안녕히 계세요’는? ‘욕보이소’라 합니데이.”, “‘아니요’는? ‘은지예~'”
“충청도에서 사용하는 ‘이이’는 긍정, 부정, 화가 났을 때, 무엇인가에 감탄할 때 다양하고 다채롭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최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사투리를 소재로 한 영상 콘텐츠가 MZ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주로 소셜미디어 속 ‘사투리 선생님’이 특정 단어나 문장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등 여러 지역에서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웃음 코드를 섞어 유쾌하게 알려주는 식으로, 이를 통해 2000년대 초반 TV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유행하던 사투리의 인기가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서울 토박이인 직장인 김모(30) 씨는 “경상도 안에서도 대구, 부산 등 도시에 따라 다른 사투리를 쓴다는 점이 신기하다”며 “지방 출신 동료들에게 실제로 그런 사투리를 쓰냐고 물어보면서 따라 해보기도 한다”고 재밌어했다.
부산 출생으로 어린 시절 이사를 와 줄곧 서울에 살고 있다는 조모(29) 씨는 “부모님이 쓰던 사투리가 개그 콘텐츠로 쓰이니 신기하고 재밌어서 자주 보게 된다”며 “나는 잘 모르는 사투리가 실제로 쓰이는지 가족들에게 물어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의 ‘경상도 사투리 특강’ 영상은 조회수 130만회를 넘어섰고 개그맨 김두영이 출연해 ‘음식이 맛이 없을 때’, ‘식당에서 소주 한 병을 추가로 주문할 때’ 등 상황별 충청도 사투리 표현을 소개하는 영상도 조회수가 수십만∼수백만회에 이른다.
영상들에는 해당 지역에 살거나 그 지역 출신 부모를 둔 누리꾼들이 “실제로 엄청 많이 쓰는데 공감 간다”, “명절 때 이모들이 하는 말을 들으니 신기하네요” 등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특히 우스꽝스럽고 촌스러운 이미지가 강조되던 예전과 달리 사투리의 ‘맛’을 제대로 살려 상황에 맞게 절묘하게 사용하는 콘텐츠가 늘면서 해당 사투리를 쓰는 이들에게도 공감대를 사고 있다.
대구 출신으로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이모(36) 씨는 “예전에도 사투리를 쓰는데 거리낌은 없었지만, 요즘에는 사투리가 하나의 개성이자 매력이 되는 것 같아서 뿌듯한 마음도 든다”며 웃었다.
사투리가 인기를 끌면서 급기야는 마구잡이로 지어낸 ‘엉터리 사투리’까지 등장했다.
구독자 287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에서 개그맨 이용주가 ‘가짜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영상은 조회수가 500만 회를 넘어설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졸리다’를 경상도에선 ‘잠이 깔끼하네’라고 한다거나, ‘바퀴벌레’를 ‘바쿠쌉꿀빠’라고 말한다는 식의 코미디 영상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각 지역이 가진 정서적 특성이 사투리로 묻어나면서 공감대와 웃음을 주는 측면이 있다”며 “예전에는 사투리를 개그 등 소재로 쓰면 지역 비하 등으로 받아들이는 시선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지역에 대한 색깔을 강조해서 호의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더해졌다”고 평가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다양성이 중요한 사회적 가치가 되고 동시에 레트로의 유행처럼 사투리가 오히려 ‘힙하다'(세련되고 현대적이란 은어)는 느낌을 주는 듯하다”며 “특정 지역만이 아니라 다양한 지역의 사투리들이 수평적인 맥락으로 다채롭게 활용되면서 (미디어에서 사투리 사용에 대한) 거부감도 사라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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